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본문
때는 1994년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온 션자이와 커징텅. 커징텅과 그 친구 무리는 모두 모범생에 예쁘기까지 한(커징텅은 별로 안 예쁘다고 표현하지만) 션자이를 좋아한다. 션자이는 그들 모두 유치하다고 무시하는 콧대 센 반장이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션자이는 커징텅을 좋아하고, 평강공주가 돼 그를 공부시킨다.
아련하고 따뜻한 이야기인데 초반부랑 중간중간 아메리칸파이 스타일 개그를 집어 넣어서 좀 깬다. 션자이가 끊임 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는 아주 유치하다. 일부러 유치하려고 노력한 듯 보이기까지... 그래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이 흐뭇했던 이유는 그 유치한 게 재미있고 즐거워서겠지.
한국처럼 대만에서도 30대들의 학창시절, 그러니까 90년대 중후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청춘물이 유행인가 싶다. 음 대만과 한국의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보면 90년대를 살아 본 사람들은 역시 그 때를 그리워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두텁게 중산층을 이루고 있던 부모님들은 여유롭고 가치 있는 삶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고, 대형 기획사와 무관하게 가수들은 온갖 장르의 음악을 쏟아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어른이 돼 꽤 윤택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 풍성한 시절, 우리가 젊었고 피는 끓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영화 보고 나와서 '동갑내기 남자친구'의 유치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영화를 같이 본 선배는 성숙한 남자를 만나서 이해받고 조언도 얻는 걸 선호해서 동갑 남자는 힘들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라는 이야기를...(실제로 무지 어른스런 남편이랑 살고 있다) 나는 돌이켜 보니 언제나 2살 차 이내 남자들만 만나서 항상 유치뽕짝 아웅다웅 싸우고 하여튼 뭘 해도 시끄럽게 지냈던 것 같다. 아... 결국 유치함을 못 벗어나는건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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