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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포르투갈의 진짜 풍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단 조리된 요리는 좀 아닌 것 같다. 비쌀수록 뭔가 아쉬워지는 경험을 자꾸 하고 있다. 일단 와인의 도시 답게 와인은 어딜가나 무슨 종류를 골라도 다 맛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인정!!! 숙소에 놓여진 웰컴 와인마저도 너무 맛있어서 황홀했다. 나타(에그타르트)랑 같이 파는 포트와인도 존맛ㅠ 마트에서 산 팩에 든 비노 데 틴토마저 맛있다. 자칫하다간 알콜중독될 것 같다. 포르투갈 맥주인 슈퍼복도 역시 맛있다. 특히 카페에서 술도 같이 파는 거 넘 내 스타일이다. 달달한 거 먹으면서 달달한 음료수 먹는 거 완전 싫은데 술이랑 같이 먹으니까 딱 좋다. 커피도 예술적이다. 오늘은 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을 발견해서 아아메를 한잔 때려줬는데 무슨 아아메가 이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전에 잠깐 여유를 두고 준비도 하고 포르투 구경도 하려고 포르투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관광지로서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걸어나갔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라웠다. 평일도 이정도라면 주말에는 어떻다는 거야?? 알고 보니 숙소가 번화가 바로 앞(볼량역)이었고, 도착한 날이 포르투갈 공휴일이라 그랬다고 하더라. 정말 어딜가나 사람이 북적이고 온 도시 전체에 음악이 흐르고… 좁은 골목들이 얼기설기 어지럽게 얽혀 있고 평지 없이 오르락 내리락해서 정신 없고 재미있는 도시라는 게 포르투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래도 이틀동안 사람들 헤치면서 잘 다녔다ㅎㅎ 교통 수단도 버스, 지하철 말고 트램, 케이블카, 푸니쿨라(언덕 경사면을 오르는 레일) 등등 다양해서 골라탈 수 있..

어제밤 바르셀로나 도착해서 잠만 자고 바로 아침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로 가서 공항에서 곧바로 버스 터미널로 이동해서 드디어 파티마에 입성했다. 길고 긴 이동이 끝나고 드디어 여행 다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포르투갈 첫날은 전반적인 인상이 너무 좋다. 일단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다. 뭘 물어봐도 손짓 발짓 하면서 다 알려주고, 안 물어봐도 필요하면 알려준다. 공항에서 나오는 지하철 종점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내가 안 내리고 있으니까 앞에 앉았던 아주머니랑 아가씨가 내려야 한다고 막 알려줘서 다행히 잘 갈아탈 수 있었다. 포르투는 대형 관광지인데도 이렇게 외부인 친화적이라니! 꼭 부산 같은 느낌ㅋㅋㅋ 파티마로 와서는 그저 홀리하게 지냈다. 미사 참석하고, 성당 둘러보고, 저녁 촛불 예식 참석하고. 순례길의 ..
4년만에 바르셀로나에서 밤을 맞는다. 지난번이랑 출발 시각이 비슷한 것 같은데 이번엔 입국 수속하고 바로 나왔는데도 버스 정류장 도착하니 해가 이미 저물었다. 전엔 9월 초에 왔으니까 한달 남짓 차이가 참 크구나. 비행기 타는 것도 4년 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드림라이너 787 완전 새 비행기에 좌석도 넓어지고 쾌적했는데도 관절 마디마디가 다 쑤신다. 젊었을 땐 비행기 길게 타는 것도 참 좋아하고 장거리도 창가에 앉아 가고 그랬는데 이제는 수시로 다리랑 허리를 풀어줘야 해서 창가석은 꿈 같은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백수 주제에 비즈니스 탈 형편은 안 되고요. 음… 여행 첫날의 설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일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여행을 어떻게 계획했고, 뭘 기대하는지 등등 적는 것도 귀찮… 아..

넘넘 좋아하는 부산에 다녀왔다. 언제 가도 참 좋다. 경치도, 음식도, 교통 편의성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다 좋다. 갈 때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만 빼면…(안주가 좋아서 더 마시고, 담날 해장하려고 더 마시는 술을 부르는 고장이다) 부산 갈 때마다 도장깨기 하듯이 산을 하나씩 타고 있다.이번엔 설렁설렁 갈 수 있는 천마산을 골라봤는데 우왕~~!! 이렇게 좋은 곳이 이렇게도 안 알려졌다니 참 신기할 정도였다. 천마산은 둘레길이 잘 닦여 있고 정상까지 가는 비탈은 아주 짧아서 초보자가 다녀오기 딱 좋은 산이고, 가볍게 오른 것 치고는 너무 멋진 풍광을 선사해주는 고마운 산이다. 이전에 금정산, 장산, 황령산&금련산, 봉래산을 탔고, 그동안 올랐던 부산 산들도 다 경치가 좋았지만 천마산은 부산 시..
돌아온 탕아. 스페인어 공부하는 김에 한번 써봤는데 맞는지 모르겠다ㅋ 다시 카톨릭 신자가 됐다. 그동안 신앙심 깊은 엄마 덕에 성사표만 성당에 다녔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직접 고해성사를 봤다. 사실 그날 보려고 생각을 한 건 아닌데 고해소 문이 열려 있었고,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됐고, 우리 동네가 아니라 좀 더 맘이 편했고 같이 간 문 선배가 이왕 온 거 성사 보고 가라고 하고 그런 저런 이유들 덕에 냉담자 딱지를 떼게 됐다. 냉담한지 몇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나서 그냥 고해성사 본지 10년 넘었습니다. 라고 했다. 신부님이 엄청 격한 반응을 보이셨는데, 일단 누군가 한 사람을, 사제일지라도, 매우 기쁘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만으로도 참 보람찼고, 잘 왔구나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시험 끝난지 이제 며칠이나 됐지? 어느새 열흘도 지났네. 새벽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 간단하게 먹고 도시락 싸서 도서관 가서 착석- 공부 - 점심 - 산책 - 공부 - 저녁 - 산책 - 공부 이런 스케줄을 몇 달간 했더니 몸이 적응해서 그런가 시험 후에 오히려 무기력증이 훅 몰려왔다. 시험 전엔 잠도 쿨쿨 잘 자다가 오히려 요즘엔 잠도 잘 안 오고… 이제는 답안지를 어떻게 썼는지도 가물가물 해져서 복기하면서 괴로워하는 빈도도 확 줄었고 시험은 먼 나라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Que sera sera 라는 마음 가짐인데 해방감은 커녕 답답하고 힘도 안 나고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음ㅠ 목표가 없어져서 그런가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래 목표나 계획을 갖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었잖아?라는 결론만 나온다...

1차 시험 때 생리랑 겹쳐서 정말 짜증스러웠는데 이 미친 생리주기라는 것이 2차 앞두고 갑자기 또 널을 뛰어서 시험 날짜랑 예정일이 딱 겹치는 불운이 또 찾아왔다. 내 몸이지만 정말 한대 치고 싶네. 아오 아무튼 인류 번식 용도로는 쓸 일이 없을(그러니까 나한테는 필요하지 않음) 이 망할 장기 때문에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시험 날도 날이지만 그 전날이나 전전날 pms에 시달리면 시험 직전에 꼭 한번 더 체크하고 가야 할 걸 못 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주기 땜에 알고 있는 것도 다르게 써버리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책이라고 써본 게 약 먹고 주기를 바꾸는 건데, 역시 호르몬이 바뀌니까 또 변비 생겼죠? 이어서 장염 도졌죠? 머리 아프죠? 기운 빠지죠? 라는 현상이 예상..
코로나 확진 됐을 때 근육통이 온몸을 두들기는데도 그동안 쌓아놓은 체력이 버텨준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루이틀 약 먹고 잘 잤더니 잔기침 좀 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역시 러닝 최고! 코로나 자가격리는 체력이 괜찮은 성인한테는 병마와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심리전이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혼자 다닌다고 해도 도서관에 가면 매일 출근 도장 찍는 사람들이랑 내적 친분도 좀 쌓고, 지하철 타고 오가면서 사람 구경도 좀 하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듣게 되고 그래서 외롭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드는데, 자가격리를 하면 그런 것에서마저 고립이 되니 그야말로 외톨이 중에 외톨이가 되는 것. 처음에 틀어박히면서 얼마나 외롭고 심란할까 걱정 했는데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그렇지..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사람들 만나고 점심 저녁 밖에서 먹고 잘 돌아다녔는데도 말짱하더니, 요즘엔 시험 공부한다고 그야말로 외톨이 생활을 했는데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 슈퍼 유전자 이런 건가? 나름 안심하고 있었는데 사람 접촉도 안 하고 걸려버렸으니 슈퍼는 커녕 완전 열등 유전자고 그 전엔 걍 운이 좋았던 듯. 코로나 걸리면 목 아픈 게 보통 때랑은 달라서 딱 안다던데 난 그런 것도 아니고 목이 좀 잠기고 칼칼하다 근육통이 와서 혹시 싶었다. 근육통도 평소 몸살 기운보다는 덜했는데 그래도 찜찜하니 검사나 받자하고 병원 갔더니 양성이 딱 떴다. 약 먹고 하도 많이 잤더니 몸 상태는 개운한 게 그냥 뛰어도 될 것 같긴 한데 아직 격리 중이라 달리기도 못함ㅠ 엄마는 이 기회에 약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