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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이 흘렀다.

로얄곰돌이 2016. 6. 24. 01:12

인생에서 1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갔던 적이 있었나 싶다. 작년 초부터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만 하다가 7월 말에 실제로 일을 저지르고, 8월 사이트를 열고 전직장을 퇴사하고 월급을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토막으로 깎아 생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때문에 직장을 뛰쳐나왔는데 여전히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 인생은 정말 무간지옥인가싶다. 든든했던 사람들이 짜증 유발자로 변해가고, 그저 좋은 줄 알았던 사람들의 이면을 보고 사람이 무섭다가도 '결국 사람이다' 싶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가슴 가득 부풀었다 사라졌다 하는데, 예전에는 그 들고나는 주기가 꽤 길었다면 요즘에는 거의 하루에 한번 꼴이다. 그리고 오늘 밤도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나 처박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느긋하게 책 한권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찾기 힘들고, 일은 해도 줄지 않고, 사람에 대한 신뢰는 옅어진다. 사람 탓을 하다가 아니지아니지 하면서 또 다시 그놈의 돈 탓을 해본다.  



생각이 참 복잡했는데 그러고 보니 지난 1년간 차분하게 생각거리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시간이 없다해도 이제는 정리를 좀 하고 가야겠다. 목록을 정해서 한 일주일간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1. 정론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2. 나만의 성공지표는 무엇인가.

3. 정말로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4. 차별화가 됐다면,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인가.

5.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차별성이 주는 의미는 없는가.

6. 제도권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7. 가장 우선순위 업무와 사업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7. 그 사람에 적합한 업무를 찾아주는 것 vs 업무에 적합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

8. 어떤 사람이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지.

9. 어떤 일에나 책임자를 둬야 하는지.

10. 책임자에게는 어떤 보상과 징계가 있어야 하는지. 

11. 일이 편중될 때는 누가,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는지.

12. 경력 vs 신입

13. 가장 중요한 채용 기준은

14. 아침 회의 vs 오후 회의/ 매일 회의 vs 주 1~2회 회의 

15. 회의 참석자 기준은

16. 외근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17. 적정한 콘텐츠란

18. 콘텐츠 마감이 안 될 때 대처법

19. 콘텐츠 편집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책임 문제

20. 독자 수요 vs 편집 방향 선도

21. 노동조합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22. 복지혜택의 기준

23. 예외적인 배려의 기준


일단은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 뭐 하나 간단하게 결론내릴 수 있는 게 없네. 목록은 아마도 더 채워질테니 정리만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 같다. 아ㅠ 내가 어쩌다 팔자에 없을 창업을...


그러고보니 꿈에도 생각 안 해봤던 일을 하고 있는 건 맞다. 로얄이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망했던 집에서 자라나면서 항상 "우리 아빠도 그냥 회사 다니면서 월급이나 따박따박 모았으면 중간은 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지. 더군다나 돈이 흐르는 세계에서는 똘똘하고 선한 흙수저보다 그냥 금수저를 더 쳐주는 관례라는 게 있다. 갑자기 서러워지네;; 일단 밀린 일처리나 하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