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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래 쉬었다. 블로그. 인터넷이 버벅거리는(무려 ADSL이 깔려 있다고 자랑하던 더치들!) 유럽에 다녀왔기 때문. 거기서도 블로그 정도는 업데이트 할 수 있었지만 매일 하루 너댓병씩 맥주를 드링킹하느라 블로그에 들어와 볼 시간이 없었다. 아무튼, 역시 혼자 떠난 유럽에서 혼자 떠돌다 온 이야기를 혼자 쓰는 블로그에 올려야 할 시간이 왔다. 이렇게 나를 실은 비행기는... 백인 남자와 비포선라이즈를 꿈꾸는 노처녀의 엄청난 기를 싣고.... 끙차 끙차 밤을 밀어내면서 간다. .....도착했다. 스키폴 공항.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20분 정도(어쩜 덜 걸릴 수도 러시아워에는 조금 더 걸릴 수도) 떨어진 공항이다.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연결되고 암스테르담 주요 도시는 물론 유럽 내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철도가 지나가..
휴일 아침 일어났을 때 몸이 뻐근하면 산에 간다. 요 며칠, 아니 몇 주, 아니아니 몇 달, 그러고 보니 10년째 남들보다 최소한 두배씩은 달리다 보니 휴일 아침에 가뿐한 적은 별로 없지만... 등산로 입구, 여름이 되니까 햇빛을 막아주는 나무 굴이 생겼다. 싱그러운 아침. 룰루~ 그. 러. 나. 읭? 오늘은 나무 그늘이 좋아서 계곡 따라 바로 오르지 않고 삼막사 가는 길 따라 가다가 조금 돌아서 계곡으로 갔는데 언덕을 넘기 전 웬 공사판 소리가.... 그 주인공 납셨다. 계곡이 전부 파헤쳐졌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하천정비 공사하고 있다고. 여름에 수해날까봐 걱정나서 하는건가보다. 근데 나무 자르고 계곡 파헤치면 관악구에 비가 좀 덜 내리려나? 작년 수해는 계곡이 얕아서가 아니라 관악구 ..
아마 요즘 먹은 팥빙수 중에, 아니 내가 아는 팥빙수 중에 최고가인 것 같다. 1만3000원짜리 아티제 팥빙수다. 청계천변에 있는 광화문점에서 먹었다. 문제는 함께 갔던 친구가 팥빙수를 들고 오다가 그릇이 흔들리면서 팥빙수 윗부분을 쏟아버린 것. 다시 가져가서 미안하다며 정리 좀 해달라고 했다가 직원들 똥 씹은 표정 때문에 기분이 정말 상했다. 실제로 친구가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미안한데 쏟아진 걸 다시 담아만 달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잘못은 우리가 했는데 상대방이 너무 안하무인이니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비싼 값을 내고 먹는 건데 좀 심했다. 비슷한 수준의 ..
음. 좋은 사람들과 만났다가 기분 좋게 들어왔는데 또 이런 불안감에 젖어들게 될 줄이야. 김연아선수가 교생실습에 대해 비난한 교수를 고소했다는 소식. 내가 피겨에 입문한 게 플루셴코 섹시밤을 보고난 직후이니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였던 것 같다. 유망주로 떠오르는, 아직 고등학생이던 김연아 선수를 열렬하게 응원해 왔던 것도 그 즈음부터. 말하자면 그랑프리, 사대륙, 세계선수권 등을 밤을 설쳐가며 보면서 그가 겪어 온 고생을 함께 겪어왔다고 해도 무방할 듯. 뭐 본인 힘든 심정을 어찌 다 알겠냐만은 나 역시 팬으로서 그가 힘들 때마다 마음이 한두번 무너진 게 아니었다. 그렇게도 꿈꾸던 올림픽 금메달을 완벽한 연기로 거머쥐던 그 때 나 역시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기뻐했던 건 지난 시절 아픔들이 주마등처럼 ..
작년 여름 휴가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썼던 메모를 발견했다. 히말라야. 2009년 초는 추웠다. 나는 XX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인턴으로 입사한지 얼마 안 돼 사무실을 편집국이 있던 14층에서 2층으로 옮겨왔는데 원래 로비로 쓰던 곳을 개조한 곳이라 난방이 제대로 안 됐다. XXX님이 같이 주문해 준 난로를 선물 받아서 겨우 겨울을 나고 있었다. 난 추위에 약하다. 원래부터 몸이 찼고 언젠가부터는 겨울만 되면 병을 달고 산다. 겨울에 들어가는 병원비만 다 모았어도 원룸 보증금 정도는 충당하고 남았을거다. 그 때는 또 오른쪽 발목이 심하게 아팠다.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에서 뛰다가 하이힐을 신고 그대로 몸을 굴려버렸다. 발목이 꺾였고 회복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한참 절뚝거리며 걸어야 ..
재수할 때부터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했던 친구가 있다. 그는 대학 내내 집에서 뭐가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 집에 처박혀서 며칠씩 두문불출 하기도 했다. 여행도 혼자 다녀와서 싸이월드 사진첩에 사진이나 몇 개 띄워놓는 등 내가 아는 누구보다 혼자 생활을 즐겼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제 혼자 살기 싫고 혼자 여행하기도 싫다고 했다. 언젠가는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건가보다.
역시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오늘은 카페베네에서 팥빙수를 먹었다. 고명이 아주 특이하다. 각종 견과류를 팥 위에 뿌려서 고소하고 씹는 맛을 냈다. 아몬드, 땅콩, 호두 등이 범벅돼 있다. 떡은 찹쌀떡인데 역시 한번씩 더 썰어줬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크기가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에 제일 크다. 팥은 조금 더 익혔으면 좋았겠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통조림 팥인 것 같음) 연유랑 우유도 듬뿍 들어 있어서 한끼 대용으로 먹을 수도 있겠다. 평점 5점.(창의력이 돋보이므로 최고 점수를 준다.)
으잉? 이 영화는 왜 찍었는지 파악하기 난해했다. 워낙 홍상수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본 후 항상 장면장면, 대사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이건 이런 의미고, 저건 저런 의미고 미주알고주알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나름대로 하곤 했는데, 이 작품은 잘 모르겠다. 언제나 홍상수는 남자와 여자의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참으로 재미있는 줄타기 한 판을 벌여 왔었는데, 이번에는 프랑스 여성이 등장해서인가, 영화를 본 이후 그다지 떠오르는 단상이 없었다. 그냥 멍-했다. 어쨌거나 영화는 매우매우 유쾌했고 재미있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에 또한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불현듯 연애에 대한 개똥철학 한 문장이 생각날 지도 모르지. 덧붙이자면, 이 영화에서 최고로 매력적이었던 장면은 유..
외로워서 시작한 블로그, 그런데 요 몇 주간은 외로울새도 없었다. 애인이 생긴 것도 아니고 친구를 더 만난 것도 아니고 그저 일이 넘쳐났을 뿐. 우울해도 외롭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어떤 모임에 갔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풀어야 할 문제가 '외로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난번에 어떤 회사 대표님이 그런 얘길 했을 때 와닿지 않았는데 실제로 많은 이들이 혼자만의 외로움을 토로하는 걸 보니 안심도 되고, 공감도 됐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 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나저나 뇌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외롭다는 감정도 화학반응의 산물이라면 간단하게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싸이월드든 블..
옛날빙수가 자꾸 당기는 김에 오늘은 파리바게트(코엑스점)에서 팥빙수를 시켜봤다. 볼이 깊고 우유를 뿌린 얼음이 뽀얀게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비벼 보니 팥이 조금 적은 것 같고, 얼음이 너무 엉성하게 갈려서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점심 먹고 나서 먹었는데도 둘이서 싹싹 비웠다. 압구정 볶는 커피보다 좋았던 건 인절미 떡이 아직도 쫄깃쫄깃 했다는 것. 떡에 찰기를 주려고 전분을 많이 넣는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전분이든 찹쌀가루든 아무튼 굳은 인절미보다는 쫄깃한게 더 좋다. 평점을 굳이 매기자면 별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