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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다친 발목이 아직도 다 낫지 않아서(의사 얘기로는 앞으로 3~4개월은 뻐근한 느낌이 있을 거란다) 어디 간다는 건 생각도 못하고 본가에나 가서 시간을 보냈다.첫 날은 그렇게도 사고 싶었던 레고-디즈니성이 때마침 배송 와서 조립하느라 보냈고, 그 다음 날은 남은 일거리를 '꾸역꾸역' 처리했다. 정말 귀찮은데 해야 하는 일들을 어느정도 마무리 하고 그냥 쉬면서 소설이나 좀 읽자하고 '장미의 이름'을 폈다.기본 장르가 스릴러고, 전에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술술 읽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장 한장 넘기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서두에 장황한 시대적/사상적 배경이 나오는 부분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좀 힘들었다. 나중에는 대충대충 보아 넘겼는데, 그래서 줄거리가 이어지는 중간중간 앞으로 돌아가서 ..
그 추운데 광화문 나가서 촛불 든 게 아까워서 생각도 안 하던 비판적지지라는 걸 하게 생겼다. 비판적 지지에 비판적이었던 로얄이가 비판적지지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드는 너! 대체 누구냐? 재작년에 회사를 꾸리기 시작한 다음부터 골치 썩을 일은 거의 회사 일이었는데, 회사가 좀 안정돼 가는 느낌이 드니까 하나둘 신경 쓰이는 게 생긴다. 발목을 다쳐서 벌써3주째 반깁스를 하고 있고ㅠ 그와중에 아파트 상가에 있던 마트가 없어졌다. 생활의 질이 뚝 떨어지는 느낌... 가까운데다 대형마트보다 제철 채소가 싱싱하고 싸기까지 해서 좋았는데 역시 띄엄띄엄 밥 해먹는 로얄이 정도 단골은 가게 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됐던 듯하다. 베란다 화분 관리도 제대로 못 했더니 봄인데도 작년처럼 싹 올라오는 게 없다. 꽃 사다 ..
오늘 들은 덕담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문장. "더 사랑하자"란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퍼주는 해가 되길! 2016년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좀 지나갔으면 하고 바랬는데 마지막 날까지도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원래는 부산에서 놀러 온 친구 데려다 준다고 광명역을 가려고 했는데 그냥 같이 부산까지 갔다. 부산 가는 길에 그동안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봉하마을도 들르면서 느릿느릿 갔다. 그래도 2016년은 빨리 끝나지 않더라. 도착해서 짐 풀고 저녁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부산촛불 구경하러 다녀왔더니 그제서야 하루가 마무리 됐다. 전에는 일출을 보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자기전에 해 뜨는 시간을 찾아보니 부산은 7시32분에야 뜬다고. 6시반에 일어..
응답하라1994 첫번째 편을 보면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연대 옆에 있는 하숙집을 가려고 택시를 타는데 남산타워가 보이고, 한강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삼천포는 돌고돌고 돌아서 겨우 하숙집에 도착한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인터넷도 일반인은 안 쓰던 시절에는 타지 사람들 등처먹는 그런 일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때 택시 안에 앉아 있는 삼천포의 불안한 모습이 잔상이 돼 뇌리에 박혔더랬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나도 수시로 삼천포가 느꼈을 법한 그 비슷한 심정을 느꼈는데, 웹 개발, 수정 이슈가 나올때마다 그랬다. 웹사이트라는 걸 직접 운영한지 1년여. 외주 개발사도 꽤 여럿 만나보고 작업을 해봤는데, 역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도.뭔.가.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
전세 계약을 갱신하고 혼자 자축하면서 만들어 먹은 것들. 전세금 올려준 걸로만 치면 절대 축하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이정도면 선방했다고... 그렇게 위로하면서... 베란다에서 이렇게 바질이 쑥쑥 잘 자라주는 것도 고맙고 집주인이 월세 고집 안 하고 그냥 계속 전세로 살라고 한 것도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애써서 고맙다고 해본다. =====자랑 삼아, 바질 정말 잘 큰다. 위에 건 바질이 너무 자라 감당하기 힘들어서 바질페스토 만들고 또 잎도 왕창 올려서 상큼하게 먹은 거고 아래건 바질 잎을 소스에 섞어 익히고도 남아서 올려 먹은 것. 다이소 천원짜리 화분 하나 샀던 게 이렇게 날 즐겁게 해준다. 이것도 작년에 씨가 너무 많이 맺혀서(그것도 딱 한 줄기만 키워서 씨를 받은 것) 한 3분의 ..
대한민국 노동자의 대표가 '노동자 총궐기' 대회를 이끌었다는 이유로 징역 5년이 선고 됐다. 나는 노동자로서 이 판결에 절대 수긍할 수 없고, 우리의 대표를 인정하지 않은 사법부에 정의를 바랄 수 없게 됐다. 불법으로 낙인 찍든 어쨌든 나는 노동자로서 내 권리를,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게 이렇게 수모를 겪은 우리의 대표에 대한 예우이자 우리 집단에 대한 예의 아니겠는가.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자.
오랜만에 인천에 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자면 어차피 멀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물론 일은 잔뜩 쌓여 있지만 토요일에는 일부러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내려고 한다) 공항철도를 탔다. 별 생각 없이 간건데 의외로 기분 전환이 됐다. 지난번에 출장 가던 길에 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 타는 곳'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저건 대체 뭘까 싶었다. 검색해보니 용유도 끝자락, 무의도 가는 배 선착장까지 가는 스카이레일이었다. 지금은 시범운행 중이라 공짜로 탈 수 있는데, 로얄이도 한번 타봤다. 귀여운 두량짜리 열차고 아기들 데리고 타는 가족들이 많았다. 가는 길에 엠티가는 듯한 젊은이 무리랑 같이 탔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아기들 괴성 지르면서 뛰어다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듣기 싫다.ㅠㅠ..
인생에서 1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던 적이 있었나 싶다. 작년 초부터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만 하다가 7월 말에 실제로 일을 저지르고, 8월 사이트를 열고 전직장을 퇴사하고 월급을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토막으로 깎아 생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때문에 직장을 뛰쳐나왔는데 여전히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 인생은 정말 무간지옥인가싶다. 든든했던 사람들이 짜증 유발자로 변해가고, 그저 좋은 줄 알았던 사람들의 이면을 보고 사람이 무섭다가도 '결국 사람이다' 싶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가슴 가득 부풀었다 사라졌다 하는데, 예전에는 그 들고나는 주기가 꽤 길었다면 요즘에는 거의 하루에 한번 꼴이다. 그리고 오늘 밤도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나 처박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느긋하게 책 한..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노조원으로서 그렇게 열심히 입장 표명을 하다 잘리기 직전까지 갔던 로얄이는 1년여가 흐른 지난 주 노무사를 만나 인사 전반에 관한 컨설팅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요 내용은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주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취업규칙은 어떻게 작성하는 게 회사에 유리한지 등이다. 한 회사의 비용 구조를 훤하게 알고 매출 대비 필요한 자금이 어느정도인지 등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비용절감을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데, 그 중에 가장 줄이기 쉬운 게 인건비다.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더 쓰지 말자고 생각하면 안 쓸 수 있는 게 인건비다. 또 회사가 존속하는데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부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