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생활코딩 만세 본문
응답하라1994 첫번째 편을 보면 삼천포가 신촌역에서 연대 옆에 있는 하숙집을 가려고 택시를 타는데 남산타워가 보이고, 한강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삼천포는 돌고돌고 돌아서 겨우 하숙집에 도착한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인터넷도 일반인은 안 쓰던 시절에는 타지 사람들 등처먹는 그런 일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때 택시 안에 앉아 있는 삼천포의 불안한 모습이 잔상이 돼 뇌리에 박혔더랬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나도 수시로 삼천포가 느꼈을 법한 그 비슷한 심정을 느꼈는데, 웹 개발, 수정 이슈가 나올때마다 그랬다.
웹사이트라는 걸 직접 운영한지 1년여. 외주 개발사도 꽤 여럿 만나보고 작업을 해봤는데, 역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도.뭔.가.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사이트를 제작할만한 적당한 개발사나 개발자를 찾고, 적정하게 작업을 요청하고, 그에 걸맞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혹자는 '눈 뜨고 코 베인다'라는 표현도 쓰던데, 로얄이가 느낀 바로는 상대방이 나빠서가 아니라 뭣도 모르고 무작정 저렴하게, 이런저런 걸 다 구현해줄 것을 요구만 하는 우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적당한 개발자와 적정한 수준의 계약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생활코딩(https://opentutorials.org/course/1)'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익명의 개발자인 '이고잉'이라는 분이 생초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든 무료 동영상 강의 사이트인데, 추석 때 제일 초급 강좌를 쭉 봤더니 대충 감도 잡히고 프로그래밍, 코딩 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여전히 문외한 of 문외한이지만 조금만 더 배워서 간단한 앱이나 웹페이지 같은 걸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상상도 하고, 우리 사이트 소스를 보면서 '아, 이건 자바스크립트를 쓴 거구나', 'CSS로구나' 무릎을 탁탁 치면서 혼자 엄청 좋아하고 있다.
이런 좋은 강의가 인터넷에 한국말로 무료로 올라와 있고, 그걸 알게 됐다는 건 참 행운이다. 이 강좌를 만든 이고잉님께 감사하고 싶다.
강좌를 왜 죄다 공짜로 푸는 걸까 의문이 들어 블로터닷넷과 한 인터뷰나 슬로우뉴스에 직접 쓴 글들을 찾아 봤는데, 웹 프로그래밍의 공유 풍토가 개발에 있어서나 수익에 있어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유료 강의를 해도 되겠지만 그저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또 사이트를 플랫폼화 하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로얄이가 보기에는 'opentutorials'이라는 사이트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강좌가 모인 플랫폼이 되면 사업적으로도 엄청난 확장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 분이 돈도 좀 벌고 잘 됐으면 좋겠다.
강사의 의도가 어떻든 덕분에 이번 추석 연휴를 재미있게 보냈다. 생활코딩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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