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무한동력 (76)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렇게 장거리 투어 라이딩을 한 게 몇 년만인지... 날씨도 좋고, 단풍도 좋고, 바다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입도 즐겁고 다 좋았던 여행이다. 다녀오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행복감이 가슴 주변에서 일렁인다. 처음 얘기 나왔을 때 평범한 라이더들처럼 용문에서 출발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우리는 최약체 느림보 멤버가 둘이나 있는 관계로(한 명은 몇 년째 거북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 나, 한 명은 60대 클릿도 장착 안 하신 어르신이다.) 홍천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뭐 길게 탄다고 누가 박수쳐줄 것도 아니고! 서북쪽 사는 사람들은 고양종합터미널 6시 50분 홍천행 첫 차를 , 동쪽 사는 사람은 7시 좀 넘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다. 홍천 터미널에는 9시 좀 안 돼서 도착했다. 순대국 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여자 아이들의 불안정한 삶을 그린 영화 는 인천 부둣가에 사는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딱 내 또래에 인천 출신. 1호선을 타고 낑겨서 멀고 먼 서울까지 오가거나, 마땅한 일이 없이 부유하거나. 갓 스무살이 된 여자 아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한편, 인천 사람들의 애환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인천 출신인 나는 인천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느낀다. 뜨내기들의 도시, 기회가 되면 언제든 서울로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의 도시. 배가 드나드는 동인천 쪽이든 서울과 맞닿은 계양, 부평 쪽이든 인천 사람들의 고향은 인천에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정주 감각을 느끼기 힘든 곳.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 곳. 실제로 내 친구들 대부분은 인천을 떠나 산다. 나도 마찬가지. 뚜렷..
쉬울 것 같은데 같은데 싶으면서도 깨지지 않던 1시간의 벽을 드디어 뚫었다. 장하다~!! 여행 다녀온 후에 서서히 몸을 좀 만들자고 생각하고, 5k, 7k, 10k로 거리 늘리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뛰고 조깅 후에 100m 전력질주를 해줬는데, 전력질주 했더니 다리에 알도 좀 배기고 그 다음에 뛸 때 좀 더 편해진 느낌이 들길래 운동이 되는구나 싶었다. 10k 안 뛴 날은 돌아오는 길에 있는 언덕도 꼭 뛰어오고. 빌드업이란 것도 흉내내보기도 하고 그랬다. 대단한 훈련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발전한 듯. 작년 9월에 런데이 30분 뛰기부터 시작해서 1년 좀 더 걸렸다ㅠㅠ 오늘은 손기정 마라톤 날! 신청했는지 몰랐는데 문자가 오고, 택배가 오고 그러길래 잠실 운동장으로 나갔다. 1:00 페이스 레이서가 보이길래 ..
총 여행 일정은 20일 남짓이었고, 순례길은 11일 걸었다.(중간에 하루치를 기차로 점프했으니 전부 걸었다면 12일 걸렸을 듯) 출발 전에 포르투랑 파티마에서 사흘을 보냈고, 끝나고 마드리드랑 바르셀로나에서 닷새를 보냈는데 혼자 가기에는 좀 긴 일정이었다는 생각이... 혼자 쏘다니다보면 생각보다 쉽게 지치고, 맛있는 걸 푸짐하게 못 먹는 데 대한 짜증도 쌓인다. 해외는 길어도 한 2주 정도 일정으로 좀 아쉽게 다녀오는 게 좋은 듯. #해안길 일정 및 숙소, 괜찮은 식당(몇 개 없지만) 공유. 1일차: 포르투-> 마토지뉴스(지하철 이동) -> 빌라 두 콘데(Vila do conde) 23.2km 포르투 순례길 시작은 포르투 대성당부터지만, 해안까지 가는 데만 하루 걸린다고 해서 새벽에 지하철로 해안길 초입..
포르투갈 루트는 한국인 보기가 정말 힘든만큼 후기도 많이 없다. 뭐 아시안 보기도 힘든데 한국 사람을 어떻게 만나겠어. 그래서 단톡방이 굉장히 활발하고, 거기서 실시간 정보들이 공유되기 때문에 널리 공개된 정보가 별로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단톡방은 네이버 '까.친.연' 카페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도움을 많이 받았던 후기를 일단 정리 해보자면, #포르투 해안길 루트 정보 1. 클리앙(레프톨스토이님) 간결하게 필요한 정보를 다 담고 있다.(물가는 그 때랑 지금이랑 많이 다르고, 까민하 페리 대신 보트가 다닌다는 게 차이나고, 이 분은 엄청 잘, 멀리 , 빨리 걷는 분이라는 걸 감안하길 바람) https://m.clien.net/service/board/use/15399747 (2018년) 산티아고 순례..
드디어 산티아고 도착! 에르본 수도원에서 다같이 6시반에 아침을 먹고 7시반쯤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 순례길로 돌아가는 약 3km를 포함해서 산티아고까지 거의 28~29km를 걸어야 한다.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출발한거라 발길을 재촉했다.(나중에 보니 어차피 도착해서 딱히 더 할 것도 없는데 뭐하러 그랬나 싶다. 그냥 천천히 가서 아는 사람들이랑 인사도 하고 그러는 게 나음) 오전에 내내 비가 쏟아져서 빗길을 뚫고 길을 걸었는데, 길이 계속 고도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별로 힘은 안 들었다. 뭔가 근육에 힘이 붙은 모양. 그래서 무난무난하게 걸어서 오후 4시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아직도 길을 걷는 대단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시작과 끝맺음을 했다는 어떤 성취감은 있다. 겨우 5.5kg 배..
여기 와서 확실히 느끼는 건, 나는 아침형 체질이라는 것이다. 술 좋아하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게 좀 안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무 제약 없이 잘 시간, 기상 시간을 골라보니 술 후딱 마시고 자서 새벽같이 일어나 활동하는 게 훨씬 편하다. 새벽 공기와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제 점심부터 맥주, 와인으로 신나게 달리고 10시 전에 잤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든 것 같은데 목 말라서 눈 떠보니 12시. 물 마시고 화장실 다녀와서 좀 뒤척대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다시 눈 뜨니까 5시 40분… 딱 느끼기에도 꿀잠을 푹 잔 느낌이다. 중간에 화장실 가느라 잠귀 옅은 사람한텐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냐.(이렇게 적어놓고 같은 날 밤 코골이를 만나서 4시간도 못 잠ㅠ) 요즘 해가 너무 늦게 떠서 8시 넘어야 겨우 미..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도 가을이다. 지난주까지는 낮에는 그래도 해가 좀 따가울 정도로 더웠는데 주말로 넘어오면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낮에도 그렇게 덥지 않고 저녁엔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는 추워지기 시작했다. 맨다리로는 못 다니겠어서 점점 챙겨온 원피스가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중. 그건 그렇다 치고, 수확철이라 볼거리가 참 많다. 걸으면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포도밭. 이미 가을걷이가 얼추 끝나서 포도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갈변이 시작된 연두색 이파리들이 형형색색 예쁘다. 때때로 아직 따지 않은 포도도 볼 수 있는데, 그 밭 옆을 지날 때면 포도향이 확 코 끝을 스치면서 와인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눈으로 향기로 유혹하는데 이거 원 안 마실 수가 없잖아..(그래서 오늘 늦은 점심을..
앞으로 3일 또는 4일, 내일부터는 계속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비온다고 한 날 제대로 비 온 적이 하루도 없어서 믿기는 힘들지만 암튼. 그냥 지금 페이스대로 가버릴까(12시 순례자 미사는 그 다음날 참석)? 중간에 하루 더 쉬고 마지막날 쉬엄쉬엄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해서 그 기쁨을 만끽하고 바로 미사를 볼까? 마지막날 새벽부터 달려서 12시 전에 도착해볼까?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드는데, 일단 몸이 지금처럼 멀쩡하다는 전제에서 3일만에 도착하는 걸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좀 열심히 걷는다고 다리가 3일만에 부서지지는 않겠지. 오늘은 깔끔하다고 추천 받은 알베르게를 취소하고 낡은 호텔방을 잡았다. 어제 출발지부터 다니엘 할아버지 만나서 같이 걷느라 묵주기도도 하루 건너 ..
어느덧 길을 걸은지 7일이나 됐다! 절반도 안 남았다~!! 지난주 금요일 출발했으니 와우~!!!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갔는지… 드디어 오늘은 산티아고까지 100km가 깨진 날! 축하축하!! 어제오늘은 날씨, 경치 다 참 좋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물론 어제는 새끼발가락 때문에 아픈 걸 참으면서 걷긴 했는데, 경치 보면서 아픔을 좀 잊을 수 있었고 오늘은 새끼발가락이 덜 아픈 방법을 드디어 알게 돼서!!!(감격ㅠㅠ. 깔창새끼발가락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면 된다는!!) 훨씬 편했다. 어제는 바이오나 다음에 있는 사바리스 Sabaris 에서 비고 Vigo까지 갔고, 오늘은 비고에서 레돈델라Redondela 바로 옆동네인 세산떼Cesante 까지 왔다. 지금은 2시 전에 일찌감치 알베르게에 와서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