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런데이 앱 코치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오늘까지 총 8회 달렸고 3주차, 2분씩 뛰기 인터벌 끝내고 내일모레부터는 2분 30초씩 뛰기를 시작한다.
무슨 운동이든 시작하면 언제나 마음만은 거창해서 벌써 속으로는 마라톤 풀코스까지 뛰고 있다. 그래서 풀코스를 뛰면 어떤 상태가 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불현듯 떠오른 게 있다. 하루키가 쓴 달리기 책이 있었지! 풀코스 마라톤을 뛰어 본 사람 중에 내가 알기로는 글을 제일 재밌게 쓰는 사람이니 그 책을 다시 읽자!
전에 읽을 때는 나는 뛴다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어서 그냥 하루키가 작가로서 어떤 루틴으로 생활하는가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하루에 10km씩, 한달에 270km~320km를 뛰고, 풀코스 전에 사전 점검차 하프도 뛰고 운동화도 점검하고 페이스를 조절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맘에 깊이 새겨들었달까.
작가가 서문에 밝혔듯이 달리는 건 운동화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한 거니까 어쩌면 제일 쉬운 운동이다. 그런데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결코 쉽지는 않겠더라. 기본적으로 젊었을 때부터 닦아온 체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발목이나 무릎 같은 관절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식사도 적절하게 조절해서 잘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나같은 직장인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달리기와 더불어 인생을 논하는 하루키의 담담한 글을 읽으면서(물론 가끔씩은 엄청 힘들다고 오버스럽게 쓴 부분도 있지만)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를 느꼈다. 장거리 레이스와 장편 소설 쓰기는 어느정도는 비슷한 점이 있어서 글을 읽다보면 결국 두 이야기가 합쳐지고 인생이란 뭔가, 내 인생 레이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또 그러다가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 인생 뭐 별거 있나, 계속 뛰다보면 무념무상,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처럼 그냥 쭉 살다보면 어느날 속편해지는 날이 있겠지 싶다.
사실 이 책은 첫 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제목이 너무 이상하다. 왜 중언부언하고 있는건지 좀 짜증스럽기까지... 번역을 그지같이 한 건가? 하고 원문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가 후기에 나왔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를 차용한 거란다. 이걸 알고 나서 이 책에 대해 가졌던 불만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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