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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전 근무, 오후 공부로 루틴한 일상에 조카님 유치원 하원이라는 중차대한 임무가 추가됐다. 일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오후 4시 45분은 정말 애매한 시간이라 앞 뒤로 뭔가 끼워 넣는다는 게 쉽지 않다.그래서 하원 전 자투리 시간에 그냥 뛰기로 했다^^ 제한 시간은 40분 이내. 마치고 씻는 데까지 1시간동안 최적의 효율을 내야 한다. 반백수 주제에 타이트하게 5km~7km만 뛰자니 좀 아쉽고, 그렇다고 장거리를 뛸 수도 없고, 그래서 인터벌을 함 해봤다. 마침 동네 축구장 둘레에 울퉁불퉁 다 일어났지만 트랙이라는 것이 있고,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 낮에 뛰어도 덥지도 않고, 딱 하나 걸리는 게 예전에 인터벌 하다가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지금은 근육이 꽤 다져졌고, 적당한 속도로 뛰면 괜찮..
벌써 20년지기 친구가 된 머털이 닮은 머털이. 공부하느라 통 소식을 몰랐는데, 오랜만에 만났더니 지금 거주지가 한국이 아니라고... 거기서 뭘 하는데? 머털이가 들려준 얘기는 놀라웠다. 우리가 마지막에 봤던 게 언제더라... 이 친구는 전공에 맞춰서 시험을 봤고, 또 그렇게 전문직이 되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차였다. 개업을 했는데 사무실도 잘 되고 업무와 관련된 책을 냈는데 책도 대박이 나고, 너무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이 친구는 그러다 홀연히 한국을 등졌고, 거기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개에바알자? 네 얼굴에 SW는 고사하고 IT라는 게 없는데?라는 말이 튀어나올뻔 했다. 머털이는 정착하기 위해서 고시공부 하듯이 개발 공부를 했고,..
부산행 열차를 탔을 때였나,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장장 3시간여 시간 때우기를 위해 이 책을 골라봤다. 김연수 작가 책은 일단 안 갖고 있는 거면 사서 쟁여두는 편이라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다. 서울역에서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자마자 책장을 펼쳤는데 어느새 시간은 순삭, 책이 너무 재밌어서 낄낄대고 읽다보니 부산역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거의 다 읽었다. 김연수 작가를 워낙 좋아해서 소설책은 대부분 읽었는데 이 책은 좀 다른 유형의 에세이다. 2009년 '씨네21'에 1년에 걸쳐 두 사람이 연달아 글을 기고했다. 영화를 한 편씩 골라 보고 영화 감상을 포함해 서로에게 편치를 부친다.김중혁 작가 작품은 못 읽어봤지만 김연수 작가를 믿고 책장을 펼쳤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어차피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발표를 앞두고 우울감이 차츰 차츰 짙어지는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집어든 책이 박경리 작가의 '표류도'였고. 주인공 현회의 삶이 전쟁을 거치면서 굴러 떨어지고, 딸린 식솔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빚을 내 다방을 열고 별 잡것들을 상대하다가, 애정을 느끼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남자에게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는 꼭 내가 현회가 표현하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래 이렇게 우울한 책을 읽으면서 우울한 날을 지나보내자..라고 생각하니까 심란함은 한층 더해졌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뛰러 나갔는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달리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되더라. 나중에 런데이가 맛이 가서 그렇게 됐다는 걸 알..
페이스북을 생각 없이 넘겨보다 우연히 김미옥 작가의 포스팅을 읽게 됐다. 페친 중 누군가가 재밌다고 공유를 했으리라. 처절하거나 빈궁하거나 차별 때문에 치이고 억울했던 여러 삶을 쓰는데, 거기에 익살이 가미돼 슬쩍 웃고 말게 되는 글이었다. 바로 프로필을 눌러서 팔로우를 하고 글을 여러 개 읽었는데 본인 글을 '곰국을 끓인다'라고 표현하고 있더라. 댓글이 기본 100건 이상 달리는 걸로 봐서는 이미 페이스북 유명인사인데 내가 너무 늦게 알아봤던 것.이 분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보고 최근 책인 '미오기전'을 읽었다. 누구든, 가난한 사람은 조금 더, 여자들이라면 한층 더 느낄 수 있는 삶의 애환이라는 게 있을텐데 그 애환들을 기가막히게 버무려서 세상 살이가 한 편으로는 서글프면서도 한 편으로는 웃음을 유발..
연례행사로 손기정 마라톤에 나갔다 왔다. 2021년 코로나 때 취소된 걸 빼면 세번째 출전이다. 등록 알람 문자는 더울 때 뜬금없이 오는데, 올해는 하프를 한 번 해볼까?라는 고민을 아주 잠깐 했다가 오버하지 말자 싶어서 10km를 골랐더랬다. 1년에 한 번 뛰는 대회로 손기정 마라톤을 고른 이유는 동계 티셔츠를 주기 때문. 대부분 대회가 반소매티를 주기 땜에 긴소매 티셔츠는 소중하다. 매년 받아서 아주 아주 잘 쓰고 있다. 출전 복장은 언제나 대회 공식 티셔츠다. 올해는 날이 더워서 반소매를 입을까 했는데 새벽에 춥길래 그냥 그걸 입었다. 살짝 더운감이 있었는데 뛰는데 별 무리는 없었음. 이틀동안 술을 마셔서 컨디션이 안 좋았고 그 덕에 아침에 화장실 들락날락 하느라 늦게 나섰다. 이미 화장실에서 기력..
주말 점심 먹고 엄마랑 한가롭게 열혈사제II를 보다가 배경으로 나온 성당이 예쁘고 마당도 넓어서 저긴 어디 성당이래? 이런 얘길 하다 찾아보니 인천 답동성당이란다. 날도 좋으니 그 길로 인천까지 드라이브~~답동성당은 어릴 때 추억이 약간 있는 곳인데, 성당에서 하는 뭔가 대회에서 뽑혀 상을 받으러 인천 주교좌 성당인 답동성당에 갔던 일이 있었다. 꽃다발 들고 성당 오르막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그 때 내가 국딩 1학년인가 2학년이라 상 받는 아이들 중에 제일 꼬꼬마였던데다 오빠도 답동성당까지 가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서 우리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은 곳이다. 내 기억은 해가 엄청 따사로운 봄날, 성당이 엄청 붐볐다는 것 정도가 남아있다. 뭣 때문에 상을 탔는지도 몰랐는데 엄마 얘기론 시를..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 공복혈당 수치가 재작년엔 100이 넘었고, 작년에도 90대가 나와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귀인이 연속 혈당 측정기를 선물로 보내줬다. '카카오 파스타'라는 앱에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혈당이 오르내리는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dexcom G7'이라는 기기다.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피를 보지 않고도 혈당 측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얘길 몇 년 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카카오 파스타가 출시되고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서 약간 유행처럼 당뇨 전단계인 사람들도 한 번씩 착용해서 상태를 살펴보는 것 같더라. 나도 호기심도 들고, 이왕 선물을 받은 김에 그런 트렌드에 편승해 보기로 했다. 일단 혈당 측정기를 배송받아 꺼내보면 애플리..
정식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부상 때문에 또는 코로나에 걸려서 잠깐 쉰 적은 있지만 그냥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히 뛰어 왔다. 뛰는 코스는 한강, 홍제천, 창릉천, 여의도, 남산 등이고 가끔씩 러닝메이트가 되어 주는 문 선배랑 같이 뛰는 것 말고는 혼자 뛴다. 러닝 크루 같은 데 들어가 볼까 기웃대보기도 했는데, 친구가 '달리는 헌팅포차'라는 말을 하길래 나는 안 껴주겠구나 싶어서 안 쳐다보기로 했다.ㅋㅋ (실제로 우리 동네 러닝크루는 2,30대만 받더라. 얘들아 늙은이 좀 껴주라) 훈련만 제대로 하는 러닝클럽에 한 번 들어가 볼까?, 아니다 귀찮다 말자라는 생각을 수십 번은 한 듯. 또 보통 저녁 8시 모임이 많아서 내 스케줄이랑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8시면 술약속 없으면 저녁..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전기포트에 물부터 끓인다. 어제 대충 봐 둔 메뉴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냉장고 스캔 후 그날 쓸 식자재 끄집어 내놓고 물 끓으면 죽을 끓이기 시작한다.쌀을 전날 불려 놔서 금방 익으니까 끓이는 데 10분, 뜸들이기 5분 정도 해서 15분이면 죽 끓이기는 끝난다. 죽이 끓어오르는 동안 야채 등을 파바박 썰거나 갈아 넣는다. 중간에 몇 번 늘러붙지 않게 휘휘 저어주고 참치액젓이랑 소금 치고 간을 본다. 처음에는 양 조절도 힘들고, 너무 묽게 되거나 너무 되직하거나 편차가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얼추 일정해지는 것 같다. 간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처음에 소금 양을 많이 늘렸다가 조금씩 조금씩 줄여봤는데 딱히 민원이 없어서ㅎㅎㅎ) 마지막에 불 끄고 참기름 쪼륵 넣어서 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