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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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날이갈수록 피곤하구나

로얄곰돌이 2013. 7. 22. 00:08

=작년 말 부서 배치 새로 받은 다음부터 날이갈수록 피곤이 쌓여간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시간 나면 멍 할뿐. 뭔가 머릿속에 채운다든가 고민을 한다든가는 도저히 못하겠다. 당연히 요즘엔 책도 안 읽는다. 쉬운 소설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 될 정도.

 

=거기다 피부에 갑자기 알러지가 생겨서 약을 먹고 있는데 이게 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일주일정도 독한 약을 계속 먹었더니 이제는 입맛까지 텁텁하다.

 

=지난 주에는 악재가 겹으로 들이닥쳤는데, 그것도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들이었다. 딱 일주일 지났는데 다 어떻게 마무리가 됐다. 올 여름에만 두 번이나 "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인생 편하게 살 팔자"라는 얘길 들었는데(점쟁이 한 명 포함), 내게 보이지 않는 손이 도움을 주긴 주나보다.

 

=작년 같았으면 주말에 회사도 안 가고 할 일도 없으면 등산, 수영, 자전거 타기 중 하나는 무조건 했겠지만 오늘은 그냥 집에 와서 황작가가 추천해 준 'misfits'라는 영드를 보면서 보냈다. B급 스타일로 좀 거북스럽긴 한데 요즘 기분엔 딱 맞는 스토리라 재미있었다.

 

=이젠 언니네텃밭 주소도 부모님댁으로 옮겨놨고, 집엔 라면이랑 인스턴트 해장국들만 즐비하다. 집에서 밥을 거의 안 먹으니 로얄의 요리 취미도 잠시 중단... 여기저기 많이 다녀오긴 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귀찮아서 잘 안 찍기도 했거니와 예전처럼 일일이 확인해서 블로그에 업로드 하는 게 너무 귀찮다. 클라우드 서비스 로그인 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니 말 다했지. 아무튼 아무리 게을러도 여름 휴가 계획은 짜고 있다. 이젠 딱히 '여긴 꼭 가보고 싶었어!!!'라고 할만한 곳이 별로 없어서(남미나 아프리카 정도?) 열차를 타보기로 했다.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엔 예전에 다녀왔던 곳들이 다시 가보고 싶을 때가 많다.

 

=드디어 남향 집으로 이사간다. 지금은 큰 길이 보이는데 이사가는 집은 앞에 건물이 막고 있어서 답답할 것 같긴하다. 그나마 비교했던 방 보다는 시야가 트여 있어서 결정했다. 도시 빈민이 서울 하늘 아래서 구할 수 있는 집이란 게 그렇다. 언제쯤 땅 밟고 텃밭 가꾸면서 살 수 있을까. 어쨌든 남향이니 허브 화분은 몇 개 더 키워봐야겠다.

 

=방이 너무 눅눅하다. 작년에는 에어컨을 거의 안 틀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짜증이 너무 솟구쳐서 제습으로 안 틀어놓고는 못 살겠다. 정말 아열대 기후 맞는 듯... 거기다 국정원 국정조사니 이런저런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왜 기자들은 거짓말, 왜곡, 마타도어마저도 (심지어 진보지라는 신문들마저도) 큰따옴표를 넣어서 기사를 실어주는 걸까? 아무리 정치가 쇼라지만 그 쇼에서 필요 없는 건 과감하게 삭제하고 중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예전에 모일보 다니는 친구한테 "왜 1면톱에 그런 뻔한 거짓말 인터뷰를 실어주는 거냐? 제정신이냐?" 했더니 "단독 인터뷴데 안 실을 이유가 없지 않냐"라는 대답이.... '"XXX"라고 말했다.'가 팩트일지언정 XXX가 거짓이면 그걸 파헤쳐서 진위를 가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독자는 '말했다'라는 것보다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니까.

 

=아는 분들 여럿이 어제오늘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에 가셨다. 대충 상황을 전해듣기만 했는데 다들 고생하셨다. 얼마 전에 금융권 수수료 올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느낀건데 이제 스스로 '저널리스트'라고 인식하고 세상을 한두번 꼬아 보고 뒤집어 보고 의심하는 기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직원 평균 연봉이 얼마고 성과급이 얼마고 하는 기산데 그 중 책임자 자리에 있는 임원급 연봉이 얼만지, 경영상 실책은 없는지, 오너나 주주는 얼마나 배당을 가져가고 있는지, 왜 요즘 여의도 칼바람은 직원들만 맞고 있는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듯.

 

자본을 투입한 자본가가 생산자보다 부를 더 많이 축적하는 자본주의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노동에는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고 생산 없는 곳에 대가가 없는데 자본만은 무위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       

 

=오션이가 걸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어딜가나 울어재끼던 울보 오션이가 돌지나면서 갑자기 울음을 그치더니 이젠 걷는다. ㅠㅠ 아기들이 아장아장 걷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딱 알것 같음. 걷다가 지치면 주변에 있는 사람한테 와서 폭 기대고 서거나 안기는데 왜이리 귀여운지.ㅎㅎㅎ 엊그젠 고모한테 자기 장난감 노랫소리 바뀌는 것까지 보여주고.꺄르륵~~

그런데 조카님이 태어나서 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보니 '결혼해서 애 낳아야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대문 열고 집 밖으로 가출. 아기 돌보는 건 너무 힘들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