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랜만에 로얄이 근황이나 본문

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오랜만에 로얄이 근황이나

로얄곰돌이 2017. 10. 3. 00:11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가 생각났다. 그동안 정말 뭔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들어서 블로그도 저 기억의 뒤편 어딘가에 있었던 듯.

2년 전에 호기롭게 회사를 때려치우고(!라기보다는 두 달동안 내근직으로 좌천-> 지방발령 연타를 맞고 나서 막막한 심정을 안고 떨리는 손으로 사표를 내고 나왔지;;) 새로운 사업을 같이 꾸리고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보낸지 2년 반이 흘렀다. 매 주말 출근에 몸이 바쁜 것도 있었지만 다른 걸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사람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고, 내 조막만한 뇌는 몇 가지 일을 살뜰하게 살필만큼 용량이 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못 할 일은 없지만 단번에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회사든 사람이든 '성장한다'라는 말의 뜻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 지루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악재들을 처리해 가는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돌이켜보면 "와 우리가 언제 이 많은 걸 다 했나" 싶은데 그 많은 걸 해냈던 하루하루는 고달프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원망이 쌓였다. 얼마 전에는 우울감이 극에 달해서 심리 상담도 받았다. 심리 상담 덕에 내가 참 자기 중심적으로 살았다는 걸 알게됐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게 나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부담도 줄고(일이 줄었다는 뜻은 아님), 나름 기대하고 있던 업무를 시작하게 돼서 만족한 상태.    

그러면 2년 동안은 일만 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작년에는 자전거를 정말 많이 탔고(춘천, 화천, 분원리, 제주도 일주 등등... 팔당, 양평, 정서진 가는 건 그냥 일상) 올해 초에는 자전거를 업그레이드 했고, 지난 주에도 춘천 다녀오고... 아무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타고 있다. 여름 휴가로 라오스도 다녀왔고 당일치기나 1박2일로 여행도 가끔 다닌다. 주로 서울 근교지만 부산, 여수 등등 장거리도 잘 다녀왔다.

평일 아침에 가려고 요가도 끊고 술도 정말 많이 줄였다. 웬만하면 저녁 약속을 안 잡고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걸로 생활 패턴도 바꿨다. 물론 회사가 작은데다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중이라 일과 시간이고 저녁이고 끝도 없이 선배들이랑 회사 얘기를 해야 하긴하다. 

삶에 대한 태도도 좀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 한계를 알고 나니 그런 건지 아니면 2년간 고생을 좀 해서 그런건지 동기야 어찌됐건, 소시민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행복하게 인생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대에는 뭐든 되고 싶었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뭘 해도 만족을 못했다면 30대 초반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정의롭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었다. 30대 중반, 예기치 않게 인생의 새 장을 쓰고 있는데 나쁘지 않다. 내가 살아낸 하루만큼 회사와 주변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 글 > 벽 보고 말하는 로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행복하자  (0) 2018.01.01
꼰대가 된 로얄  (0) 2017.10.22
연휴를 끝내며  (0) 2017.05.07
비판적 지지  (0) 2017.04.10
생활코딩 만세  (0) 201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