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티스토리챌린지 (2)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전기포트에 물부터 끓인다. 어제 대충 봐 둔 메뉴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냉장고 스캔 후 그날 쓸 식자재 끄집어 내놓고 물 끓으면 죽을 끓이기 시작한다.쌀을 전날 불려 놔서 금방 익으니까 끓이는 데 10분, 뜸들이기 5분 정도 해서 15분이면 죽 끓이기는 끝난다. 죽이 끓어오르는 동안 야채 등을 파바박 썰거나 갈아 넣는다. 중간에 몇 번 늘러붙지 않게 휘휘 저어주고 참치액젓이랑 소금 치고 간을 본다. 처음에는 양 조절도 힘들고, 너무 묽게 되거나 너무 되직하거나 편차가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얼추 일정해지는 것 같다. 간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처음에 소금 양을 많이 늘렸다가 조금씩 조금씩 줄여봤는데 딱히 민원이 없어서ㅎㅎㅎ) 마지막에 불 끄고 참기름 쪼륵 넣어서 저어..
어떤 걸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 대상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변 환경 때문인 경우가 있다. 내게는 한파 속에서 마시는 술, 비오는 날, 달리기와 사이클링, 알고 있는 몇몇 사람 등이 그렇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닌데, 그것과 관련된 추억들이 쌓이면서 점점 마주치는 걸 즐기게 됐고, 어느새 그자체의 매력에까지 끌리게 된 것들이다. 단감은 아마 스무살 넘기 전에는 누가 깎아서 입 앞에 대령해 줘도 먹을까 말까 한 과일이었을 거다. 맛있게 단 것도 아니고 신 맛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보기와는 다르게 단단해서 식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덜 익으면 떫고 냄새도 별로. 과일 가게에 쌓인 단감을 보면서 저걸 돈 주고 누군가 사서 수고롭게 깎아 먹는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홍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