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새로 안 세상 (62)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차 시험 때 생리랑 겹쳐서 정말 짜증스러웠는데 이 미친 생리주기라는 것이 2차 앞두고 갑자기 또 널을 뛰어서 시험 날짜랑 예정일이 딱 겹치는 불운이 또 찾아왔다. 내 몸이지만 정말 한대 치고 싶네. 아오 아무튼 인류 번식 용도로는 쓸 일이 없을(그러니까 나한테는 필요하지 않음) 이 망할 장기 때문에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시험 날도 날이지만 그 전날이나 전전날 pms에 시달리면 시험 직전에 꼭 한번 더 체크하고 가야 할 걸 못 볼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주기 땜에 알고 있는 것도 다르게 써버리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책이라고 써본 게 약 먹고 주기를 바꾸는 건데, 역시 호르몬이 바뀌니까 또 변비 생겼죠? 이어서 장염 도졌죠? 머리 아프죠? 기운 빠지죠? 라는 현상이 예상..
코로나 확진 됐을 때 근육통이 온몸을 두들기는데도 그동안 쌓아놓은 체력이 버텨준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하루이틀 약 먹고 잘 잤더니 잔기침 좀 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역시 러닝 최고! 코로나 자가격리는 체력이 괜찮은 성인한테는 병마와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심리전이 문제인 것 같다. 아무리 혼자 다닌다고 해도 도서관에 가면 매일 출근 도장 찍는 사람들이랑 내적 친분도 좀 쌓고, 지하철 타고 오가면서 사람 구경도 좀 하고,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듣게 되고 그래서 외롭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드는데, 자가격리를 하면 그런 것에서마저 고립이 되니 그야말로 외톨이 중에 외톨이가 되는 것. 처음에 틀어박히면서 얼마나 외롭고 심란할까 걱정 했는데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그렇지..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사람들 만나고 점심 저녁 밖에서 먹고 잘 돌아다녔는데도 말짱하더니, 요즘엔 시험 공부한다고 그야말로 외톨이 생활을 했는데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 슈퍼 유전자 이런 건가? 나름 안심하고 있었는데 사람 접촉도 안 하고 걸려버렸으니 슈퍼는 커녕 완전 열등 유전자고 그 전엔 걍 운이 좋았던 듯. 코로나 걸리면 목 아픈 게 보통 때랑은 달라서 딱 안다던데 난 그런 것도 아니고 목이 좀 잠기고 칼칼하다 근육통이 와서 혹시 싶었다. 근육통도 평소 몸살 기운보다는 덜했는데 그래도 찜찜하니 검사나 받자하고 병원 갔더니 양성이 딱 떴다. 약 먹고 하도 많이 잤더니 몸 상태는 개운한 게 그냥 뛰어도 될 것 같긴 한데 아직 격리 중이라 달리기도 못함ㅠ 엄마는 이 기회에 약 먹고..
세상에 화나고 황당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한 사건이 다 있더라.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151 [대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살아가려면]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학교는 ‘삶의 터전’이다 - 매 최근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금·단체협상 중인 노동자들이 학내에서 선전전을 하면서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노동자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비슷 www.labortoday.co.kr 이 칼럼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로 그 사건. 한두달 전에 연세대 청소노동자 노조와 연대하고 있는 분이랑 저녁 자리를 했는데, 연대에서 집회 하다가 어떤 학생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다는 얘길 하더..
공부한다고 술 끊은지 벌써 몇 달째인지. 20년을 낮밤으로 술을 마시고 살았는데 공부하느라 술을 못 마시네. 뭘 외워도 외워도 자꾸 까먹는 이유가 술을 그렇게 신나게 마셔댔던 것 때문일텐데, 원망은 커녕 이놈의 술 생각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추우면 추우니까 따뜻한 국물 보글보글 끓이면서소맥 한잔 했으면 싶고, 더우면 더우니까 오이스터베이 같은 내가 좋아하는 쇼블에 얼음 동동 띄워서(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질색하겠지만ㅋㅋㅋ) 멍게나 오징어회 같은 거 한 접시 놓고 홀짝 하고 싶고. 날 좋은 점심에는 쌀국수나 샐러드 같은 거 먹으면서 맥주 한 캔만 딱 마셨음 좋겠고. 비오는 날엔 혼자 빗소리 들으면서 간단히 뭐 볶거나 들기름에 두부나 부쳐서 또 레드와인 한 잔 하고 싶다.(페어링도 대충 한다. 술 곁들..
대선 전후로 정치 혐오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치관련 뉴스나 선전전만 봐도 짜증이 울컥울컥 나서 웬만하면 뉴스도 안 보고 피해다니려고 한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게 지선 선거운동인데 이건 뭐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는 이상 길거리 어디를 가도 선거운동원을 마주칠 수밖에 없어서 요즘 내 유일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많이 양보해서 지하철역 안팎에서 인사하고 그러는 것 정도는 뭐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아니면 우리 동네 의원들이랑 자치단체장들 언제 마주치고 얼굴이라도 한번 보겠냐. 그리고 싫은 놈들은 한번 째려봐주면서 나름 의사표현도 할 수 있고. 정말 싫은 건 유세차량이랍시고 노래 틀고 돌아다니는 트럭들이다. 이건 뭐 주택가고 도서관 앞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고루 돌아다니면서 주의력을 깨는데 진짜 나가..
시험 공부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바꾼 건 기상 시간이다. 5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알람 끄고 밍기적 거리더라도 6시 전에는 웬만하면 일어난다. 학원 빨리 가서 복습 좀 하려고 주말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퇴사 후에는 아예 평일까지 생활 습관으로 굳혔다. 일찍 일어나면서 달리기도 시작했더니 잠의 질이 달라졌다. 눈 붙이면 자고, 새벽에 깨는 새나라의 어른이 됐다. 이렇게 밤에 개운하게 잘 자도 공부하면서 졸린 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 여지없이 졸음이 몰려온다. 커피를 마셔봐도 고작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 카페인으로는 압도적인 졸음기운을 물리치는 게 불가능하다. 안 돌아가는 뇌를 억지로 억지로 굴리는 데 그 에너지가 좀 많이 쓰이겠냐만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곯아떨어질 때가 ..
예민하게 살고 싶지 않지만, 일상의 어느 한 부분 한 부분들이 거슬려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거창한 게 그렇게 화가 나면 그나마 좀 나으련만, 별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서 더 짜증이 나고 답답해서 미치겠다. 그 중에 제일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화는 지나치게 났던 게 지하철 선반 문제다. 언젠가부터 내가 주로 이용하는 2,3호선에 새 지하철이 한 두대씩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놈의 지하철에 선반이 하나도 없는거다. 10년 넘게 노트북 넣은 배낭을 거북이 등짝처럼 메고 다닌 탓에 지하철 타면 빈 선반부터 찾는 게 일이었는데, 그 좋은, 유용한, 편안한, 쾌적함과 해방감을 선사해주는, 이용자 대중들의 허리와 어깨와 무릎 관절을 가볍게 해주는 그 선반이 없어진거다. 좀 돌아 가더라도 버스보다 지하철..
요즘 식사 할 때나 스트레칭 할 때, 잠깐 머리 식힐 때 sns나 뉴스 같은 건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하는데, 봐 봐야 괜히 정신만 더 시끄러워져서다. 특히 sns에 지인들이 올리는 기사들과 논평들을 보고 있자면 화딱지가 나기까지 하니 그냥 안 보고 생각 안 하는 게 속편하고, 수험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라기 보다는, 더 뛰고 싶으나 뛸 수 없는 몸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유튜브 달리기 동영상들을 순회하면서 달랜다. 어차피 대부분 영상이 거의 뛰는 것만 보여주니까 무음으로 해놔도 자세 같은 것들 보는 데 문제 없고, 풀코스 완주를 거뜬하게 해내는 사람들 보면서 나름 나도 언젠가는 풀코스를 뛰리라 다짐도 해보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 요령도 배우는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나도 ..
1차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분명히 지금 당장 시험 보면 간당간당할 것 같은데 왜이렇게 별로 걱정이 안 되고 차분한걸까. 심지어 잠도 너무 잘 자고 있음.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래도 꾸준히 평일 오전에는 1차 공부를 해왔다는 점이 크다. 역시 공부든 뭐든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나는 꽤 긴 시간을 써왔으니 뭐라도 쌓인 게 있겠지. 아직 1회독만 한 과목들도 남은 기간 동안 빠르게 한두번 더 돌릴 수 있을 것 같고, 두루뭉술하긴 하지만 어쨌든 계획이랑 큰 차이 없이 공부하고 시험장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맘이 편한 것 같다. 편하니까 좀 집중해서 시간 쓰면서 외워야 할 것들을 꼼꼼하게 보게 되네. 여튼, 1차를 못 보면 2차도 못 보는 것이니 여기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