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연휴를 끝내며 본문
다친 발목이 아직도 다 낫지 않아서(의사 얘기로는 앞으로 3~4개월은 뻐근한 느낌이 있을 거란다) 어디 간다는 건 생각도 못하고 본가에나 가서 시간을 보냈다.
첫 날은 그렇게도 사고 싶었던 레고-디즈니성이 때마침 배송 와서 조립하느라 보냈고, 그 다음 날은 남은 일거리를 '꾸역꾸역' 처리했다. 정말 귀찮은데 해야 하는 일들을 어느정도 마무리 하고 그냥 쉬면서 소설이나 좀 읽자하고 '장미의 이름'을 폈다.
기본 장르가 스릴러고, 전에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술술 읽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장 한장 넘기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서두에 장황한 시대적/사상적 배경이 나오는 부분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좀 힘들었다. 나중에는 대충대충 보아 넘겼는데, 그래서 줄거리가 이어지는 중간중간 앞으로 돌아가서 배경 설명을 다시 읽고 이야기를 이어 읽기를 반복했다.
중세 시대나 지금이나 돈-권력-변혁에 대한 기대라는 세가지 욕망은 서로 길항 작용을 하면서 세상을 결과적으로는 진보하게 하는 것일텐데, 그 다툼의 명분이나 지지기반이 어떻든 지금도 이 세 기본 축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인간 세상의 아이러니 같다. 책이 잘 안 읽힌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세력을 지칭하는 이름과, 주의, 대표자를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이런 역사를 끊임 없이 반복하는 인간사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권력 다툼이나 이전 투구가 그렇게 재미 있었는데 하나도 재미가 없다. 인간은 언제까지 타인을 향한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지, 끝은 어디인지, 진짜 천국은 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지겨운 감정 때문에 일도 잘 손에 안 잡혀 미루기를 반복하고 있다. 자본주의 노동자적, 또는 봉건적 노예적 인간형처럼 다시 성실해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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