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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동력

곤약밥과 추위의 환장 콜라보

로얄곰돌이 2022. 9. 25. 15:59

어제는 모처럼 집에 혼자 있는 주말이었다. 운동 스케줄을 이틀 쉬는 걸로 얼추 맞추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제 달리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혼자 늘어져 있으니까 귀찮아서 끝까지 늘어져 버렸고, 집에 반찬이 없어서 예전에 닭가슴살 시키면서 패키지에 같이 들어 있던 곤약볶음밥이 있길래 그걸 돌려 먹었다. 곤약밥이나 면이 속 안 좋은 사람한테는 소화불량을 일으킨다는 얘길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곤약을 좋아하고 많이 먹어와서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속이 이상했다. 아랫배가 빵빵하고 가스가 차서 아팠다. 실제로 통증이 있었음.

이렇게 장이 좀 힘들 때 내가 하는 짓이 병원 가거나 약 먹는 게 아니라 냅다 뛰는 것임. 그동안은 일단 뛰면 장운동이 되면서 좀 괜찮아졌었기 때문에. 뛰면 방구가 뿜뿜 나오면서 보통은 속이 편해진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또 뛰러 나갔는데, 오늘따라 진짜 너무 힘들었다. 10km 뛰면서 목이 타기는 처음이고 한강까지는 거의 내리막인데 이렇게 힘들 일이냐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다. 그리고 10킬로를 뛰었는데도 배가 여전히 아픈 거다. 아 그 곤약 그게 나랑 안 맞는 거구나… 생각해본들 이미 먹어버렸고 뛰어버린 걸 어쩌겠어.

따릉이 타고 돌아가는 길엔 또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엄청 추웠다. 오는 내내 바람막이 생각만 한 듯.

가뜩이나 아픈데 춥기까지 했으니 장이 멀쩡할리가 있나. 이런 상태에서 어영부영 하다보니 미사 시간이 늦어서 샤워 하자마자 또 빈속으로 그대로 성당으로 내달린 결과 노란 하늘을 보고야 말았다.

서 있는데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더니 식은땀이 줄줄 쏟아지는 게 아닌가.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인 듯. 앉아 있으면서 겨우 진정 됐나 싶으면 또 다시 눈이 캄캄해지고 배는 찌르듯이 아프고, 나중에는 그냥 업드려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땀이 흥건하더라. 아빠 없었으면 집에도 못 왔을 것 같다. 도저히 택시 잡고 할 힘도 없었음.

집에 와서 두시간 정도 뻗어 있다가 삼계탕 시켜줘서 먹고 겨우 정신 차렸는데 아까 일이 꿈인가 생신가 싶다.


오늘의 교훈.
곤약 함부로 먹지 마라.
빈 속에 뛰지 마라. 컨디션 안 좋으면 적당히 뛰다 들어가라.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거추장스러워도 바람막이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