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5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늘은 이번 겨울 눈이 제일 많이 온 날이다. 창밖을 보니 아직도 눈이 펄펄 온다. 햇볕 쨍- 하던 맑디맑은 프라하가 갑자기 떠올랐다. 프라하는 생각보다 더 낭만적인 도시였다. 길거리 어딜 가나 음악이 흐르고, 대부분 사람들이 손을 잡고 걸어다녔다. 혼자 거리를 걷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울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 후 짐을 풀고 바로 거리로 나섰다. 12시가 다 돼서 우선 시계탑으로 향했다. 시계탑은 그냥 찾아가려면 좀 어려운데, 시내 한가운데 있다. 지도를 들고 찾아가도 복잡한 곳이 프라하다. 아무튼 저기가 중간쯤이겠거니 하면서 걸었더니 어느새 눈 앞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걸어가는 게 제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12사도를 보기 위해 모여든..
그러고 보니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 스키장 다녀온 뒤로 1년간 못 갔다. 그래서 이번엔 연초부터...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요건 올만에 요리한 거. 매번 두부를 다 못 먹고 버려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튀김두부'를 먹는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두부를 직사각형으로 썬 다음 밀가루를 묻힌다. 전분이 없어서 밀가루로... 그 다음 튀기면 완성. 두부에서 수분이 나오니까 물을 잘 빼주는 게 중요하다. 계란도 너무 많아서 참치랑 무청시래기랑 섞어서 전을 부쳤다. 술안주로 제격일세~
강릉행 밤기차를 타고 태백산으로... 밤을 헤치며 오르는 길에 동쪽 지평선 너머 안개 속에서 미명이 움튼다. 2시간 남짓 부지런히 걸어 문수봉에 이르르니 벌써 하늘이 하얗다. 떠오르는 해. 순식간에 지평선 절반을 넘고 세상을 비췄다.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던데, 이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 가서 그런가, 동그랗고 말간 해를 볼 수 있었다. (자랑 같지만 작년 1월 설악산 대청봉에서도 일출을 봤었지... ㅎㅎ 그럼 내가 3대 덕자?) 일출을 보길 기원하며 쌓아 놓은 돌탑이겠거니... 지난 한해는 시작도 밍숭맹숭 했고 나름 괴로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2013년은 초반부터 일도 재미있어지고, 좋은 사람도 정말 많이 만났다. 외로워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사실 외로움을 못 느끼..
새벽부터 서둘러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탔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출발해서 프라하까지는 약 5시간 반 걸린다. 5시간 반이면 국경을 넘어 동유럽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이 "동유럽 쪽은 치안이 불안하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은 됐지만 그래도 프라하에 가본다는 기쁨이 더 컸다. 간밤에 맥주를 퍼 마셨는데도 용케 일어나서 첫 버스를 타고 역에 도착했다. 기차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마주보고 있다. 거의 2시간 넘게 혼자 앉아 있었는데, 책 읽기도 잠 자기도 좋다. 맥모닝이랑 커피를 사서 탑승. 새벽 6시 20분. 각 칸마다 미닫이 문이 달려 있다. 프라하 가는 표. 독일은 평평하다. 달리는 내내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진 초록 평원을 연기를 내뿜으며 한 줄기 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상상했..
아직도 베를린을 생각하면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그립다. 사진을 다시 보니 또 한번 그 곳에 가고 싶어진다. 베를린에서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베를린 의회 의사당 돔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원래 밤 9시반이었나 마지막 시간으로 예약을 했는데 기다리기 힘들어서 빨리 갔다. 독일 사람들은 철저하게 원칙대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도리가 있다. 예약을 몇 시에 했든 상관 없다며 들어가라고 한다. 의사당 앞에는 역사를 새긴 돌이 죽 늘어서 있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슈프레강을 굽어 보고, 광활한 티어가르텐을 눈으로 훑다 보면 아직 떠나기 전인데도 그리움에 사무친다. 베를린 필하모니,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
가는 단풍이 아쉽다. 다음주면 정말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산에 갔다. 관악산 초입 산 중턱만 올라도 단풍은 사라지고 황토색으로 바삭 마른 잎들이 위태위태하게 가지에 달려 흔들린다. 정상 부근에서 보니 벌써 대부분 가지만 남았다. 눈이 내리면 참 예쁠 것 같다. 봄에 걸었던 홍등을 맨 윗부분만 남기고 뗐다. 벌써 내년을 준비하는 듯. 정상에서. 산 위에는 벌써 얼음이 얼었다. 다음에 등산할 때는 와이어를 끼고 와야 할지도... 태양이 산을 타고 기울듯 올해도 느릿느릿 기울어 간다.
그러고 보니 2006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는 100% 출석. 오늘도 내가 갔으니 우승할거라고 생각을 했다만, 정규시즌에도 이렇게 신명나게 치고 이기는 경기는 쉽게 보기 힘들게다. 이번에도 아는 선배 신세를... 정말 고맙습니다ㅠㅠ 준비물. 유니폼, 막대풍선, 머리띠. 추워서 장갑이랑 담요를 챙겼다. 작년엔 지마켓에서 담요를 나눠줬었는데 올핸 안 주더라;; 휴지는 우연하게 발견한 건데 질도 괜찮고 쓸만하다.ㅋㅋ 좀 더 사 놓을걸. 이번 경기는 4회에 너무 빨리 승부가 나 버려서 어떻게 보면 좀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4회까지만 해도 ㅎㄷㄷ 했다. 재미있는 건 멋대로 씨부린 말이 씨가 되더라는 것. "야 속닌아 걍 눈감고 쳐라, 어차피 저건 치지도 못하는데 스트라잌 안 넣고 뭐하는거야?" 그랬더니 바로..
주말에 표를 특템하고나서부터 듀근듀근듀근... 일요일 표를 구했는데 우천 순연돼서 퇴근하는 대로 부랴부랴 인천으로. 문학하면 파파이스, 치맥하면 핫윙10조각. 칰힌사러 가는 길... 그린존. 담에 여기 한번 앉아봐야지. 칰힌 사러 가는 동안 연타석 홈런을 맞았다 ㅠㅠ 사순아 돌아다니지 말고 응원하라니까. 오늘은 운동장은 거의 안 찍었다. 에그에그에그머니... 오늘 경기만 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 실력이 전혀 아니올시다. 잔루는 정말 고질병인듯 ㅠㅠ 탈리오는 뜬금 없이 털리오가 되는구나. 2회에서 삼진 잡는 것 보고 오늘 감 좋다 했는데, 한 경기에서 이렇게 들죽날죽 해서야. 고모고모, 션이가 뒤집기 성공 했으니까 삼성이 우승할거임!!
부산에 간 김에 머털이를 보려고 대구로 ㄱㄱㅆ~~ 머털이는 학교도 잘 다니고 일도 잘 하면서 지내는 것 같았다. 얼굴이 좋아서 안심! 동대구역에서 머털이를 만나 바로 경북대 쪽으로... 아앗... 또 사진을 안 찍어놨는데, 아나고 숯불구이를 먹어봤다. 대구에는 은근히 명물이 많은데, 머털이 얘기론 먹고 살 게 없어서 시에서도 이것 저것 띄우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한다.(지방의 슬픈 현실) 아무튼 특이하고 맛있었다. 장어는 좀 기름져서 부담스러운데 아나고는 기름기가 적어서 오히려 더 나았다. 암튼 그렇게 한잔 하고 아침에 해장 하려고 해장국집에 가서 추어탕을 시켰는데 맛이 더럽게 없었음. 도대체 어떻게 간을 해야 그 따위 맛이 나오는지.. 경상도 음식 맛없다 맛없다 하는 걸 웃어넘겼는데 좀 알겠더라. 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다녀왔다. 영화 딱 하나 보고 술만 퍼먹다 온 작년처럼 되지 말자며 부지런하게 표를 예매해서 이번에는 이틀동안 4편이나 보고 왔다. 표 사겠다고 아침 8시부터 뻗치기하신 선배들께 감사!! 금요일에 부산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8시 '창수'를 봤는데... 에이 ㅆㅂㅆㅂㅆㅂ.. 술이 미친듯이 땡기게 하는 영화... 임창정이 연기를 너무 잘하는 것도 짜증났다.ㅠㅠ 좀 어설프면 얼마나 좋아.. 광안대교 광안리 방황하는 중생들 영화 보고 조개구이, 장어구이, 매운탕 먹고 마시고, 금수복국 먹고 영화 보고 OPS(옵스) 가서 빵 먹고 영화보고 밀면 먹고 그랬는데 영화관도, 먹은 것도 딱 하나씩밖에 안 찍어놨다. 너무 재밌어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