목록감상 노트 (66)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노동운동가로 20년 넘게 살아 온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쓴 책이고, 노동운동의 시작과 과오, 지금 상황에 대한 진단까지 내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자본과 노동자의 심각한 권력 불균형에 대해 깨달았다. 자본(회사)은 돈, 인사권, 기득권 네트워크, 법 4가지를 노동자보다 더 가지고 있는 반면 노동자는 오로지 결사의 자유와 쟁의권밖에 없다. 이마저도 판례에서 상당히 축소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쟁의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면 정말로 길은 하나 아닌가? 저자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 출신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어떤 글보다 쉽고 경쾌하게 읽혔다. 역시 좋은 글은 기교를 익히는 것보다는 몸으로 체득해야 나온다.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겸연쩍어하는 부분이 바로 민주노총 내의 정파..
서른이 넘고 또 몇 해 더 살면서 절절하게 와닿는 게 있다.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바라는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성숙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의연하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힘이라면 인형이랑 함께 잠들던 10대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방에는 한가득 책이 쌓여 있는데, 그리고 사회에서 경험한 것도 많은데 거기서 얻은 지식들을 아무리 머리에 우겨 넣는다 해도 가슴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슬픈 걸 보면 애끊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끓는다. 일전에 박범신 작가 강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작가는 마당에서 흔들리는 꽃잎만 봐도 갈망이 생긴다고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은 접히지 않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는 줄어드니까 갈망은 커져만 간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은교는 7..
이거야 말로 곰덕을 위한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ㅠㅠ 로얄이의 꿈이 이와 같다는.... 샤워하면서 전화해서 마약하자고 하는 곰. 개타는 곰.ㅋㅋㅋㅋ 표정 봐라.. ㅋㅋㅋ 손가락이 없는 곰. 낑낑또도 나랑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으면서 본 영화^-^
'이런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요즘들어 느끼는 감정은 '아득함'이다. '막막함'으로 바꿔 써도 되는 단어이긴 하지만 굳이 이 낱말을 골랐냐 하면, 목표까지 닿기에는 너무 많은 험한 산이 굽이굽이 앞에 서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그걸 넘을 걸 생각하니 팽창하는 우주의 끝에 가 닿을 수 있는 시간만큼이나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고래로 우리 인류 역사 속에 함께 잘 살고, 모두 행복했던 순간이 있기나 있었나 싶다. 그런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게 진보라면, 결국 인간은 진보하고야 말 거라는 막연한 희망 한가닥 부여잡고 가는 게 잘 사는 일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그러니까 나는 어쩌면 매트릭스 밖, 차갑고 고독한 구닥다리 기계 속에 몸을 뉘이며 안락했던 생활을 그리워하는 존재로나 ..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 더 심하게 여기저기 적을 만드는 통에 '내가 뭔가 잘못된 인간임에 틀림 없어'라는 생각도 가끔 들긴 한다. 어떤 사람한테는 "여자들은 맞는 얘길 할 때도 돌려 말할 줄 알아야 하고 남자들 보다는 조금 못난 듯이 해야 성공한단다"라며 좀 말같지도 않은 조언을 최근에 듣기도 했었지. 모 선배가 "저는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쌈질을 하고 다닐까요?"라고 고민하는 나한테 이런 얘길 해줬던 게 기억 났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나오는 주인공이 좀 그런 스타일이던데?" 말하자면 그 캐릭터에서 묘하게 나를 느꼈으니 너도 보고 느껴 보라는 이야기. 그래서 봤다. 일단 임수정은 예쁘다.(나랑은 다르게ㅠㅠ) 말이 많지만 그다지 틀린 말은 안 한다. 물론 남편한테 막 대하는 건 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내친 김에 B급 좌파. 김규항이 쓴 글을 2005년부터 시기별로 엮은 책이다. 지난 대선 때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식이나 부모, 형제도 이명박처럼 살길 바라세요'라는 글이 떠도는 걸 봤다. 물론 MB 지지자에 대한 원망에서 나온 얘기지만, 일견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경영할 대통령을 만든 게 바로 그에게 한 표를 던진 우리 사회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 글을 열심히 들어가던 사이트에 퍼다 날랐다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주요 논거는 "이명박 지지자도 우리 부모 형제고 이웃이고... 네가 그렇게 쉽게 얘기하면서 비웃을 사람들이 아니다." 라는 것. 그 때는 그냥 글을 지우고 그 쪽과 상종 안 하는 걸로 나 혼자 마무리 ..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왜 맘에 안 들면 홍수로 다 쓸어 버리고 노아의 방주만 남긴 거에요?" "하느님은 자신의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아담과 하와의 자손 아니에요? 아무리 우상 숭배를 했다지만 이집트인 장자들만 죽이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큰 의문,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거랑, 우리가 구원 받는 거랑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 거죠?" 고등학교 때였나, 그저 부모님 따라 쭐래쭐래 성당을 다니다가 귀찮아서 안 가겠다고 주말마다 버티기 시작했을 즈음인 것 같다. 내게 기독교라는 종교는 의문 투성이었다. 성경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기도 했거니와, 교리 시간에 배우는 이야기들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하고, 벙..
와 이거 진짜 '입만 살아 있다'더니 정말로 아파트 안에서 복도까지, 그 좁은 공간 안에서 모두 끝낸다. 실제로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희극이 원작이라고. (찾아보니 국내에서도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했었다. 미리 알았다면 한번 가서 보는 건데...) 지난 주 너무너무 피곤했던 터라 보다가 살짝 졸았는데 맥락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재미있다. 언어와 감정을 뒤섞어 가면서 이렇게 폭소를 유발해 내는 작가에게 경외를~!!
휴가가 가는 게 아쉬워서 평소 안 보던 웹툰까지 보게 됐다. 근데 너무 재밌어서 배꼽잡고 웃었지 뭐람. 그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12694&weekday=fri 간만에 만난 완소 캐릭터♡ 대마그룹에서 바른말 하다가 좌천된 정복동 이사. 천리마 마트를 폭탄으로 만들어서 그룹에 드랍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다 보면 재미뿐만 아니라 느낄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천리마마트 같은 직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규삼 작가를 찾아보니 정글고를 그린 만화가였구나. 보다 말았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무려 454회 연재됐다. -ㅁ-;; -천리마마트가 단행본으로도 나왔구나. -천리마마트를 시트콤으로 만든다고 하네? p.s 아아.... 휴가..
때는 1994년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온 션자이와 커징텅. 커징텅과 그 친구 무리는 모두 모범생에 예쁘기까지 한(커징텅은 별로 안 예쁘다고 표현하지만) 션자이를 좋아한다. 션자이는 그들 모두 유치하다고 무시하는 콧대 센 반장이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션자이는 커징텅을 좋아하고, 평강공주가 돼 그를 공부시킨다. 아련하고 따뜻한 이야기인데 초반부랑 중간중간 아메리칸파이 스타일 개그를 집어 넣어서 좀 깬다. 션자이가 끊임 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는 아주 유치하다. 일부러 유치하려고 노력한 듯 보이기까지... 그래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이 흐뭇했던 이유는 그 유치한 게 재미있고 즐거워서겠지. 한국처럼 대만에서도 30대들의 학창시절, 그러니까 90년대 중후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청춘물이 유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