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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2012년에 이렇게 적은 글이 있더라.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그가 상징하는 바를 지향하는 사람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는 1300만명 사람들이 뭉쳐서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그 땐 젊고 행복했던 시절이라 그런가 세상은 장밋빛이었던 것 같다. 지난 주 선거 결과에 생각보다 크게 낙담했다. 며칠동안 너무 우울했다. 녹색정의당 지지 선언글들에 있던 표현들이 자꾸 떠올랐다. ‘힘든 투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유일하게 현장을 찾아 곁에 있어 준 정치인’, ‘어려움을 호소할 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당’. 이런 국회의원들이 이제 국회에서 사라졌는데 소수자, 약자들은 대체 어디 가서 누구에게 매달릴 수 있을까라는 안..
오늘은 누구에게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이건 떼쟁이 조카건 9층 강아지건 아파트 앞 마당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건 아무나 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런 똥손이 없었는데 피켓팅이라는 데 참전해서 얼떨결에 포도알을 하나 잡았다. 꿈이냐 생시냐.. 이번에는 예술의전당 2층. 표를 갖게 된 다음부터 정말 설렜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그냥 기분도 좋고 상쾌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이런 엄청난 공연을 보려고 그랬는갑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1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Op.73 협연: 임윤찬 2부: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지휘 & 오케스트라:얍 판 츠베덴 & 서울시향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베토벤님이 의도했던 바를 잘 들려줄테니 이제 '황제'라고 그만 불러라...
12월 15일에 봤던 양식조리기능사 실기 시험 합격했다. 나 따위가?!? 한 번에 합격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깜짝 놀랐네. 그래서 더 기쁘다^^ 이제 굶어죽진 않겠어. 서울 휘경동 산인공 본사에서 아침 8시반 첫 시간에 봤고, 1과제 홀랜다이즈 소스, 2과제 스페니쉬 오믈렛이 나왔다. 홀랜다이즈 소스 29점, 스페니쉬 오믈렛 28점, 안전위생 10점, 총 67점 맞았다. 정확한 평가 기준은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1. 어려운 과제가 나와서 실수를 해도 점수가 덜 깎였다. 2. 비오는 날 아침 첫 시간이라 감독관님들도 좀 관대했다. 3. 위생, 안전 점수를 안 깎아먹었다. 라는 게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 작업 순서 1. 양파 속만 먼저 채썰고 레몬즙 짜서 허브 에센스 끓이기 2. 에센스 끓는 동안 버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Op.58 베토벤 교향곡 3번 Ep장조 Op.55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뮌헨필하모닉 협연: 임윤찬 공연장: 세종문화회관고대하던 임윤찬 연주를 직관했다. 손이 느려서 처절하게 모든 공연장 예매에 실패한 로얄...평소에 아이돌이라도 좋아하지 그랬니.. 팬 게시판에 상주하다가 취소표 공지 뜬 보고 들어가서 정말 운 좋게(?!) 세종 3층 천당석을 잡았다. 물론 앞 자리에서 보고 싶었으나 이게 어디냐며 고이고이 저장해뒀다가 드디어 관람했다. 우선 모든 연주가 훌륭했지만 앵콜로 연주한 리스트 사랑의 꿈 때문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들 무렵, 뇌우가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 속을 걷는 꿈을 꾼다. 회오리 바람 때문에 보이는 모든 게 불규칙하게 휘돌아 ..
나름 책 읽는 걸 즐기고,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면서 토지를 읽을 생각을 그동안 왜 안 해봤는지... 내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을 이제서야 만났다. 시작은 올해 1월 황작가 제안이었는데,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렸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흠뻑 빠져들었다. 엄마, 아빠 차례대로 병원 입원하셨을 때 보호자로 있으면서 1부를 거의 읽었고, 제일 많이 읽은 장소는 지하철이다. 신림동까지 오가는 길이 1시간 정도 걸리니까 책 읽을 시간이 충분해서 좋았다. 물론 글이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몇 번 있고 내려서 플랫폼에서 읽다가 학원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뛰어간 적도 있지만.. 6월부터는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읽기를 중단했다가 시험 끝나고 다시 이어서 읽었다. 20권이라..
시간 있을 때 자격증을 좀 따놓자 싶어서 양식 조리기능사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필기는 기출 돌려서 무난하게 붙어놨는데 실기는 또 다른 영역이다.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못 해ㅠㅠ 칼질도 못해, 빨리 굽거나 끓이지도 못해... 맨날 정신없이 땀 뻘뻘 흘리면서 겨우겨우 완성 시키고 주위를 돌아보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설거지까지 마치고 있다. 나 조리 디게 못하는 거였구나라는 걸 매일매일 확인한다. 그리고 요리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싶은 게, 학원 마치고 나면 허기가 장난 아니다. 소화 안 된다고 징징거린 게 엊그제 같은데. 아무튼, 이름하야 '수제 파슬리 가루'를 만들게 됐는데, 왜 만들게 됐냐면 연습 좀 하겠다고 레시피마다 들어가는 파슬리, 샐러리, 월계수잎을 주문했는데 양을 가늠을 못해서 그냥 싼 ..
백수 2년차에 돈 안 버는 핑계인 수험 공부도 끝났고, 그냥 놀자니 좀이 쑤시고 때마침 돈도 없다. 그래서 뭘로 돈을 벌까 하다가 머리 쓰는 일은 하기 싫고, (하고 싶다고 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쿠팡이랑 B마트 일용직을 해보니 관절 땜에 자주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몸을 좀 적당히 쓸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지게차를 배워보기로 했다. 작년에 대형면허 따보려다가 4번이나 떨어지고 운전 관련해서는 자신감이 완전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지게차는 시험을 안 봐도 면허를 딸 수 있다는 희소식을 발견! 바로 수강 신청을 했다.(굴삭기나 로더도 1종 보통 있으면 강의 수료하면 소형 면허 발급이 가능하다) 준비물: 1종 보통 면허, 내일배움카드, 시간 내일배움카드 없이 면허 취득 과정 수료를 해도 되지..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아르바이트로 해보려고 하는 일을 시작하려면 컴활 자격증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는 조언을 봐서 컴활 2급을 따기로 했다. 이왕이면 1급을 따는 게 좋겠지만 일단 뭔지 아예 모르는 시험이니 2급을 우선 따봤다. 따고 나서 보니까 의외로 어렵지 않아서 이왕 할 거 1급이나 정보처리기사를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컴활 2급은 모든 문제은행식 국가 시험의 기본 공부방법인 기출 뿌시기와 유튜브를 활용하면 며칠만 투자해도 수월하게 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양식, 한식 조리기능사 필기도 이틀 정도 기출+유투브를 병행해서 둘 다 80점 이상 맞았다.) 우선 필기. 나는 IT 분야 취재를 계속 해와서 PC, SW, 통신 관련 용어에는 익숙한 편이긴 ..
이렇게 장거리 투어 라이딩을 한 게 몇 년만인지... 날씨도 좋고, 단풍도 좋고, 바다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입도 즐겁고 다 좋았던 여행이다. 다녀오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행복감이 가슴 주변에서 일렁인다. 처음 얘기 나왔을 때 평범한 라이더들처럼 용문에서 출발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우리는 최약체 느림보 멤버가 둘이나 있는 관계로(한 명은 몇 년째 거북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 나, 한 명은 60대 클릿도 장착 안 하신 어르신이다.) 홍천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뭐 길게 탄다고 누가 박수쳐줄 것도 아니고! 서북쪽 사는 사람들은 고양종합터미널 6시 50분 홍천행 첫 차를 , 동쪽 사는 사람은 7시 좀 넘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다. 홍천 터미널에는 9시 좀 안 돼서 도착했다. 순대국 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여자 아이들의 불안정한 삶을 그린 영화 는 인천 부둣가에 사는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딱 내 또래에 인천 출신. 1호선을 타고 낑겨서 멀고 먼 서울까지 오가거나, 마땅한 일이 없이 부유하거나. 갓 스무살이 된 여자 아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한편, 인천 사람들의 애환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인천 출신인 나는 인천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느낀다. 뜨내기들의 도시, 기회가 되면 언제든 서울로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의 도시. 배가 드나드는 동인천 쪽이든 서울과 맞닿은 계양, 부평 쪽이든 인천 사람들의 고향은 인천에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정주 감각을 느끼기 힘든 곳.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 곳. 실제로 내 친구들 대부분은 인천을 떠나 산다. 나도 마찬가지. 뚜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