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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동력

한계령 넘어 동해안 라이딩

로얄곰돌이 2023. 10. 25. 00:27

이렇게 장거리 투어 라이딩을 한 게 몇 년만인지... 날씨도 좋고, 단풍도 좋고, 바다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입도 즐겁고 다 좋았던 여행이다. 다녀오고 나서 이틀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행복감이 가슴 주변에서 일렁인다. 

처음 얘기 나왔을 때 평범한 라이더들처럼 용문에서 출발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우리는 최약체 느림보 멤버가 둘이나 있는 관계로(한 명은 몇 년째 거북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 나, 한 명은 60대 클릿도 장착 안 하신 어르신이다.) 홍천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뭐 길게 탄다고 누가 박수쳐줄 것도 아니고! 

얻어온 투어링용 새들백을 첨 달아봤는데 다리가 짧아서 바퀴에 닿음.ㅠ 따로 끈으로 안장에 묶어줘야 한다ㅡㅡ 모양 디게 빠짐;;


서북쪽 사는 사람들은 고양종합터미널 6시 50분 홍천행 첫 차를 , 동쪽 사는 사람은 7시 좀 넘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다.

새벽 뚫고 가는 길은 뭘하든 설렘.

홍천 터미널에는 9시 좀 안 돼서 도착했다. 순대국 한 그릇씩 먹어주고 9시 반쯤 라이딩 시작!

목표는 한계령 휴게소에 3시 도착하는 거였다.(홍천터미널-한계령 휴계소 79km) 그러려면 부지런히 타야했다. 원래 10km 타고 20분씩 쉬면서 수다 떠는 팀인데 이번에는 중간중간 자주 쉬면서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바로 출발했다. 12시반, 한계령 입구 도착, 황태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1시반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업힐을 오르기 시작했다.

원통을 지나치면서 약 15km 정도부터 약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홍천 가는 길도 단풍이 드문드문 보이더니 홍천부터 설악산 쪽으로 다가갈수록 단풍이 짙어지고, 설악의 높은 바위들이 하늘 아래로 갑자기 우뚝 솟아오른다.


참 좋은 계절이다. 라는 생각이 들려는 때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헥, 헥, 헥, 헥,... 떠들던 사람들이 점점 말수를 줄여가고... 한계령은 업힐 3km밖에 안 된다고 했던 사람 뉘기야? 나와!!!!

사진으로 보면 그냥 앉아 있는 것 같은데 이때 진짜 힘들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까 약 9km 정도는 본격 업힐, 나머지 3km는 레알 업힐 이라고 한다 ^^;; 

나름 한계령 준비한다고 70km, 90km 한강 라이딩 두 번 하긴 했는데 역시 2년 정도 쉬었더니 근육이 다 빠졌죠~ 달리기 근육이랑 자전거 근육이 다르다는 걸 여실히 느끼면서 업힐을 올랐다. 무정차는 못 하고 세 번 쉬어갔다. 러닝 덕에 숨은 별로 안 가쁘긴 했는데(나중에 보니 심박도 최고 140 언저리... 그래서 호흡이 안정적이었군) 허벅지가 터지다 못해 딱딱하게 굳는 것처럼 아파왔다. 경사도 높은 데서 내리기 싫어서 좀 더 오버할라 치면 허리까지 아파서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의지로는 훈련 부족을 못 당한다.

어쨌든 꾸역꾸역 올라서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 너무 추워서 급하게 사진 찍고... 손이 후덜덜 떨리더니 자전거 들 힘이 없어서 어깨에 걸치고 인증하고..


추워서 빨리 갑시다~~ 했는데 차들이 양쪽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진입할 타이밍을 놓쳐서 혼자 좀 늦게 출발 했더니 거의 20km 고독한 다운힐을 해야했다.ㅠ 거기다 왤케 추운지 첨엔 손이랑 발이 시려운가 했는데 가면갈수록 가슴 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엉엉 10분 전까지는 땀을 바가지로 흘렸는데 이젠 동상이 걱정...  

그렇게 힘들게 설악산을 내려와서 하조대 숙소까지 쭉 달렸다.(한계령 휴게소-하조대 약 41km) 총 120km를 타고 첫 날 라이딩을 마무리 했다.


하조대 호스트이신 탁대장님이 저녁까지 사시겠다고 해서 자연산 광어도 맛 보고 이탈리아 와인도 한 병 마시고, 펄펄 끓는 방바닥에서 등 지지면서 잘 잤더니 둘째날 컨디션이 너무 좋았음.

하조대 해수욕장의 별이 빛나는 밤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 파티!!!

둘째날은 하조대-강릉터미널 40km 정도만 타면 돼서 아침 먹고 느즈막히 출발해서 박이추 커피 들러서 고급진 문화를 즐기고 설렁설렁 탔다.


기다렸다는 듯이 해가 쨍쨍 뜨고, 하늘은 새파랗고, 물결은 별가루 뿌린 듯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파도는 우렁차게 밀려왔다 밀려가고.. 길은 잘 닦여 있고 이게 라이딩하는 재미고, 사는 재미다.

단풍 크레이지 시즌이라 차가 막혀서 돌아올 때 4시간 반이 꼬박 걸리긴 했는데, 그래도 여행이 너무 즐거워서 이 정도면 감수할만하다 싶었다. 이제 자전거 자주 타야지.  

한계령 라이딩(2023. 1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