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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정식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부상 때문에 또는 코로나에 걸려서 잠깐 쉰 적은 있지만 그냥 일주일에 2~3번씩 꾸준히 뛰어 왔다. 뛰는 코스는 한강, 홍제천, 창릉천, 여의도, 남산 등이고 가끔씩 러닝메이트가 되어 주는 문 선배랑 같이 뛰는 것 말고는 혼자 뛴다. 러닝 크루 같은 데 들어가 볼까 기웃대보기도 했는데, 친구가 '달리는 헌팅포차'라는 말을 하길래 나는 안 껴주겠구나 싶어서 안 쳐다보기로 했다.ㅋㅋ (실제로 우리 동네 러닝크루는 2,30대만 받더라. 얘들아 늙은이 좀 껴주라) 훈련만 제대로 하는 러닝클럽에 한 번 들어가 볼까?, 아니다 귀찮다 말자라는 생각을 수십 번은 한 듯. 또 보통 저녁 8시 모임이 많아서 내 스케줄이랑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8시면 술약속 없으면 저녁..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전기포트에 물부터 끓인다. 어제 대충 봐 둔 메뉴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냉장고 스캔 후 그날 쓸 식자재 끄집어 내놓고 물 끓으면 죽을 끓이기 시작한다.쌀을 전날 불려 놔서 금방 익으니까 끓이는 데 10분, 뜸들이기 5분 정도 해서 15분이면 죽 끓이기는 끝난다. 죽이 끓어오르는 동안 야채 등을 파바박 썰거나 갈아 넣는다. 중간에 몇 번 늘러붙지 않게 휘휘 저어주고 참치액젓이랑 소금 치고 간을 본다. 처음에는 양 조절도 힘들고, 너무 묽게 되거나 너무 되직하거나 편차가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얼추 일정해지는 것 같다. 간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다.(처음에 소금 양을 많이 늘렸다가 조금씩 조금씩 줄여봤는데 딱히 민원이 없어서ㅎㅎㅎ) 마지막에 불 끄고 참기름 쪼륵 넣어서 저어..
어떤 걸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 대상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주변 환경 때문인 경우가 있다. 내게는 한파 속에서 마시는 술, 비오는 날, 달리기와 사이클링, 알고 있는 몇몇 사람 등이 그렇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닌데, 그것과 관련된 추억들이 쌓이면서 점점 마주치는 걸 즐기게 됐고, 어느새 그자체의 매력에까지 끌리게 된 것들이다. 단감은 아마 스무살 넘기 전에는 누가 깎아서 입 앞에 대령해 줘도 먹을까 말까 한 과일이었을 거다. 맛있게 단 것도 아니고 신 맛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보기와는 다르게 단단해서 식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덜 익으면 떫고 냄새도 별로. 과일 가게에 쌓인 단감을 보면서 저걸 돈 주고 누군가 사서 수고롭게 깎아 먹는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홍시..
전직 대작전을 위해 우선 영어 독해의 기본기를 다시 다지는 의미에서 성문 기초 영문법을 공부하고 있다.오전 근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2~3시간 동안 2파트씩 공부하고 집에 온 다음 저녁 먹고 영문법 강의를 좀 듣다 잔다.(시험을 본 후에도 계속되는 공부의 굴레ㅠㅠ) 성문 기초는 짧고 굵게 기본적인 내용을 망라하고 있어서 부담도 좀 적고, 단어들도 쉬워서 문법만 편하게 익히기에 좋다. 뒤에 있는 문제를 먼저 풀고 앞의 문법 내용을 한번 쭉 훑으면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하는데, 놓치고 있던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이 꽤! 아니 상당히! 많다. 역시 영어공부는 평생 해야해…나름 루틴을 짜서 성실하게는 하는데, 아무래도 나 공부 잘 했지? 다 외웠지? 머리에 들어 있는 거 맞지?라는 걸 확인해 줄 사람..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창릉천 곁에서 사계절을 경험했다. 북한산이 있어서 참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산에 창릉천이 더해진 풍경은 정말 아름답고 웅장하다. 한편으로는 인간들이 쌓아 올린 아파트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래, 아무리 너희들이 아무리 높아봐야 다 내 품 안이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봄엔 꽃 피고, 여름엔 김 매고 우거진 풀숲 덕에 더위를 이기게 해주고, 가을엔 노을 아래 갈대가 하늘거리고, 비 오면 물안개가 북한산 자락까지 피어오르고, 맑은 날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능선이 그려놓은 듯 굽이친다. 물론 겨울에 뛸 때는 삭풍을 막아주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진짜 춥긴 했는데, 탁 트인 풍광 덕에 그것도 참을만 했달까.
또다시 앞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왔다. 공부가 제일 쉬운 줄 알았는데 시험은 어렵다. 공부는 내 능력의 100%는 아닐지라도 90%는 한 것 같은데 멘탈이 문제인가, 컨디션이 문제인가, 원망할 수 있는 타인도 없어 스스로를 책망해야 하는 상태에 또 이르렀다. 그리고 '앞으로 뭘 하지?'라는 고민을 며칠 했더랬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불합격 가능성이 70% 이상이므로.그래서 작년에 따 둔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취뽀했다.(자격증이 밥 먹여 줍디다.) 약 40여명의 아기들의 건강과 미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아서 근무하고 있다. 다행히 한 나절만 일하면 되고, 힘 쓸 일이 많지 않아서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덜한데다 어쨌든 몸을 쓰는 일이라 골치 아플 일도 없고, 무엇보다 시간이 후..
2012년에 이렇게 적은 글이 있더라.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그가 상징하는 바를 지향하는 사람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는 1300만명 사람들이 뭉쳐서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그 땐 젊고 행복했던 시절이라 그런가 세상은 장밋빛이었던 것 같다. 지난 주 선거 결과에 생각보다 크게 낙담했다. 며칠동안 너무 우울했다. 녹색정의당 지지 선언글들에 있던 표현들이 자꾸 떠올랐다. ‘힘든 투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유일하게 현장을 찾아 곁에 있어 준 정치인’, ‘어려움을 호소할 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당’. 이런 국회의원들이 이제 국회에서 사라졌는데 소수자, 약자들은 대체 어디 가서 누구에게 매달릴 수 있을까라는 안..

오늘은 누구에게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이건 떼쟁이 조카건 9층 강아지건 아파트 앞 마당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건 아무나 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런 똥손이 없었는데 피켓팅이라는 데 참전해서 얼떨결에 포도알을 하나 잡았다. 꿈이냐 생시냐.. 이번에는 예술의전당 2층. 표를 갖게 된 다음부터 정말 설렜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그냥 기분도 좋고 상쾌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이런 엄청난 공연을 보려고 그랬는갑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1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Op.73 협연: 임윤찬 2부: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지휘 & 오케스트라:얍 판 츠베덴 & 서울시향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베토벤님이 의도했던 바를 잘 들려줄테니 이제 '황제'라고 그만 불러라...

12월 15일에 봤던 양식조리기능사 실기 시험 합격했다. 나 따위가?!? 한 번에 합격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깜짝 놀랐네. 그래서 더 기쁘다^^ 이제 굶어죽진 않겠어. 서울 휘경동 산인공 본사에서 아침 8시반 첫 시간에 봤고, 1과제 홀랜다이즈 소스, 2과제 스페니쉬 오믈렛이 나왔다. 홀랜다이즈 소스 29점, 스페니쉬 오믈렛 28점, 안전위생 10점, 총 67점 맞았다. 정확한 평가 기준은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1. 어려운 과제가 나와서 실수를 해도 점수가 덜 깎였다. 2. 비오는 날 아침 첫 시간이라 감독관님들도 좀 관대했다. 3. 위생, 안전 점수를 안 깎아먹었다. 라는 게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 작업 순서 1. 양파 속만 먼저 채썰고 레몬즙 짜서 허브 에센스 끓이기 2. 에센스 끓는 동안 버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Op.58 베토벤 교향곡 3번 Ep장조 Op.55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뮌헨필하모닉 협연: 임윤찬 공연장: 세종문화회관고대하던 임윤찬 연주를 직관했다. 손이 느려서 처절하게 모든 공연장 예매에 실패한 로얄...평소에 아이돌이라도 좋아하지 그랬니.. 팬 게시판에 상주하다가 취소표 공지 뜬 보고 들어가서 정말 운 좋게(?!) 세종 3층 천당석을 잡았다. 물론 앞 자리에서 보고 싶었으나 이게 어디냐며 고이고이 저장해뒀다가 드디어 관람했다. 우선 모든 연주가 훌륭했지만 앵콜로 연주한 리스트 사랑의 꿈 때문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들 무렵, 뇌우가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 속을 걷는 꿈을 꾼다. 회오리 바람 때문에 보이는 모든 게 불규칙하게 휘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