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전 글/로얄의 평범한 여행 (5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금오도를 나와 바로 순천으로 향했다. 순천에 가자마자 들른 경자네집. 맛있어ㅠㅠ 남도 음식이 내 입맛보다 좀 짜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식재료가 워낙 좋아서 어딜가나 만족스럽다. 경자네집은 중앙시장 부근에 있는데 3시부터는 문을 닫고 식사를 하신다. 헐레벌떡 찾아갔다. 경자네집에서 나와서 66,67,670 버스 중 하나를 타면 순천만에 갈 수 있다. 해가 저무는 순천만. 봄보다 갈대 키가 높아 더 멋진 풍경. 새들이 열을 지어 왔다갔다 하는데 장관이다. 높이 날아서 제대로 못 찍은 게 아쉽구만. 어쩜 이렇게 강이 미끈하게 빠졌는지.. 꼭 유리가 깔린 것 같다. 새들이 추는 춤을 그대로 비춰준다. 순천만의 노을. 눈물나게 아름답다. 딱 보름이라 가기 전부터 기대를 했더랬다. 갈대밭 한가..
혹시 생각 있으면 오라는 얘기에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말 하지만 말고 가고 싶을 때 가자!!" 라고 마음 속으로 두 번 외친 바로 다음날 휴가 내고 남도로 떠났다. 새벽 5시 20분 첫 KTX를 타고 열심히 달렸다. 물론 그 전날 또 술을 왕창 마신 덕에 타자마자 뻗어서 도착할 때쯤 겨우 일어나긴 했지만... 9시 여수엑스포역 도착! "야 너 오라니까 진짜 동네 마실 가듯 쉽게 오냐?"라면서 반겨주는 친구들^^ 배타고 금오도로. 금오도는 목재가 좋고 사슴을 풀어 키워야 해 조선시대에는 봉섬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 말인 즉슨 사람이 못 살았다는 것.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120년 전부터라고 택시아저씨가 설명해줬다. 바다다. 남해안이다. 비렁길. 벼랑을 비렁이라고 한다고. 5코스까지 있..
우편함에 두툼한 봉투가 들어 있어서 보니 프랑스에서 편지가 왔다. 무려 정부에서 보낸거라 가슴이 두근두근. 이것이 속도위반 고지서 되시는구나. ㅠㅠ 소매치기 당하고 과속딱지 받고 여행의 여운이 참 길기도 하다. 나름 속도 봐가면서 달린다고 달렸는데 이런 일이. 다시한번 우리 내비에게 감사하면서 조용히 결제를 했다. 과속단속 범칙금 납부팁/ 열어보면 불어로된 종이 세 장이 나오는데 당황하지 말고 첫번째 녹색종이 하단에서 얼마가 부과됐는지 확인하고 (로얄이는 렝스에서 까엔으로 가는 길에서 27km/h를 과속해서 90유로를 때린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두번째 주황 종이에 씌어있는 www.amendes.gouv.fr 에 접속해서 no. de Telepaiement 번호랑 키(cle)값을 입력하고 마스터나 비..
전부터 프랑스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언제까지 때를 기다릴게 아니라 그냥 짧더라도 휴가 때 다녀오자 싶었다. 일정은 7박9일, 첫 이틀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를 빌려서 지베르니-에디프-에트르타-몽생미셸을 다녀왔는데, 운전하는 것도 정말 즐거웠고(내가 언제 170킬로로 달려보겠냐) 경치든 뭐든 다 좋았다. 영국 연수간 선배를 항구에서 픽업해서 같이 다녔는데 그것도 신선한 경험. 그 다음은 평범하게 파리 시내, 미술관, 에펠탑, 샹젤리제, 베르사유 등등. 소매치기한테 돈이 다 털린데다 시간도 없어서 쇼핑은 안하고 루브르박물관, 뽕삐두센터, 오르셰미술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첫 숙소가 몽마르뜨 쪽이었는데 치안이 안 좋다던 평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늦게까지 불켜진 식당이 많고 북적거려서 그냥 그쪽에..
통영에 다녀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고개 하나 넘으니 바다 내음이 온 도시에 퍼져 있었다. 신선한 바람에 비릿한 냄새가 실려왔다. "좋은 일로 왔으면 참 낭만적이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깐 밤바다에 나가 걸었다. 혼자 부두에 나갔는데 배들이 찰랑찰랑 움직이고 있어서 무섭지도 않고 외롭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유달리 문상 다녀올 일이 많았다. 천수를 누리고 죽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다.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다. 누군가 죽었다는 게 꿈을 꾼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분 잘 계시냐"고 물어보면 "어, 요즘엔 건강하셔"라고 대답해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찰나에 결정나는 것처럼 꿈과 생시가 뚜렷하게 구분이 안 된다. 사실은 통영에 다녀왔다는 사실도 있었던 일..
지난 전주 영화제에서 본 '위 아 더 베스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전자 기타가 사고 싶은데 용돈으로는 부족한 아이들은 지하철 역에서 구걸을 한다. 처음에는 "기타를 사게 도와주세요"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부모님은 술주정뱅이에 동생들은 아프고... 어쩌고"하면서 거의 목마른 사슴 레퍼토리로 변하는데, 그 때 지나가던 한 부부가 한 말이다. 국민들이 구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 그게 그렇게 힘든걸까. 점점 노동자가 살기 척박하게 변하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왜 다들 서비스 질이 안 좋아졌다고 불만을 터트리면서 "그 회사는 잉여 인력이 많아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하면 그냥 끄덕이고 마는건지? "그 회사 연봉도 많이 받고 일도 편하다"고 하면 그런 일자리를 더 만들 생각을 하지..
부음 소식을 듣고 갑작스럽게 여수에 가게 됐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실재(實在)한다는 걸 안 게 스무살을 막 지난 때였는데, 타인의 눈물 때문에 내 가슴이 아플수도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친구와 그 동생이 빨리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서울에는 관악구가 있다. 강원도 못지 않게 경치가 멋있는 곳이다. 오늘만은.ㅋㅋ 관악경찰서를 지나 관악산으로.. 눈 내린 다음날 해가 뜨니 눈이 부셨다. 주말이고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서 사람이 많겠다싶긴 했는데 역시나... 거의 가을 단풍질때만큼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오늘은 사람 싫은 줄 몰랐네요. (역시 폰 사진이라 색감을 잘 못 살리는구나.) 늘 찍는 곳에서... 엄지랑 검지만 전기가 통하는 장갑을 꼈는데 사진이 이렇게... 눈 쌓인 암자가 참 예쁘다. 하얀 산등성이. 온 세상이 하얗다. 하얀 눈꽃도. 정상 너른바위도 눈으로~~ 전등에도 눈꽃이 폈다. 설국. 겨울은 참 나기 힘든 계절인데, 눈이 있어서 그나마 차가운 공기와 을씨년스럽고 쓸쓸한 느낌을 잊게 해준다. (관악산, 2014. 2. 9 눈..
1월 중순 간다간다 했던 원주 황작가네 다녀왔다. 황작가네는 중앙고속도로 신림톨게이트 바로 앞쪽에 있어서 차로 가기 편하다. 몇 년전 여름에 갔을 때 황작가네 집 대문을 보고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서너 계단을 올라가게끔 축대가 쌓여 있고 양쪽으로 나무를 심어 문 대신 삼았는데 그 앞에 심어진 꽃들이랑 잘 어우러졌다. 도시에서만 자란 로얄이로서는 전원 생활의 로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취였다. 겨울에 가니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이 앙상하게 남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농촌에 가면 확실히 계절이 변한 걸 느낄 수 있다. 신림에서 가까운 곳에 '은혜갚은 까치'로 유명한 상원사가 있다. '은혜갚은 꿩'이 원본인데 동화로 알려지면서 꿩이 까치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등산로 입구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 중문 쪽에서 성판악 가는 방법은, 5번 버스-서귀포 시외버스정류장-5.16도로 타는 버스(정류장 가면 많이 있다). 버스 기다리고 어쩌고 하면 시간이 후딱 가니까 등반 예정 시각 1시간 정도 전에 출발하는 게 좋다. 성판악-백록담은 단체가 아니라면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백록담-관음사는 스틱이랑 접지력 좋은 등산화가 있다면 3시간~3시간 반, 그게 아니라면 무한정... 관음사 휴게소에는 주말만 제주 시내까지 금방 가는 버스가 있는데, 4시 30분에 온다.(3시 타임에도 하나 있다는데 정확한 시각은 잘 모르겠다) 그 버스를 타고 제주대까지 가서 제주대에서 환승해서 공항이나 제주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 앞. 외돌개가 저 멀리 보이는 조용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