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새로 안 세상 (79)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여기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일기장에나 써야 할 내용들이다. 이 블로그의 취지 자체도 그냥 일상 얘기를 주절거리겠다는 거다. 회사에서 보면 하는 일 아무것도 없고 놀러다니는 것 같은데 오너의 총애를 받는 임원이 있다. 직원들이 보기에 가시적으로 내놓은 성과는 없는데 오너는 항상 끼고 돈다. 가족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떤 얘기까지 회자되냐면, 그 인간이 예전에 한번 공장에 불이 났는데 온몸으로 막았다더라, 빵에 대신 갔다더라, 이 회사가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그 뭐 엄청난 영업을 따왔다더라 등등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참 기발하면서도 어이 없는 설정들이 그 인간이 지금까지 회사에 붙어 있는 이유랍시고 구전으로 돌아다닌다. 이런 구전을 제일 좋아하는 집단에 있다보니 별의별 얘기를 다 들었던 것 같다. 나도 동참해..
오늘 배운 판례만으로도 참 대단한 회사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는 걸 알았다. 모 공기업(고속도로를 관리하는)A사는 퇴직하는 직원 B(분명히 평생 공기업 직원으로 편하게 지내다 임원 달고 떵떵거렸을 것이다)에게 1%의 말도 안 되는 금리로 회사를 차릴 자본금을 대여한다. A와 B는 용역 계약을 맺고, A는 근로자를 채용해 톨게이트 수납 업무를 맡긴다. A는 사무실도 따로 없고, 출퇴근 관리든 직원 교육이든 암튼 뭐든 한 게 없이 따박따박 용역계약에 따라 돈을 받아서 자기 몫을 떼고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 여기서 근로자와 A사의 묵시적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는데, 그건 별론으로 하고 그냥 사례 자체가 어이가 없음;; 아래 칼럼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까 https://m.hani.co.kr/ar..
드디어 오늘부터 1년간 학원 수업을 듣게 됐다. 어릴 때 그렇게 한번 가보고 싶던 종합반을 이제서야 경험해보는구나. 라떼는 종합반이라는 건 그 지역 내 중산층 정도 되는 집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이었다.(보통은 다들 학원을 다니니까 난 서민인데? 라고들 하겠지만, 당시에는 ‘중산층’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학원비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집은 내 기준 중산층이었다.) 가랑이 찢어져 가며 피아노 학원을 겨우겨우 보내줬던 우리 집에서 종합반은 언감생심이었다. 이 점에서는 우리 부모님 리스풱~ 그렇게 없이 살면서도 애가 좋아한다니까 피아노학원만큼은 기본 예산에 넣고 보내주셨다. 초가삼간에 고래등 같은 피아노를 넣어놓고 맘껏 칠 수 있게 해주시고.(피아노는 외가에서 쓰던 낡은 걸 가져옴) 이제 나이 먹고 스스로 ..
‘실질적 문맹’이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보였다. 예를 들면 이런 칼럼(https://hankookilbo.com/News/Read/201607061477289612). 이 용어가 등장한 다음부터는 잊을만 하면 뉴스에 뜨는 흔한 표현이 된 것 같다. 글을 읽을 수는 있으나 이해할 수는 없는 경우를 실질적 문맹이라고 부른다는 것인데,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SNS 사용과 유튜브 같은 동영상 시청을 과도하게 하기 때문이란다. 요즘 주로 내근을 하다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궁금하고 나이까지 들어 젊은 사람들 무슨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 댓글, 페이스북 등을 훑어보고 있는데 실질적 문맹에 대해서는 댓글에서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독 젠더나 정치 관련 콘텐..
인간은 참 놀랍다. 자연의 현상을 보고 패턴을 읽고, 체계화 하고 그걸 응용해서 새로운 걸 창조해내는 작업을 수천년간 계속 해오고 있다. 무엇이든 공부를 조금만 해봐도 인간들의 분석, 학습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각 분야마다 어찌나 고수들이 많은지... 최근에는 유튜브로 발레 스트레칭이나 자세잡는 법 같은 것들을 좀 찾아보고 있는데, 운동 컨텐츠를 볼 때마다 또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와 인간들이 어찌나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근육을 강화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들을 많이도 고안해놨는지 각종 영상들이 말그대로 쏟아진다. 한국어로 된 영상만 해도 발레리나, 물리치료사, 의사,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많은 전문가들이 자세 잡는 법, 힘 주는 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발레 시간에 선생님..

눈치 보지 말고, 일단 나만 생각하자 했더니 의외로 고민들이 술술 풀린다. 그동안 쓸데없는 데에 집착했고 생각이 고여있었구나 느낀다. 대략적인 계획은 세워뒀고, 마무리를 잘 하고 실행만 하면 된다. 물론 하루아침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는 없고 1년 또는 그 이상 준비를 해야하긴 하는데, 그래도 대학 진학을 앞뒀을 때처럼, 취업 직전처럼 좀 설렌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고. 이제는 훌쩍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주말에 부산에 다녀왔다. 배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부산항 풍경 넋놓고 바라보는 것, 영도다리 건너기, 초원복국 가서 복국먹기 등을 당분간 못할 것 같다는 게 좀 아쉽다. 나중에 잘 돼서 부산 와서 개업 해볼까? 라는 생각도 좀 했다. 아쉬운 건 아쉬운대로, 미련은 미..
요즘들어 부쩍 문득문득 이상한 기분이 든다. 붕 떠있고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 매일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회사와 집을 왕복해서 그런 걸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챗바퀴 도는 삶도 아니다) 뭔가 기대를 걸어봤던 시험에서 무참하게 깨져서일까(공부한 건 잘 봤고, 안 한 건 못 봤으니 실망할 것도 좌절할 것도 없는데) 책을 안 읽고 스마트폰을 너무 들여다봐서일까, 하던 일 대신 매일 모니터나 들여다보고 있어서일까. 이걸 무기력증이라고 한다면 그렇고, 아니라고 한다면 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교류가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게 고립돼 지내는 것 같지는 않다. 자꾸 약속이 있고 꾸준히 술도 마신다. 한약을 다 먹어서인가? 운동을 덜 해서인가? 이럴 때마다 좀 극복을 해보려고 자꾸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
오늘 SNS에서 핫하게 돌던 칼럼을 재밌게 읽었다. 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226029011&wlog_tag3=facebook_share&fbclid=IwAR0y_G11BP6IMGTV86rUtxQfT3qeqAeV2jrY0TwLCu7BVbXt5R0anymycIg 워낙 이뤄놓은 게 많은 분이라 뭐 나랑 비교하긴 좀 그렇고... (어쩜 본인이 '삽질의 시간'이라고 일컫는 그 시간들도 커리어우먼이 영어와 일어로 솰라솰라 의사소통하면서 야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지... 여러모로 멋지다.) 10년 이상 짬밥이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터득하는 같잖은 인생의 진리같은 게 다들 한두개씩은 생기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칼럼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 '축적의 시간'이라 부른..
조금씩 생활 리듬을 나한테 맞추려고 하고 있다. 거의 10년 넘게 업무 중심으로 살았더니 몸과 마음이 다 피폐해짐.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기. 6시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는 거 1주일 동안은 성공. 역시 술 안 마시고, 자기 전에 폰 안 들여다보는 게 수면 질을 높이는 데는 최고다. 일찍 일어나면 좋은 게 정말 많다. 새벽의 청량감을 맞볼 수 있고, 하루 계획도 차분하게 세워볼 수 있고 아침도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세끼 다 챙겨 먹고 위장염에서 좀 벗어나보자. 그렇게 확보한 시간에 필요한 것들 공부하기. 일단 토익부터 봐놓자고 모의고사 하나를 풀어봤는데 허걱, 신토익은 무엇이고 왜이렇게 안 들리는거냐ㅠ 예전엔 LC에서 점수를 땄던 것 같은데 답안지에 와장창 소나기 내리고 난리났다. 2주 남았으니 사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