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새로 안 세상 (62)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인생에서 해본 헛짓거리를 나열하라고 하면 하루고 이틀이고 읊을 수 있는 사람이 꽤 많을게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정의하는 헛짓거리는 '그 시점에 해야 하는 일을 안 하고 다른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살면서 아무 할일도 없는 적이 있었던가. 태어나서는 뒤집기와 배밀이, 일어서기 등 과업을 발달시기에 맞게 착실하게 수행해야 했고(그 때 안 하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우리 아빠는 발달시기가 지났는데 내 이가 나지 않으니까 헐레벌떡 치과에 쫓아 갔다가 "이 없는 사람 봤어요? 기다리면 다 날걸"라는 핀잔만 듣고 돌아왔다고...)유치원, 학교, 알바, 직장을 거치는 내내 할일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공부를 해야 하거나 일을 해야 하거나 일을 쉬면 새로운 일을 준비하거나... 아무튼 돌이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에서 근무하다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들의 연대 반올림이 드디어 강남역 삼성 사옥 앞 농성을 1023일만에 끝냈다. 농성은 3년 남짓했지만 투쟁은 11년째다.나는 그 농성장에 취재를 갔었다. 이종란 노무사를 직접 만나서 그간의 투쟁 얘기와 반올림의 입장, 삼성의 행태 등을 낱낱이 들었다. 그 다음 직업병 관련 국회 토론회에도 갔다. 자랑스러워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여러 번 취재를 했지만 그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대변할 수 있는-상대편에서 보기에는 편파적일수도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내용은 결국 한번도 제대로 기사화 못했다.이유야 대라면 댈 수 있겠지만 참 궁색하다. 우리 회사 상황이 어떻고, 내 '공명심' 때문에 동료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고 등등 어떤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