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상 노트 (66)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박경리 초기 작품들을 읽고 있다. 첫 장편인 는 전쟁통에 미군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와 동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인 진수가, 에는 전쟁을 겪으며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이 죽고 사생아를 낳고 집안을 건사하기 위해 다방 마담이 된 현회가 등장한다. 는 전쟁 중 피란을 부산으로 피란을 왔다가 통영에서 겨우 의지할 곳을 찾았지만 그 집 부인에 의해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 여성 수옥의 서사와 자살한 엄마를 둔 자식이라는 이유로 애인의 아버지의 반대에 부닥친 명화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어진다.자전적 요소가 많이 포함된 나 에 나와 있듯 박경리 작가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대학을 나올 정도로 인텔리였으나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그 이후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전쟁 미망인으로서, 식솔들을 먹여살려야 했..
부산행 열차를 탔을 때였나,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장장 3시간여 시간 때우기를 위해 이 책을 골라봤다. 김연수 작가 책은 일단 안 갖고 있는 거면 사서 쟁여두는 편이라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다. 서울역에서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자마자 책장을 펼쳤는데 어느새 시간은 순삭, 책이 너무 재밌어서 낄낄대고 읽다보니 부산역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거의 다 읽었다. 김연수 작가를 워낙 좋아해서 소설책은 대부분 읽었는데 이 책은 좀 다른 유형의 에세이다. 2009년 '씨네21'에 1년에 걸쳐 두 사람이 연달아 글을 기고했다. 영화를 한 편씩 골라 보고 영화 감상을 포함해 서로에게 편치를 부친다.김중혁 작가 작품은 못 읽어봤지만 김연수 작가를 믿고 책장을 펼쳤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페이스북을 생각 없이 넘겨보다 우연히 김미옥 작가의 포스팅을 읽게 됐다. 페친 중 누군가가 재밌다고 공유를 했으리라. 처절하거나 빈궁하거나 차별 때문에 치이고 억울했던 여러 삶을 쓰는데, 거기에 익살이 가미돼 슬쩍 웃고 말게 되는 글이었다. 바로 프로필을 눌러서 팔로우를 하고 글을 여러 개 읽었는데 본인 글을 '곰국을 끓인다'라고 표현하고 있더라. 댓글이 기본 100건 이상 달리는 걸로 봐서는 이미 페이스북 유명인사인데 내가 너무 늦게 알아봤던 것.이 분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보고 최근 책인 '미오기전'을 읽었다. 누구든, 가난한 사람은 조금 더, 여자들이라면 한층 더 느낄 수 있는 삶의 애환이라는 게 있을텐데 그 애환들을 기가막히게 버무려서 세상 살이가 한 편으로는 서글프면서도 한 편으로는 웃음을 유발..
오늘은 누구에게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이건 떼쟁이 조카건 9층 강아지건 아파트 앞 마당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건 아무나 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런 똥손이 없었는데 피켓팅이라는 데 참전해서 얼떨결에 포도알을 하나 잡았다. 꿈이냐 생시냐.. 이번에는 예술의전당 2층. 표를 갖게 된 다음부터 정말 설렜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그냥 기분도 좋고 상쾌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이런 엄청난 공연을 보려고 그랬는갑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1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Op.73 협연: 임윤찬 2부: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지휘 & 오케스트라:얍 판 츠베덴 & 서울시향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베토벤님이 의도했던 바를 잘 들려줄테니 이제 '황제'라고 그만 불러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Op.58 베토벤 교향곡 3번 Ep장조 Op.55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뮌헨필하모닉 협연: 임윤찬 공연장: 세종문화회관고대하던 임윤찬 연주를 직관했다. 손이 느려서 처절하게 모든 공연장 예매에 실패한 로얄...평소에 아이돌이라도 좋아하지 그랬니.. 팬 게시판에 상주하다가 취소표 공지 뜬 보고 들어가서 정말 운 좋게(?!) 세종 3층 천당석을 잡았다. 물론 앞 자리에서 보고 싶었으나 이게 어디냐며 고이고이 저장해뒀다가 드디어 관람했다. 우선 모든 연주가 훌륭했지만 앵콜로 연주한 리스트 사랑의 꿈 때문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들 무렵, 뇌우가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 속을 걷는 꿈을 꾼다. 회오리 바람 때문에 보이는 모든 게 불규칙하게 휘돌아 ..
나름 책 읽는 걸 즐기고,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면서 토지를 읽을 생각을 그동안 왜 안 해봤는지... 내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을 이제서야 만났다. 시작은 올해 1월 황작가 제안이었는데,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렸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흠뻑 빠져들었다. 엄마, 아빠 차례대로 병원 입원하셨을 때 보호자로 있으면서 1부를 거의 읽었고, 제일 많이 읽은 장소는 지하철이다. 신림동까지 오가는 길이 1시간 정도 걸리니까 책 읽을 시간이 충분해서 좋았다. 물론 글이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몇 번 있고 내려서 플랫폼에서 읽다가 학원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뛰어간 적도 있지만.. 6월부터는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읽기를 중단했다가 시험 끝나고 다시 이어서 읽었다. 20권이라..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요, 여러분의 인내 덕분에 이 사회가 여기까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여기까지 참아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에, 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91퍼센트 상당까지 설치되었고, 서울 시내 저상버스가 55퍼센트 상당 설치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장애인들끼리 정치인을 찾아가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설치해주세요'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감하는 시민께서 함께 불편함을 호소하고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순간부터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정말 딜레마이고 죄송할 다름인데요... 그럼에도 시민 여러분이 불편함을 감수해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
안드라스 쉬프 경 리사이틀은 연주 곡 목록이 미리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주회장, 그 날의 분위기 등을 보고 피아니스트가 당일 연주곡을 결정하고, 공연 중에 곡명과 작품들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 포인트를 직접 설명해준다. 작년부터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번에 한국 순회 연주를 한다고 해서 경기아트센터에서 하는 10월 6일 공연을 관람했다. 헝가리 태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쉬프경은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통역을 해줬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문 피아니스트의 음악에 대한 느낌과 감상까지 함께 전해져서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연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피아노 꿈나무 옆에서 등을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공연이었다. 피..
왜 책을 살 때 한 권 사서 읽고, 다 읽으면 또 사는 게 안 될까. 오랜 고민이다. 욕심에다 스스로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지 객관화가 안 되니까 4~5권씩 사서 2~3권 읽고 또 다른 책들 사서 2~3권 읽고... 그래서 책꽂이에 언제나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고, 가끔씩은 내가 그 책을 샀는지 어쨌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주문하려던 찰나에 책장에 꽂힌 걸 발견하는 일도 가끔 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그런 책이었다. 그 시절에 마침 클래식에 궁금증이 좀 생겼던 것 같은데, 먼저 읽고 싶은 소설책이나 역사책이랑 같이 주문을 하는 바람에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고, 그렇게 10년 넘게 계속 밀리고 밀려난 책. 먼저 펼쳐보는 책이 소설-에세이-사회과학 및 역사 순서이다보니 문화예술 관련..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독의 차이가 생각나는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살아가면서 인생에 따옴표나 방점이 찍히는 순간들이 있다. 졸업 및 입학, 취업, 퇴사, 만남과 헤어짐,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이번달 말에 있을 합격자 발표. 처음으로 방점을 찍은 후에도 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