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지금 여기, 심보선 본문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짖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 좋은 일은
수천 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 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 없이
도리 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무에서 무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심보선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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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가 올려 놓은 시를 읽다가 가슴이 울려서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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