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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아티제

로얄곰돌이 2012. 6. 6. 00:20

 

아마 요즘 먹은 팥빙수 중에, 아니 내가 아는 팥빙수 중에 최고가인 것 같다. 1만3000원짜리 아티제 팥빙수다. 청계천변에 있는 광화문점에서 먹었다.

문제는 함께 갔던 친구가 팥빙수를 들고 오다가 그릇이 흔들리면서 팥빙수 윗부분을 쏟아버린 것. 다시 가져가서 미안하다며 정리 좀 해달라고 했다가 직원들 똥 씹은 표정 때문에 기분이 정말 상했다. 실제로 친구가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미안한데 쏟아진 걸 다시 담아만 달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잘못은 우리가 했는데 상대방이 너무 안하무인이니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비싼 값을 내고 먹는 건데 좀 심했다. 비슷한 수준의 팥빙수라면 우리가 낸 돈만큼 서비스는 더 충실하게 받아야 할 것 아닌가. 다시 가져온 팥빙수 그릇 몰골을 봤을 때는 정말 입맛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팥 국물이 엉망으로 흘러 있었다. 

물론 예의 나처럼 그 직원 이름표를 굳이 확인하고 "이렇게 똥씹은 표정을 해야 하냐"며 직접 클레임을 하긴 했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더 굳어졌고, 난 더 화가 뻗쳤고...

 복잡한 기분을 뒤로하고 팥빙수를 먹었는데 일단 맛은 괜찮았다.(그 가격에 맛 없으면 정말로 가게 문 닫아야겠지?) 얼음도 곱게 갈렸고, 얼음 깊숙이까지 꼼꼼하게 뿌려진 우유도 담백, 팥은 아주 일반적이었으나 위에 올려진 떡이 정말 부드럽고 쫄깃했다. 

평점은 3점. 5점에 가격 때문에 1점 뺀 4점을 주고 싶으나 직원들 태도 때문에 1점 더 뺐다. 기분이 나쁘면 맛있는 것도 맛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올 여름 다시 가서 사먹는 일은 없을 듯.)

아무튼 그릇은 좀 바꿨으면 좋겠다. 밑둥이 너무 좁아서 넘어지기 정말 쉽게 생겼다.

ps. 요즘에는 과일이나 녹차같은 다른 고명이 들어가지 않은 그 가게의 기본 팥빙수만 먹고 있는데 아티제 뿐만 아니라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얼음, 우유와 연유, 팥, 떡 원가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솔직히 돈이 무지 아깝다. 

음... 이 참에 빙수기를 한번 사볼까?(아, 그러고 보니 냉동고가 없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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