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72)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지난주에는 서울 시청앞 데모에 갔었다. 얇은 옷을 입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오들오들 떨다 왔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덜 추웠다. 삭풍 부는 그 야외에서 그래도 다닥다닥 몸 붙이고 있으니 한 두시간 앉아 있어도 온기가 느껴진달까. 역시 일반 대중이 할 수 있는 건 많이 모이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 경찰이 물대포까지 준비했다고 하는데, 제발 우리 모두 좀 인간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우리는 그 남자가 그녈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해서 말, 행동 하나하나 꼼꼼하게 분석해가며 열띤 토론을 했었는데, 오늘은 그 남자가 그녈 사랑하는지 어떤지 상관 없이 그 남자의 조건을 감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한 시간 넘게 이야기 했다. 같이 이야기한 유부녀들이 그저 사랑한다고 결혼한 여자들인데, 다들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환상 동화가 영원했으면 좋겠다.
고려대 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의 반향이 크다고 한다. 카톨릭대 학생회가 도장을 찍지 않은 대자보를 수거해서 논란이 됐다고 한다. 오늘도 내 직장 동료는 페이스북에 북한, 장성택, 빨갱이에 관한 글을 올렸다. 결기가 결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생의 표현의 자유는 어떤 형태로든 허용 됐으면 좋겠다. 아니, 모든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걸 억압하는 게 일상화 된 사회에서는 의견 하나를 말하는데 사소하거나 대단한 제약이 있게 마련이고, 그걸 합리화하는 사람들도 있다.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어지러운 사회에서 왜 질서는 한 쪽에만 강요돼야 하는가? 지난 단체협약 협상 때 사내 게시판 문제를 가지고 시비가 붙은 적이 있는데, 사측의 생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사회 변혁운동이 자꾸 실패(라고 써서 미안하지만...)하는 이유는 자기 말만 하기 때문은 아닐까.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쭉 보다보니 돈을 벌고 싶고 그냥 이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은 설득하는 방법을 아주 다양하게, 과하다싶을 정도로 고민하는 것 같다. 전에 프로파간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말만 바꾸면 최근의 마케팅 이론이랑 거의 일맥상통하는 걸 보고 아,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적 있다. 이렇게 타인을 설득하는 일에 열심히 고민하는 사람이 하는 말과 자신의 말 중 어떤 게 더 먹힐지 이른바 운동한다는 사람들은 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옳은 말이라도 반복적으로 강요하다보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고 반발심까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운동가 중에 부모나 교사의 훈계를 달가워하는 사람..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삶에 열정적이다. 월급은 대충 도시근로자 평균 또는 그 이하로 받지만 혼자 쓰기에 그렇게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년 여름 휴가지는 해외고 역시 결혼을 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과 가끔 만나 비싼 음식을 즐기면서 회사 상사 욕을 한다. 돈이 꽤 많이 드는 취미 생활을 찾아 즐기고 운동하는데 시간이나 비용을 쓰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일에서도 매사에 적극성을 보여서 상사에게 나름 인정도 받는다. 주말을 쪼개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한달에 절반 이상은 휴일 근무를 했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부양 가족이 없고 육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 기간을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시간이라 생각하..
난 그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남성연대 대표라는 사람이 자살극을 벌여서 실제로 죽었다고 한다. 오늘에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찾아봤는데, 글을 한 두 세개 읽다보니 어쩌면 이 사회는 나나 내 친구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봐야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엔 가끔 일하다가도 욕하기엔 내 입이 아까울만큼 한심한 인간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아... 이렇게 체념해 가는건가.
=작년 말 부서 배치 새로 받은 다음부터 날이갈수록 피곤이 쌓여간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시간 나면 멍 할뿐. 뭔가 머릿속에 채운다든가 고민을 한다든가는 도저히 못하겠다. 당연히 요즘엔 책도 안 읽는다. 쉬운 소설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 될 정도. =거기다 피부에 갑자기 알러지가 생겨서 약을 먹고 있는데 이게 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일주일정도 독한 약을 계속 먹었더니 이제는 입맛까지 텁텁하다. =지난 주에는 악재가 겹으로 들이닥쳤는데, 그것도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들이었다. 딱 일주일 지났는데 다 어떻게 마무리가 됐다. 올 여름에만 두 번이나 "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인생 편하게 살 팔자"라는 얘길 들었는데(점쟁이 한 명 포함), 내게 보이지 않는 손이 도움을 주긴 주나보다. =작년 같았으면 주말에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2012112345&code=210100 노조 교육이 있을 때마다 많은 활동가들이 했던 말이 있다. "특히 이 집단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자각 조차 없기 때문에 더 노조 하기가 힘들다"라는 것. 몇 년간 여러가지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이 말이 명확한 사실이라는 점을 깨달아 가고 있는 요즘이다. 좋은 대학 나오고 '언론고시'라는 걸 통과한 소위 엘리트라 자부하는 기자, PD가 주축이된 언론사에서 연대의 가치는 무너진지 오래다. 정치부든 산업부든 줄 잘대서 어디 옮겨갈 자리만 보고 있는 기자가 수두룩하다. 잘 나가는 기자는 잘난만큼 높은 자리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큰데, 이게 결국 연대를 힘들게 한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20489221&sid=010731&nid=000<ype=1 내일자 한경 가판에 희한한 기사가 떴다. 매경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을 1면 톱으로 실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잘난 언론인 중에는 언론 사주나 기자의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동종 업계" 운운하며 보도를 자제하는 게 관례라는 등신들이 판쳤는데(막상 지상파-종편-보수-진보 등등 여러 갈래로 싸워왔지만), 이번에 1,2위(매출액 기준) 경제지라는 두 곳이 서로 비리를 고발한다며 맞붙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한 로얄의 감상. XXX파와 XXX파가 결투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언론사라 자처하는 조폭들의 깡패짓은 오래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