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살바도르 달리와 디즈니의 만남, '데스티노' 본문
페북 친구가 타임라인에 올려줘서 보게 된 영상. 달리와 디즈니가 만나 만든 애니메이션 <데스티노>다.
1945년 시작된 프로젝트는 전쟁 여파로 재정이 어려워져서 중단됐고 2003년에야 제작이 완료됐다고.
영상만 언뜻 봐서는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난 영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배경지식 없이 내용을 해석해보려 하니 이해하기 난감하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크로노스(Chronos)'를 다뤘다. 크로노스는 하늘을 다스리는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식이다. 크로노스는 어머니의 명을 받고 키클로페스(외눈 거인)를 지옥에 가둔 우라노스를 습격하고 왕이된다.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와 결혼해서 6명의 자식을 낳지만 자식에게 왕위를 찬탈 당한다는 신탁을 받고 자식들을 삼켜버린다. 막내 제우스가 태어났을 때 레아는 돌을 대신 삼키게 해 제우스를 살린다. 결과는 다들 아시는 그대로....
까지 생각하고 나면 왜 이 영상에서 시계가 중요하게 등장하는지 아리까리 해진다.
그래서 더 찾아보니 Chronos는 '연대학'이라는 또 다른 뜻도 가지고 있다. 크로노스가 자식들을 삼키는 건 시간이 지나면 땅이 모든 것을 삼키는 것을 은유한다고 한다.
흐르는 시계로 시간의 연속성을 파괴한 달리가 작업한 영상이 시간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크로노스 신화라. 시간을 굴절시켜봐야 결국 신탁대로 모든 게 이뤄진다는 운명론이 달리와 디즈니가 함께 생각해 낸 결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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