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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오늘은 오 세라요 o serrallo에서 사바리스 sabaris 까지 좀 짧게 걷고 길도 좋아서 여유가 있다. 닌자앱 기준 18.3km, 애플워치 기준 20km. 알베르게 문 열기 전에 도착해서 근처 바에 가서 상그리아 한잔(3.5유로) 때리고 와서 샤워하고 빨리 건조기 돌려 놓고 앉아 있다. 몇 킬로 차인데 20키로 이내로 움직이니까 이렇게 여유가 넘친다. 여정이 오늘만 같아라~ 스페인에 넘어 오니까 1시간이 빨라져서 해가 더 늦게 뜬다. 오늘 일출 시간은 8시 40분.. 그러나 새나라의 어른인 로얄이는 5시 반부터 일어나서 부스럭대다가(이래서 1인실을 쓴다;;) 7시 좀 전에 길을 나섰다. 어제 너무 고생해서 아침거리를 준비 안 해서 좀 배고프고 초라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 지나가다 첫번..
보통 순례자 숙소로 불리는 알베르게는 까미노 길 옆에 있다. 순례자들을 위한 곳이니 순례자들이 가장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곳에 있는 게 정석이니까. 그런데 가끔 완전히 길에서 동떨어진 산 중턱이나 산 꼭대기에 있는 알베르게들이 있다. 3일차에 묵었던 Viana do Castelo 의 Santa Lucia 성당 알베르게가 딱 그런 곳이다. 보통 3일차에는 다들 거리를 조금씩 늘려서 Vila do conde 부터 26km 정도를 걸어서 비아나 두 카스텔로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길에서 만난 사람들 전부 목적지가 비아나 두 카스텔로였음. 출발지는 빌라 두 콘데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25km 넘게 걸어야 하는데다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나 경사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안 하는 요즘 시기에(..
시작하며> 포르투 해안길을 따라 산티아고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대략 12일 일정을 계획했는데 다음주에는 비가 잦을 것으로 보여서 13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어쨌든 20일 새벽에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만 탈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순례길을 꼭 걸어서 완주하는 게 인생 버킷리스트 이런 것도 아니고 카톨릭 신자로서 한번 와 본 거라 여차하면 중간에 버스나 기차를 탈 생각도 있다. 아무튼 그때 그때 상황 봐서 이동할 예정. 둘째날까지는 미리 숙소를 예약해서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는데, 2일차에는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서 자주 신발 벗고 쉬었더니 어제보다 훨씬 수월했다. 나름 노하우가 쌓여간다고 할까. 마의 둘째날이라는 말이 있던데 확실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듯. 1일차는 포르투에서 지하철 타고 마토..
어제는 모처럼 집에 혼자 있는 주말이었다. 운동 스케줄을 이틀 쉬는 걸로 얼추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제 달리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혼자 늘어져 있으니까 귀찮아서 끝까지 늘어져 버렸고, 집에 반찬이 없어서 예전에 닭가슴살 시키면서 패키지에 같이 들어 있던 곤약볶음밥이 있길래 그걸 돌려 먹었다. 곤약밥이나 면이 속 안 좋은 사람한테는 소화불량을 일으킨다는 얘길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곤약을 좋아하고 많이 먹어와서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속이 이상했다. 아랫배가 빵빵하고 가스가 차서 아팠다. 실제로 통증이 있었음. 이렇게 장이 좀 힘들 때 내가 하는 짓이 병원 가거나 약 먹는 게 아니라 냅다 뛰는 것임. 그동안은 일단 뛰면 장운동이 되면서 좀 괜찮아졌었기 때문에. 뛰면 방..
시험 D+3. 시험 끝나고 집에 가서 바로 뛰고 싶었는데 비와서 못 뛰고, 태풍 영향 땜에 계속 비 와서 못 뛰고, 어제 저녁에는 약속 있어 못 뛰고 드디어 오늘 아침에 뛰었다. 오늘도 점심 저녁 약속에 내일은 멀리 교외까지 나갈 예정이고,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딱 그렇네. 어제 술을 오질라게 먹은 관계로 속도는 안 났는데 기분은 정말 좋았다. 가을의 청량한 공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달리기였다. 시작할 땐 계속 시험 못 본 거 생각이 나서 오만 잡생각이 다 떠올랐는데 역시 땀흘리고 몸이 좀 지치니까 무념무상이 되고, 그저 도파민을 즐길 뿐. 스트레스 날릴 땐 러닝이 최고입니다. 날 선선할 때 마음껏 뛰어줘야겠다. 이제 시간도 많으니 그동안 못 해본 lsd도, 인터벌도 한번씩 해봐야지. 유튭에서 배운대..
시험도 보기 전부터 설레발 떠는 것 같긴 하지만… 처음으로 15km를 완주했다. 그렇게 한강까지 왕복을 했는데 한강에 들어서자마자 석양을 마주친 순간 아, 뭔가 인생의 한 막이 내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겠구나, 지금 저 태양이 지난 인생의 페이지와 같이 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뭐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ㅋ 어쨌든 앞으로의 인생이 지금이랑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15킬로는 애초에 중간에 퍼지지 않도록 조깅 페이스를 무조건 지키자 생각하면서 출발했던 터라 슬슬 뛰었다. 근데 호흡이 많이 남아서 좀 더 빨리 뛰어도 될 것 같고, (630정도는 맞춰도 될 것 같음.) 발목, 무릎, 허벅지 근육은 막 아우성을 치더라...
드디어 페이스가 5분대로.. 6분에서 1초 짧은건데 앞자리가 바뀌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구만. 페이스가 빨라진 이유를 몇 가지 추론 해보자면, 1.거리를 줄임. 시험이 정말 콧잔등을 스치듯이 가까이 다가와서 10k 다 뛰면 심리적으로 시간 낭비가 좀 크다는 생각이 듦(그럼 그 시간만큼 공부를 더 하느냐? 그건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심리적으로 그렇다) 거리를 줄이니까 좀 아쉬워서 속도를 좀 더 내게 됐다. 2.마일리지가 쌓임 지난번에 중간에 좀 걷기도 했지만 15킬로 뛰었고 느려도 확실히 거리가 느니까 근육이 오래가는 느낌이 들더니 속도를 당겨도 몸에 무리가 없었음. 그동안 축적된 것도 있을거고. 3.초반에 나도 모르게 좀 힘차게 뛰었더니 1킬로 속도가 좋았고, 오늘은 거리가 짧으니 빌드업이란 걸 좀 해..
오늘은 참 뜻깊은 날이다. 7년 전에 뉴욕 여행 갔을 때 만났던 인성 언니랑 홍제천을 같이 뛴 날이기 때문. 회사에서 찍혀서 인천 끝에 있는, 황량한 벌판에 고고하게 서 있던 추운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다가 좋은 선배들이 본사에서는 사표를 쓰고 나갔다는(=쫓겨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그냥 냅다 사표를 던졌고, 뉴욕행 티켓을 사서 바로 다음주인가 날아갔다. 하필 한겨울이라 날씨는 오지게 춥고 기상 이변으로 뉴욕은 역대급 한파에 눈폭탄까지 쏟아졌었더랬지. 혼자 칼바람을 맞으면서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외로웠다. 그런데 그 여행에서 포인트를 하나 또렷하게 찍고 왔는데, 아직도 눈에 삼삼한,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하나 남긴 것이다. 김선배가 동생이 뉴욕 근처 산다고, 가..
혼자만의 실험을 해보는 중인데, 7km 뛸 때랑 10km 뛸 때 하루종일 얼마나 피곤한지 체감적으로 느껴보고 있다. 지난번에 7km 뛰었을 때는 늦장마 와중에 잠깐 비가 소강상태일 때 뛴 거라 고온다습하고 땀이 비오듯 흘렀다. 어제 10km는 입추가 지나서 그런가 새벽 공기의 결이 약간은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바람도 불어서 지난번보다 훨씬 쾌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다. 속도는 7km 뛰었을 때가 평균 10초 정도 빨랐음. 그런데 이 3km 차이가 뛸 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데 몸이 느끼는 충격은 많이 다른 것 같다. 7킬로만 뛰었을 땐 활력이 넘치고 하루종일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면, 어제는 하루종일 졸고 졸고 또 졸고, 집에서 점심먹은 김에 아예 쇼파에서 한 30분 편하게 잤는데도 스..
늦잠을 자서 뛸까말까 하다가(해 뜨면 너무 더워서) 그래도 가자며 7시 넘어 나섰다. 평소보다 공복도 길어지고 덥기도 덥고, 습도가 환장하게 높아서 안그래도 좀 힘들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첨에는 한강까지 뛰었다가 따릉이 타고 돌아올 생각이라 10km 뛰는 게 별 부담스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한강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라 쉬움) 중간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그냥 중간에서 반환하자고 맘을 바꿔서 좀 더 무리를 하게 됐다. 오랜만에 10킬로 뛰는데다 덥고 습해서 호흡도 불편하고 하필 또 생리 기간 중이고 역시 장 상태도 별로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뛰고 나서 스트레칭 잠깐 했더니 머리가 핑핑 돌고 땅바닥이 지글거리기 시작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 돌담에 기대서 잠깐 쉬었더니 눈 앞에서 아지랑이 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