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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김연수가 겪고 읽은 것들을 엮어서 모아 놓은 책이다. 작가는 기억할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예전에 읽었던 글귀가 떠오르곤 하는 걸까. 김연수가 기억하는 문장들을 한번에 모아서 보노라니 이 작가는 세월이 흐르는 것, 잡을 수 없지만 붙잡아두고 싶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김연수 뿐만 아니라 사람이 서른이 넘어가고 어느정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언제 어디서고 인식하게 된다. 시간이라는 게 눈앞에서 얼쩡거리면서 사람을 애타게 한다. 김연수는 두보, 이덕무, 랭보 등 예전 시인들이 쓴 내용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 한시는 한자를 다 적어뒀는데 번역만 읽어야 해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든다. 중고등학교 때 한문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 땐 왜 그렇게 재미가 없었는지 모..
원더보이를 읽고 이 시대 최고의 작가를 꼽으라면 김연수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80년대 중반, 주민 여럿을 살해한 강도의 차가 정훈이 아빠가 운전하던 차를 들이 받았다. 아빠는 그 자리에서 사망, 권력에 욕심이 있던 권대령이라는 작자는 그 강도를 간첩으로, 살아난 정훈이를 원더보이로 만든다. 정훈은 그 사건 이후로 사람들의 생각이 들리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매일 고문 당하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의 끝, 여자친구에서 작가는 소통, 그러니까 고통까지도 이해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이 썼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때 사람 사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코미디언의 발자취를 추적해 간 딸과 장님의 말을 통해 어느정도 고통에 대한 이해해 다..
김연수 중단편 단행본 '세계의 끝 여자친구' 마지막에 수록된 '달로 간 코미디언'을 읽고. 부모님의 삶을 맨 처음 떠올려 본 게 언제였더라. 대학에 들어가고도 한참 지났을 때였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이 하나 둘 결혼 하는 걸 보면서, 또 결혼 후 내 삶을 상상해보기 시작한 뒤인 것 같다. 어느날 불현듯 머리를 파고드는 질문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전까지 내 세계에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은 텅 빈 공간이었다.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다.... 이 질문을 떠올렸을 때부터 가끔씩 부모님이 들려주던 옛이야기를 곱씹으며 50년 남짓한 인생을 공감하려 애써 봤다. 그런데 좋은 일, 자랑스러운 일은 금세 이해가 됐지만 어떤 고통이 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