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산티아고 입성(포르투 해안길 11일차) 본문

무한동력

산티아고 입성(포르투 해안길 11일차)

로얄곰돌이 2022. 10. 20. 01:18

드디어 산티아고 도착!

에르본 수도원에서 다같이 6시반에 아침을 먹고 7시반쯤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 순례길로 돌아가는 약 3km를 포함해서 산티아고까지 거의 28~29km를 걸어야 한다.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출발한거라 발길을 재촉했다.(나중에 보니 어차피 도착해서 딱히 더 할 것도 없는데 뭐하러 그랬나 싶다. 그냥 천천히 가서 아는 사람들이랑 인사도 하고 그러는 게 나음)

오전에 내내 비가 쏟아져서 빗길을 뚫고 길을 걸었는데, 길이 계속 고도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별로 힘은 안 들었다. 뭔가 근육에 힘이 붙은 모양. 그래서 무난무난하게 걸어서 오후 4시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안녕~ 갈리시아 조가비 표지석!

햄복! 이제 배낭 안 매도 된다!!!

5.5kg 배낭과 제일 고생한 신발.

다음날 12시 미사. 순례자를 위한 12시 미사가 매일 열리고, 향 예식이 있는데 향로가 천장까지 휙휙 날아다닌다.

아직도 길을 걷는 대단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시작과 끝맺음을 했다는 어떤 성취감은 있다. 겨우 5.5kg 배낭을 내려놓고 걸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기쁘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게 의미라면 의미? 인생사 기니까 어느 날 문득 길 위에서의 어느 순간이 번뜩 기억 나면서 무언가를 느끼는 날이 올지도…

특별한 기대 없이 떠났고, 끝난 후에 아무런 아쉬움과 미련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에르본 수도원에서 받은 축복의 기도처럼 일상에서 행복하고, 인생 길에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Adios Camino,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