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5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년에 한번씩은 부산에 가는 것 같다. 충동적으로 가는 여행은 보통 가까운 영종도인데 부산은 벌써 두 번이나 뜬금없이 갔다. 작년 새해 일출 보러 한 번, 이번엔 대구 출장 가면서 또 한번. 충동여행이 좋은 점은 좀 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고 안 좋은 점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갑자기 호텔을 예약했더니 너무 비쌌다. 연휴라 더더욱 비쌌다. 남은 방도 몇 개 없는데 평소보다 2~3배씩 받았다. 뭐 어쨌거나 부산은 참 좋다. 갈 때마다 좋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불어도 안 불어도, 비가 와도 날이 맑아도 할 일이 있고 볼거리가 있고 먹을 게 있다!
재작년부터 제주도 갈 일이 갑자기 늘었다. 그 해 여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더운 날씨 속에서 자전거를 탔었는데, 그 후로 제주도 갈 일이 자꾸 생긴다. 폭염을 견디면서 끝까지 완주한 데 감복해서 설문도 할망이 복을 주신건가.(고맙수다) 이번에는 바닷가는 안 가고 주로 중산간 위로만 다녔다. 제주도는 몇 번 안 가봤을 때는 바다로만 돌았는데, 좀 익숙해지고 나니 자꾸 산이랑 오름에 오르고 싶다. 주말 내내 제주도에 돌풍을 동반한 비가 올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맑았다.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가도 렌트카 찾고 하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렌트카 셔틀 기다리고 키 받아 나오는 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제주도 대중 교통 정비 좀...) 8시 반 넘어 차를 받고 바로 영실코스 찍고 내달렸다...
벚꽃이 지면 봄이 다 지나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벚꽃이 지고나면 만개하는 예쁜 봄꽃도 많다. 아산에 간 김에 현충사에 들렀는데 서부해당화가 활짝 폈다. 꽃잎이 겹겹이 나서 한송이 한송이 탐스럽다. 유명한 홍매화가 피는 초봄이나 단풍이 멋드러진 가을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4월말 연두빛 현충사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4월말에 남한산성에 올랐는데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여전히 펴 있어서 서울 근교라는 게 믿기지 않을정도였다. 노란 죽단화가 중간중간 포인트가 되고, 조팝나무, 이팝나무도 흩뿌린 듯 하얀 꽃들을 피웠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 벚꽃이 가고 나면 역시 철쭉이다. 내가 바로 꽃분홍이다!!! 요즘엔 철쭉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우리 집에서 올림픽대로로 나가는 램프도 철쭉으로 뒤덮여 ..
작년 3월에 발목을 다치고 1년동안 할 수 있었던 운동은 자전거 타는거랑 요가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등산도 가능할 정도가 됐다. 병원 갔을 때 의사가 반깁스를 해주면서 인대는 자기가 회복하는 거라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진짜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있구나 싶다. 어쨌든 발목 때문에 두 번이나 고생고생 해봤으니 이제는 조심 좀 하자- 북한산은 늘 좋다. 비봉 쪽으로 올라가다 능선에서 향로봉 방향으로 꺾으면 너른 바위가 나오는데, 서울 시내랑 북한산 봉우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작년 이맘때 즈음 경주에 갔었는데, 불국사에서 석굴암 올라가는 길 단풍이 정말 멋져서 그걸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또 경주로 향했다. 석굴암 오르는 길은 중간까지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위를 보면 형형색색 나뭇잎들이 춤을 추고 그 사이사이로 햇살이 비춰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다. 또 낙엽 덕에 걷는 길도 울긋불긋, 갖가지 모양과 색깔 나뭇잎들이 겹겹이 쌓여서 돌길을 걷는데도 묘하게 푹신푹신한 느낌이 든다. 올해는 단풍의 절정에 방문을 한 터라 석굴암 가는 길은 아직 단풍이 덜 들었지만 경주 시내 전체가 붉게 물들어서 또다른 흥취를 줬다. 이번에는 2박3일 있었는데,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고 그냥 슬슬 거닐면서 도시 구경을 했다. 가는 곳마다 경주는 조경을 정말 신경 쓰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
오늘 들은 덕담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문장. "더 사랑하자"란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퍼주는 해가 되길! 2016년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좀 지나갔으면 하고 바랬는데 마지막 날까지도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원래는 부산에서 놀러 온 친구 데려다 준다고 광명역을 가려고 했는데 그냥 같이 부산까지 갔다. 부산 가는 길에 그동안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봉하마을도 들르면서 느릿느릿 갔다. 그래도 2016년은 빨리 끝나지 않더라. 도착해서 짐 풀고 저녁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부산촛불 구경하러 다녀왔더니 그제서야 하루가 마무리 됐다. 전에는 일출을 보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자기전에 해 뜨는 시간을 찾아보니 부산은 7시32분에야 뜬다고. 6시반에 일어..
오랜만에 인천에 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자면 어차피 멀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물론 일은 잔뜩 쌓여 있지만 토요일에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내려고 한다) 공항철도를 탔다. 별 생각 없이 간건데 의외로 기분 전환이 됐다. 지난번에 출장 가던 길에 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 타는 곳'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저건 대체 뭘까 싶었다. 검색해보니 용유도 끝자락, 무의도 가는 배 선착장까지 가는 스카이레일이었다. 지금은 시범운행 중이라 공짜로 탈 수 있는데, 로얄이도 한번 타봤다. 귀여운 두량짜리 열차고 아기들 데리고 타는 가족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엠티가는 듯한 젊은이 무리랑 같이 탔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아기들 괴성 지르면서 뛰어다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듣기 싫다.ㅠㅠ..
뉴욕에 가겠다는 얘길 들은 모든 사람들의 반응. "와! 좋겠다아~~!!" 그리고 또 이어지는 말, "뉴욕이 겨울에 그렇게 춥다던데?" 그렇다. 뉴욕은 겨울에 춥다. 한국보다 더 춥다고 했다. 그래도 섹스앤더시티 주인공들은 예쁜 코트 입고 예쁜 모자 쓰고 잘 돌아다니던데?라며 호기롭게 떠났다. 그런데 공항에서 나와 에어트래인 타러 가는 길부터 너무너무 추웠다. 너무너무 추워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잠시 들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었지만 그래도 뉴욕에 가니까 좋아서 씩씩하게 걸음마를 뗐다.오예!! 숙소에 가려고 8av 포트어서리티역에 내려서 문을 나서자마자 본 풍경. 나중에보니 42번가, 타임스퀘어로 들어서는 길목이었다. 비행기에서 오래 머문 탓에 거의 11시가 다 돼서 도착했는데도 휘황찬란. 역..
사표를 집어던지지는 않고 곱게 봉투에 넣어서 두 손으로 드린 로얄. 그 다음날 슈우우우우웅~~ 슈웅~ 슝~~~~~ 이젠 날아봅시다~! 저녁 비행기에다 전날 술 퍼마시고 늦게 자고 약속이 있어 일찍 일어난 터라 굉장히 피곤했다. 타자마자 나도 모르게 꼬르륵 잠이 들었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 오지랖이 장난이 아닌거라. "한국 사람이야? 난 일본사람인 줄 알았어"라고 한 마디 한 뒤부터 친한척을 시작했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기내식 먹으라고 깨우고ㅠㅠ 뭐 딸 같아서 그랬겠지만... 계속 자다가 영화 보다가 책 읽다가 하면서 용케 대화를 피했는데, 공항에 도착해서가 문제였다. 주기장에 다른 비행기가 있어서 30분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계속 도킹이 늦어지면서 두시간을 그대로 보내야 했던 것. 이제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