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본문
"나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내 집의 친숙함이 그리웠다. 매일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는 것도 지겨웠고, 기차와 버스도,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도, 끊임없이 당황하고 길을 잃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재미없는 동행이 지겨웠다. 요즘 버스나 기차에 갇혀서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대는 내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도망가고픈 충동을 얼마나 많이 느꼈던가?
동시에,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멈추고 싶지 않게 하는 타성이 있다."
국내 여행을 가기 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해당 부분을 읽어보고 가곤 하는데 확실히 책을 읽었을 때와 안 읽었을 때 여행에서 보는 정경과 감상이 달라진다.
이 책은 유럽 여행 전에 한번 읽어두고 가면 좋은 책이라고 할까. 1992년 쓰인 책이라 벌써 세상은 두 번도 더 변했지만 그래도 어떤 장소가 주는 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갔던 파리, 아헨, 쾰른 등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 내 기억이랑 오버랩 돼 그 도시에서 맡았던 공기를 그대로 맡는 기분이다. 가보지 않은 곳은 호기심을 맘껏 불러 일으킨다.
정치 상황, 역사 등 다채로운 지식을 슬쩍슬쩍 끼워 넣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고 곳곳에 농담을 섞어서 술술 잘 읽힌다.
책을 덮으면서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아- 유럽 여행 가고 싶다."
p.s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미국식(? 또는 영국식?) 유머가 거의 문단마다 등장하는데 번역도 참 잘 했다. 역자후기도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권함.
-나도 몰랐는데 책장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꽂혀 있었다! (로얄둥절!!)... 이번 겨울 추위는 빌브라이슨이 쓴 책을 읽으며 이겨보자!
-권상미 번역가가 궁금해서 검색하다 찾은 도미니카 여행기.
이것도 읽는 재미가 있다. 도미니카 여행도 가고 싶다.'감상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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