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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노트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로얄곰돌이 2022. 11. 17. 11:15

왜 책을 살 때 한 권 사서 읽고, 다 읽으면 또 사는 게 안 될까. 오랜 고민이다. 욕심에다 스스로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지 객관화가 안 되니까 4~5권씩 사서 2~3권 읽고 또 다른 책들 사서 2~3권 읽고... 그래서 책꽂이에 언제나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고, 가끔씩은 내가 그 책을 샀는지 어쨌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주문하려던 찰나에 책장에 꽂힌 걸 발견하는 일도 가끔 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그런 책이었다. 그 시절에 마침 클래식에 궁금증이 좀 생겼던 것 같은데, 먼저 읽고 싶은 소설책이나 역사책이랑 같이 주문을 하는 바람에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고, 그렇게 10년 넘게 계속 밀리고 밀려난 책. 먼저 펼쳐보는 책이 소설-에세이-사회과학 및 역사 순서이다보니 문화예술 관련 책들은 후순위가 되고 만다.

최근에 시간 여유는 있고, 자금 사정은 여유가 없어서 이런 저런 공연들을 A석, B석 위주로 사서 보러 다니고 있는데 그 때 그때 연주되는 곡들 위주로 검색을 하다보니 뭔가 좀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내 책꽂이에 있는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 눈에 들어왔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이 책은 절판됐고, 후에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됐다.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펼쳐보니 1권은 2004년, 2권은 2007년에 출간했더라. 두 권 다 있는 걸 보면 2007년 언저리에 구매한 듯. 컬러에 종이 질도 두껍고 좋은 코팅지인데다 책장 구석에 꽂혀 있다 이사 다닐 때만 햇빛을 봤던 까닭에 10년 넘었는데도 책 띠지도 아주 깔끔하고 새 책 같은 느낌이 난다.

책은 두 권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흐와 헨델의 바로크 시대부터 시작해 고전, 낭만, 인상, 민족주의 등 17세기부터 20세기를 지나오면서 각 시대 상황과 당시의 유명한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동시대 작곡가를 둘 씩 짝지어서 대비를 해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다. 작곡가들은 성장 배경, 타고난 성격, 국가와 정치 상황, 당시를 풍미했던 이데올로기들이 다른 만큼 각기 개성을 보여준다.

글이 쉽고 문장이 짤막해서 술술 잘 읽힌다. 작곡 스타일이나 음악 용어도 간략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나는 클래식은 아무것도 몰라. 베토벤이랑 모차르트 이름만 알아!' 하는 사람은 입문용으로 보면 좋을 것 같고, 음악만 듣던 사람은 이 기회에 각 작품이 쓰여진 계기나 작곡가가 추구하는 방향, 시대상 등을 떠올려 보고 음악사의 얼개를 정리하기 좋다. 친절하게 책 말미에 연대별 시대 배경과 사조와 작곡가들의 연표를 삽입해놨다.

또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작곡가들의 곡을 한 두개씩 유투브로 찾아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그동안 찾아 듣지 않아서 잘 몰랐던 음악들을 듣는 계기도 됐고. 그동안 내 음악 취향은 피아노 소나타, 소품곡, 피아노협주곡, 고전파 작곡가들의 교향곡에 치우쳐 있었는데 그 외에도 참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됐다.

그냥 감상을 넘어서 돌려 듣게 된 음악은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제 9번 신세계 교향곡)', 바그너와 비제의 여러 오페라 등이다. 다들 유명한 곡인데 음악 편식이 심해서 주의 깊게 들어볼 생각을 안 했었거든.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되긴 하지만) 프로코피에프가 왜 그런 불협 화음 가득한 곡을 작곡했는지 이해를 다소나마 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전체적으로 정독을 해뒀으니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듣다가 궁금해지면 발췌독을 하면 좋겠다. 클래식 감상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