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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단감
어떤 걸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 대상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변 환경 때문인 경우가 있다. 내게는 한파 속에서 마시는 술, 비오는 날, 달리기와 사이클링, 알고 있는 몇몇 사람 등이 그렇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닌데, 그것과 관련된 추억들이 쌓이면서 점점 마주치는 걸 즐기게 됐고, 어느새 그자체의 매력에까지 끌리게 된 것들이다. 단감은 아마 스무살 넘기 전에는 누가 깎아서 입 앞에 대령해 줘도 먹을까 말까 한 과일이었을 거다. 맛있게 단 것도 아니고 신 맛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보기와는 다르게 단단해서 식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덜 익으면 떫고 냄새도 별로. 과일 가게에 쌓인 단감을 보면서 저걸 돈 주고 누군가 사서 수고롭게 깎아 먹는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홍시..
새로 안 세상
2024. 11. 12.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