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장 컨디션이 러닝의 질을 좌우한다 본문
이건 지극히 과민성 대장을 갖고 있는 나한테만 해당하는 건데, 뛸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사실 발목도, 무릎도 아닌 장이다.
이놈의 장은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참 트러블을 많이 일으켰는데, 초딩들은 잘 모르겠지만 국딩 때는 학교에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요즘엔 쪼그려 앉는 양변기도 구경 못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90년대만 해도 그랬다. 그냥 밑이 뻥 뚫린.. 아 지금 생각해도 싫다.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화장실 참을거야. 그런고로 학교에서 똥마려울까봐 노심초사 했었다. 공부나 친구 스트레스보다 더 큰 게 선생들 회초리질이었고(잘하든 못하든 오지게 맞았고, 학생들 인간 취급 안 해주던 선생 많았음), 그거 못지 않게 스트레스인 게 화장실이었다.
그 때 화장실을 장 못 갔던 게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까지 발전한 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다만, 이후에도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파서 조퇴하고, 응급실 가고, 하루라도 입원해본 게 오로지 장염 때문이었으니 말 다했지 뭐.
다른 운동 할 때도 아침에 운동 약속 해놓고 화장실 땜에 지각하고 그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자전거 모임에서는 그냥 공식 지각대장인데, 러닝은 혼자 하는 건데도 참 장 때문에 에로사항이 많아요. 여기 이사 와서는 다행히 그런 일이 없었다만 이전 동네에서는 뛰다가 급해서 화장실까지 전력질주 한 적도 있고, 아침에 좀 배가 묵직하다 싶으면 역시 속도가 안 붙고 몸이 무겁다.
오늘도 일어날 때부터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 가느라 완전 늦게 출발했는데, 한 3킬로 지나니까 배가 또 쑤시기 시작했다. 장이 또 자기주장 하는구나… 어차피 내 배에 붙어 있는 거니 위치를 굳이 알고 싶지 않은데 알려주는구나, 그만 좀 땡겨라!!!! 라는 내적 외침을 토하면서 뛰었다. 네까짓 게 뭔데 내 러닝을 망쳐. 일주일에 두 번밖에 못 뛰는구만.
이렇게 장 트러블의 한 페이지를 또 써내려가고 있다. 다른 기관들은 아프면 아픈 이유가 나름 있는데 장이야 말로 내 맘대로 안 되는, 망할 자슥 같은 존재다.
오늘 러닝은 내내 오르막 뛰는 기분이었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