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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요, 여러분의 인내 덕분에 이 사회가 여기까지 바뀔 수 있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여기까지 참아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에, 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91퍼센트 상당까지 설치되었고, 서울 시내 저상버스가 55퍼센트 상당 설치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장애인들끼리 정치인을 찾아가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설치해주세요'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감하는 시민께서 함께 불편함을 호소하고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순간부터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정말 딜레마이고 죄송할 다름인데요... 그럼에도 시민 여러분이 불편함을 감수해주신 덕분에 한국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
피아노 연주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도전하는 곡, 쇼팽 '즉흥 환상곡(Impromptu No.4 in C# minor)'을 연습하기 시작한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어린이들도 훌륭하게 연주할 정도로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곡은 아니지만 로얄이는 체르니 40번에서 멈춰버린 실력...어릴 적에 조금만 더 열심히 배워서 베토벤이랑 쇼팽까지 진도를 나갔다면 참 좋았겠지만, 모차르트 소나타까지만 치고 콩쿨 한 번 나가보고는 질려서 이제 피아노 연습하기 싫다며 줄행랑을 쳐버렸었다. 참 어리석기도 해라. 그래서 왼손, 오른손 콩나물을 한땀 한땀 읽어가며 치기 시작한지 한 달여가 지났다. 아직도 손가락이 꼬이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꼬이고, 틀리는 데서는 또 틀린다. 특히 저 3번째 줄 크레센도(cresc)부터..
안드라스 쉬프 경 리사이틀은 연주 곡 목록이 미리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주회장, 그 날의 분위기 등을 보고 피아니스트가 당일 연주곡을 결정하고, 공연 중에 곡명과 작품들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 포인트를 직접 설명해준다. 작년부터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번에 한국 순회 연주를 한다고 해서 경기아트센터에서 하는 10월 6일 공연을 관람했다. 헝가리 태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쉬프경은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통역을 해줬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문 피아니스트의 음악에 대한 느낌과 감상까지 함께 전해져서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연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피아노 꿈나무 옆에서 등을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공연이었다. 피..
조카님의 주/보조 양육자인 울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일주일간 육아라는 팔자에 없는 짓을 했다. 다시 말하자면 딸래미가 백수로 놀고 있는 덕분에 부모님이 여행을 가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애한테 매여 있는 건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아파트 입구에 나가서 데려오고, 간식 먹이고 좀 놀아주다가 저녁 먹이고 집으로 돌려보내면 되는 일정이다. 4세 어린이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둘만 지내본 적이 처음이라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놓는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너무 어정쩡하다. 4시반에 돌아오는데 어디 일 보러 나갔다가도 3시만 되면 일어서서 후다닥 돌아와야 한다는 게 좀 스트레스... 오후에 뭘 할 수가 없음. -간식이랑 저녁 메뉴가 고민스럽다. 달고 짠 ..
지난 2년간 몸과 마음의 안식처였던 종로도서관이 휴관을 한단다. 올해는 시험 끝나도 어디 놀러도 안 가고 다시 도서관 다니면서 컴활 자격증도 따고, 영어랑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토지도 마저 빌려보고 어쩌고... 하는 계획을 세워놨는데 아쉽게 됐다. 집에서 30분 거리 내에 있는 공공 도서관을 전부 가보고 종로도서관을 아지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약 2년 전이다.(그 때는 딱 1년이면 수험이 끝날 줄 알았더랬지.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말자고 생각했는데... 미련이란 것이 참;;) 종로도서관은 열람실 삼면이 거의 통창 같은 넓은 창으로 돼 있어서 개방감도 좋고 책상도 오크색이라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창가에서 공부하다 고개를 들어 보면 저 멀리 남산 타워랑 키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서 눈을 쉴 ..
'저물어 간다'라는 말이 예전에는 뭔가 닳고 기울어지는 느낌이라 싫었는데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해가 저물어야 푹 잘 수 있고 또 내일이 열린다는 걸 40년 넘게 경험해서 그런가보다. 2022년이 거의 저문 지금 시점도 꽤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인생에서 곱씹어볼만한 엄청난 실수를 해봤고, 그걸 다시 수습하는 과정을 한 번 더 치러야 하지만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그럭저럭 할만한 것도 같다. 회사를 오가는 규칙적인 생활도 좀 도움이 된 것 같고. 올해 결산을 해보자면, 1)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안정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음. 저녁에 술 안 마시고 집에서 저녁 먹고 빨리 자는 거 정신건강에 매우 좋다. 장이 편안해짐. 2) 내 머리가 아직은 그래도 돌아간다는 대견함 같은 것..
신나게 공부 잘 해놓고 등신 짓거리를 한 덕분에 어이 없이 탈락하고 또 다시 시험 공부를 할 수밖에 없게 된 나. (30대말, 무직) 그런데 작년처럼 마냥 공부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돈이 떨어졌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거지야? 라고 물으신다면... 완전 빈털털이 아니고 당장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일반 예금 통장에 든 현금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돈 벌 줄 알고 남은 돈을 스페인 가서 홀랑홀랑 신나게, 재미나게 잘 썼다. 그리고 마침 7년 넘게 잘 쓰던 나의 소중한 그램이 운명을 달리 하셨다. 이번 기회에 진정한 앱등이로 거듭나면서 스타벅스 카공 입장 프리패스도 얻을 겸 맥북에어를 질렀고, 똑같은 거 한 번 더 공부하면 지겨울테니 모의고사라도 보자 싶어서 1월부터 시작하는 종합반을 끊었다...
작년 10월말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수험생 생활을 시작, 1차를 지나치게 잘 본 와중에 생동차생 답지 않게 모의고사 상위권을 달리면서(네가 이렇게 시건방 떨까봐 하느님이 속도조절 해준거다라는 사람도 있었음ㅠ 타고나게 자신감이 넘치는 데 어쩝니까…) 순조롭게 공부를 해 나갔다. 이틀간 답안지를 열나게, 문자 그대로 좔좔좔좔 외워서 졸라게 부다다다다다다 썼고, 선택과목에서 처음 보는 문제가 나와 좀 당황했으나 그럭저럭 기본 개념을 생각하면서 마무리 하고 시험장을 나왔다. 공부에는 후회가 없었고, 시험은 좀 후회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시험 본 사람이라면 하는 후회가 아닐까. 지난주에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고 너무 황당해서 입을 못 다물었다. 한 과목이 0점 처리 돼서 다른 과목을 전부 잘 봤음에도 불구하..
쉬울 것 같은데 같은데 싶으면서도 깨지지 않던 1시간의 벽을 드디어 뚫었다. 장하다~!! 여행 다녀온 후에 서서히 몸을 좀 만들자고 생각하고, 5k, 7k, 10k로 거리 늘리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뛰고 조깅 후에 100m 전력질주를 해줬는데, 전력질주 했더니 다리에 알도 좀 배기고 그 다음에 뛸 때 좀 더 편해진 느낌이 들길래 운동이 되는구나 싶었다. 10k 안 뛴 날은 돌아오는 길에 있는 언덕도 꼭 뛰어오고. 빌드업이란 것도 흉내내보기도 하고 그랬다. 대단한 훈련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발전한 듯. 작년 9월에 런데이 30분 뛰기부터 시작해서 1년 좀 더 걸렸다ㅠㅠ 오늘은 손기정 마라톤 날! 신청했는지 몰랐는데 문자가 오고, 택배가 오고 그러길래 잠실 운동장으로 나갔다. 1:00 페이스 레이서가 보이길래 ..
왜 책을 살 때 한 권 사서 읽고, 다 읽으면 또 사는 게 안 될까. 오랜 고민이다. 욕심에다 스스로 이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지 객관화가 안 되니까 4~5권씩 사서 2~3권 읽고 또 다른 책들 사서 2~3권 읽고... 그래서 책꽂이에 언제나 읽어야 할 책들이 넘쳐나고, 가끔씩은 내가 그 책을 샀는지 어쨌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주문하려던 찰나에 책장에 꽂힌 걸 발견하는 일도 가끔 있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그런 책이었다. 그 시절에 마침 클래식에 궁금증이 좀 생겼던 것 같은데, 먼저 읽고 싶은 소설책이나 역사책이랑 같이 주문을 하는 바람에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고, 그렇게 10년 넘게 계속 밀리고 밀려난 책. 먼저 펼쳐보는 책이 소설-에세이-사회과학 및 역사 순서이다보니 문화예술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