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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늘은 누구에게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이건 떼쟁이 조카건 9층 강아지건 아파트 앞 마당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건 아무나 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런 똥손이 없었는데 피켓팅이라는 데 참전해서 얼떨결에 포도알을 하나 잡았다. 꿈이냐 생시냐.. 이번에는 예술의전당 2층. 표를 갖게 된 다음부터 정말 설렜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그냥 기분도 좋고 상쾌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이런 엄청난 공연을 보려고 그랬는갑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1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Op.73 협연: 임윤찬 2부: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지휘 & 오케스트라:얍 판 츠베덴 & 서울시향 오늘 공연은 한 마디로 "베토벤님이 의도했던 바를 잘 들려줄테니 이제 '황제'라고 그만 불러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G장조 Op.58 베토벤 교향곡 3번 Ep장조 Op.55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뮌헨필하모닉 협연: 임윤찬 공연장: 세종문화회관고대하던 임윤찬 연주를 직관했다. 손이 느려서 처절하게 모든 공연장 예매에 실패한 로얄...평소에 아이돌이라도 좋아하지 그랬니.. 팬 게시판에 상주하다가 취소표 공지 뜬 보고 들어가서 정말 운 좋게(?!) 세종 3층 천당석을 잡았다. 물론 앞 자리에서 보고 싶었으나 이게 어디냐며 고이고이 저장해뒀다가 드디어 관람했다. 우선 모든 연주가 훌륭했지만 앵콜로 연주한 리스트 사랑의 꿈 때문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져들 무렵, 뇌우가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 속을 걷는 꿈을 꾼다. 회오리 바람 때문에 보이는 모든 게 불규칙하게 휘돌아 ..
나름 책 읽는 걸 즐기고,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면서 토지를 읽을 생각을 그동안 왜 안 해봤는지... 내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을 이제서야 만났다. 시작은 올해 1월 황작가 제안이었는데,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렸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흠뻑 빠져들었다. 엄마, 아빠 차례대로 병원 입원하셨을 때 보호자로 있으면서 1부를 거의 읽었고, 제일 많이 읽은 장소는 지하철이다. 신림동까지 오가는 길이 1시간 정도 걸리니까 책 읽을 시간이 충분해서 좋았다. 물론 글이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몇 번 있고 내려서 플랫폼에서 읽다가 학원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뛰어간 적도 있지만.. 6월부터는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읽기를 중단했다가 시험 끝나고 다시 이어서 읽었다. 20권이라..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요, 여러분의 인내 덕분에 이 사회가 여기까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여기까지 참아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에, 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91퍼센트 상당까지 설치되었고, 서울 시내 저상버스가 55퍼센트 상당 설치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장애인들끼리 정치인을 찾아가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설치해주세요'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감하는 시민께서 함께 불편함을 호소하고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순간부터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정말 딜레마이고 죄송할 다름인데요... 그럼에도 시민 여러분이 불편함을 감수해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
안드라스 쉬프 경 리사이틀은 연주 곡 목록이 미리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주회장, 그 날의 분위기 등을 보고 피아니스트가 당일 연주곡을 결정하고, 공연 중에 곡명과 작품들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 포인트를 직접 설명해준다. 작년부터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번에 한국 순회 연주를 한다고 해서 경기아트센터에서 하는 10월 6일 공연을 관람했다. 헝가리 태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쉬프경은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통역을 해줬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문 피아니스트의 음악에 대한 느낌과 감상까지 함께 전해져서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연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피아노 꿈나무 옆에서 등을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공연이었다. 피..
왜 책을 살 때 한 권 사서 읽고, 다 읽으면 또 사는 게 안 될까. 오랜 고민이다. 욕심에다 스스로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지 객관화가 안 되니까 4~5권씩 사서 2~3권 읽고 또 다른 책들 사서 2~3권 읽고... 그래서 책꽂이에 언제나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고, 가끔씩은 내가 그 책을 샀는지 어쨌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주문하려던 찰나에 책장에 꽂힌 걸 발견하는 일도 가끔 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그런 책이었다. 그 시절에 마침 클래식에 궁금증이 좀 생겼던 것 같은데, 먼저 읽고 싶은 소설책이나 역사책이랑 같이 주문을 하는 바람에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고, 그렇게 10년 넘게 계속 밀리고 밀려난 책. 먼저 펼쳐보는 책이 소설-에세이-사회과학 및 역사 순서이다보니 문화예술 관련..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독의 차이가 생각나는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살아가면서 인생에 따옴표나 방점이 찍히는 순간들이 있다. 졸업 및 입학, 취업, 퇴사, 만남과 헤어짐,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이번달 말에 있을 합격자 발표. 처음으로 방점을 찍은 후에도 생은 ..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습니다. 아비 부의 자리에 계집 녀를 적자 흥미로운 질서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질서를 겪어볼 기회를 소설에게 주고 싶었어요. 늠름한 아가씨와 아름다운 아저씨와 경이로운 아줌마가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지 궁금했습니다. 이슬아 작가는 낮잠 출판사를 설립해 모부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슬아는 경제권을 가지고 집안 대소사를 결정하는 가녀장이고, 낮잠 출판사의 사장이자 직원인 복희와 웅이의 고용인이다. 소설은 낮잠 출판사와 세 주인공의 집안 내력,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각 캐릭터가 재밌는 사람들이라 깔깔 웃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
무엇을?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실황을. 한국에서는 그리 보기 어렵다는 조성진을 마드리드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여기 사람들 너무 부럽고 부럽고 부럽다. 첫 음부터 은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가길래 역시 조성진~ 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 점점 고조되면서 소리가 확 바뀌었다. 피아노 때려 부술듯이 휘몰아침. 또 다시 천국에서 즐기는 만찬의 배경음 같았다가 3악장 마지막에 줄달음칠 때는 심장이랑 호흡이 같이 머리 위로 빨려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조성진은 기교가 매우 좋고 매끄러운 음을 깎은 듯이 잘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연주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 곡 내에서 강약 조절을 하면서도 힘과 에어지를 엄청나게 내뿜었다. 정말 피아노 부서지는 줄 알았다니까..
이슬아 작가가 20대 초중반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에 용감하게 뛰어든 연유부터, 글쓰기 교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엮어낸 책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겨울 때 서고에 가서 그때그때 맘에 드는 책을 골라서 야금야금 읽는데, 박경리, 박완서 같은 대작가들 책을 좀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좀 피곤해서(박경리 선생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찾아가서 한번 여쭙고 싶다. 왜그렇게 등장인물을 못 살게 구시냐고ㅎㅎㅎ 하나같이 운명이 참 얄궂어서… 박완서 선생은 사람 참 낯부끄럽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고ㅎㅎㅎ 차마 쪽팔려서 꺼내기 힘든 속마음을 왜 자꾸 들추세요;;) 가벼운 에세이를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슬아 작가.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고 언젠가 한번 기회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