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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포르투갈 루트는 한국인 보기가 정말 힘든만큼 후기도 많이 없다. 뭐 아시안 보기도 힘든데 한국 사람을 어떻게 만나겠어. 그래서 단톡방이 굉장히 활발하고, 거기서 실시간 정보들이 공유되기 때문에 널리 공개된 정보가 별로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단톡방은 네이버 '까.친.연' 카페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도움을 많이 받았던 후기를 일단 정리 해보자면, #포르투 해안길 루트 정보 1. 클리앙(레프톨스토이님) 간결하게 필요한 정보를 다 담고 있다.(물가는 그 때랑 지금이랑 많이 다르고, 까민하 페리 대신 보트가 다닌다는 게 차이나고, 이 분은 엄청 잘, 멀리 , 빨리 걷는 분이라는 걸 감안하길 바람) https://m.clien.net/service/board/use/15399747 (2018년) 산티아고 순례..

무엇을?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실황을. 한국에서는 그리 보기 어렵다는 조성진을 마드리드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여기 사람들 너무 부럽고 부럽고 부럽다. 첫 음부터 은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가길래 역시 조성진~ 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 점점 고조되면서 소리가 확 바뀌었다. 피아노 때려 부술듯이 휘몰아침. 또 다시 천국에서 즐기는 만찬의 배경음 같았다가 3악장 마지막에 줄달음칠 때는 심장이랑 호흡이 같이 머리 위로 빨려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조성진은 기교가 매우 좋고 매끄러운 음을 깎은 듯이 잘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연주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 곡 내에서 강약 조절을 하면서도 힘과 에어지를 엄청나게 내뿜었다. 정말 피아노 부서지는 줄 알았다니까..

드디어 산티아고 도착! 에르본 수도원에서 다같이 6시반에 아침을 먹고 7시반쯤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 순례길로 돌아가는 약 3km를 포함해서 산티아고까지 거의 28~29km를 걸어야 한다. 평소보다 좀 더 늦게 출발한거라 발길을 재촉했다.(나중에 보니 어차피 도착해서 딱히 더 할 것도 없는데 뭐하러 그랬나 싶다. 그냥 천천히 가서 아는 사람들이랑 인사도 하고 그러는 게 나음) 오전에 내내 비가 쏟아져서 빗길을 뚫고 길을 걸었는데, 길이 계속 고도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별로 힘은 안 들었다. 뭔가 근육에 힘이 붙은 모양. 그래서 무난무난하게 걸어서 오후 4시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아직도 길을 걷는 대단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시작과 끝맺음을 했다는 어떤 성취감은 있다. 겨우 5.5kg 배..

여기 와서 확실히 느끼는 건, 나는 아침형 체질이라는 것이다. 술 좋아하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게 좀 안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무 제약 없이 잘 시간, 기상 시간을 골라보니 술 후딱 마시고 자서 새벽같이 일어나 활동하는 게 훨씬 편하다. 새벽 공기와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제 점심부터 맥주, 와인으로 신나게 달리고 10시 전에 잤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든 것 같은데 목 말라서 눈 떠보니 12시. 물 마시고 화장실 다녀와서 좀 뒤척대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다시 눈 뜨니까 5시 40분… 딱 느끼기에도 꿀잠을 푹 잔 느낌이다. 중간에 화장실 가느라 잠귀 옅은 사람한텐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냐.(이렇게 적어놓고 같은 날 밤 코골이를 만나서 4시간도 못 잠ㅠ) 요즘 해가 너무 늦게 떠서 8시 넘어야 겨우 미..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도 가을이다. 지난주까지는 낮에는 그래도 해가 좀 따가울 정도로 더웠는데 주말로 넘어오면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낮에도 그렇게 덥지 않고 저녁엔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는 추워지기 시작했다. 맨다리로는 못 다니겠어서 점점 챙겨온 원피스가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중. 그건 그렇다 치고, 수확철이라 볼거리가 참 많다. 걸으면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포도밭. 이미 가을걷이가 얼추 끝나서 포도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갈변이 시작된 연두색 이파리들이 형형색색 예쁘다. 때때로 아직 따지 않은 포도도 볼 수 있는데, 그 밭 옆을 지날 때면 포도향이 확 코 끝을 스치면서 와인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눈으로 향기로 유혹하는데 이거 원 안 마실 수가 없잖아..(그래서 오늘 늦은 점심을..

앞으로 3일 또는 4일, 내일부터는 계속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비온다고 한 날 제대로 비 온 적이 하루도 없어서 믿기는 힘들지만 암튼. 그냥 지금 페이스대로 가버릴까(12시 순례자 미사는 그 다음날 참석)? 중간에 하루 더 쉬고 마지막날 쉬엄쉬엄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해서 그 기쁨을 만끽하고 바로 미사를 볼까? 마지막날 새벽부터 달려서 12시 전에 도착해볼까?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드는데, 일단 몸이 지금처럼 멀쩡하다는 전제에서 3일만에 도착하는 걸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좀 열심히 걷는다고 다리가 3일만에 부서지지는 않겠지. 오늘은 깔끔하다고 추천 받은 알베르게를 취소하고 낡은 호텔방을 잡았다. 어제 출발지부터 다니엘 할아버지 만나서 같이 걷느라 묵주기도도 하루 건너 ..

어느덧 길을 걸은지 7일이나 됐다! 절반도 안 남았다~!! 지난주 금요일 출발했으니 와우~!!!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갔는지… 드디어 오늘은 산티아고까지 100km가 깨진 날! 축하축하!! 어제오늘은 날씨, 경치 다 참 좋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물론 어제는 새끼발가락 때문에 아픈 걸 참으면서 걷긴 했는데, 경치 보면서 아픔을 좀 잊을 수 있었고 오늘은 새끼발가락이 덜 아픈 방법을 드디어 알게 돼서!!!(감격ㅠㅠ. 깔창새끼발가락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면 된다는!!) 훨씬 편했다. 어제는 바이오나 다음에 있는 사바리스 Sabaris 에서 비고 Vigo까지 갔고, 오늘은 비고에서 레돈델라Redondela 바로 옆동네인 세산떼Cesante 까지 왔다. 지금은 2시 전에 일찌감치 알베르게에 와서 씻..

오늘은 오 세라요 o serrallo에서 사바리스 sabaris 까지 좀 짧게 걷고 길도 좋아서 여유가 있다. 닌자앱 기준 18.3km, 애플워치 기준 20km. 알베르게 문 열기 전에 도착해서 근처 바에 가서 상그리아 한잔(3.5유로) 때리고 와서 샤워하고 빨리 건조기 돌려 놓고 앉아 있다. 몇 킬로 차인데 20키로 이내로 움직이니까 이렇게 여유가 넘친다. 여정이 오늘만 같아라~ 스페인에 넘어 오니까 1시간이 빨라져서 해가 더 늦게 뜬다. 오늘 일출 시간은 8시 40분.. 그러나 새나라의 어른인 로얄이는 5시 반부터 일어나서 부스럭대다가(이래서 1인실을 쓴다;;) 7시 좀 전에 길을 나섰다. 어제 너무 고생해서 아침거리를 준비 안 해서 좀 배고프고 초라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 지나가다 첫번..

보통 순례자 숙소로 불리는 알베르게는 까미노 길 옆에 있다. 순례자들을 위한 곳이니 순례자들이 가장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곳에 있는 게 정석이니까. 그런데 가끔 완전히 길에서 동떨어진 산 중턱이나 산 꼭대기에 있는 알베르게들이 있다. 3일차에 묵었던 Viana do Castelo 의 Santa Lucia 성당 알베르게가 딱 그런 곳이다. 보통 3일차에는 다들 거리를 조금씩 늘려서 Vila do conde 부터 26km 정도를 걸어서 비아나 두 카스텔로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길에서 만난 사람들 전부 목적지가 비아나 두 카스텔로였음. 출발지는 빌라 두 콘데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25km 넘게 걸어야 하는데다 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나 경사 엘리베이터가 운행을 안 하는 요즘 시기에(..

시작하며> 포르투 해안길을 따라 산티아고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대략 12일 일정을 계획했는데 다음주에는 비가 잦을 것으로 보여서 13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어쨌든 20일 새벽에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만 탈 수 있으면 되는 거니까… 순례길을 꼭 걸어서 완주하는 게 인생 버킷리스트 이런 것도 아니고 카톨릭 신자로서 한번 와 본 거라 여차하면 중간에 버스나 기차를 탈 생각도 있다. 아무튼 그때 그때 상황 봐서 이동할 예정. 둘째날까지는 미리 숙소를 예약해서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했는데, 2일차에는 새벽부터 걷기 시작해서 자주 신발 벗고 쉬었더니 어제보다 훨씬 수월했다. 나름 노하우가 쌓여간다고 할까. 마의 둘째날이라는 말이 있던데 확실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듯. 1일차는 포르투에서 지하철 타고 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