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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안 세상

외면하고 싶은 세상

로얄곰돌이 2022. 6. 30. 10:24

세상에 화나고 황당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한 사건이 다 있더라.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151

[대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살아가려면]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학교는 ‘삶의 터전’이다 - 매

최근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금·단체협상 중인 노동자들이 학내에서 선전전을 하면서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노동자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비슷

www.labortoday.co.kr


이 칼럼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로 그 사건. 한두달 전에 연세대 청소노동자 노조와 연대하고 있는 분이랑 저녁 자리를 했는데, 연대에서 집회 하다가 어떤 학생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다는 얘길 하더라. 순간 젓가락을 놀리던 손도 멈추고 멍-한 상태가 됐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도 안 나왔다.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그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해보겠다고 잠시 집회를 한 게 본인 공부하는 데 피해를 줬다는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이 쓰는 에타? 거기서는 ‘용자’라는 응원을 받고 있더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동일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응원에 힘입었는지 고소까지 했다.

세상에는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이나 나의 삶의 저변이 어떤 인간들의 희생과 도움(그들이 의도했든 안 했든)으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는 머리가 나쁘고 멍청해서라고 생각한다. 어떤 공부를 하든 처음 공부할 때는 전부 다 이해되지 않아도 한번 두번 더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차차 그 원리와, 그 주제와 연결되어 있는 다른 주제들과, 그 주제와 관련한 사실과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 근거가 되는 사상(당시의 시대상과 과거의 데이터와 미래에 대한 인과적 예측에 기반해 인간의 지성이 체계적으로 정리해 낸 이론)들을 차츰차츰 마주하게 되고 이해가 깊어지게 된다. 즉 생각을 하다보면 자꾸자꾸 원인을,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 물론 심오한 공부는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걸리고, 뇌를 써야하기 때문에 좀 힘들긴 하지만 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 수준의 이해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현상에 대해 왜? 라는 질문에 몇 개의 답을 후보로 놓고 그 답들의 근거에 대해 하나하나 잠시잠깐씩만 생각해보면 되기 때문이다. 3살짜리 우리 조카도 자기 세계 안에서는 질문을 던지고 이해를 한다.

그러면, 연대 청소 노동자들은 왜 집회를 했을까? 기사들을 찾아보면 최저임금이 440원 올랐는데 그거보다 적은 임금 400원 올려달라, 일 너무 힘드니까 인원 좀 더 뽑아 달라라는 이유다. 헌법상 노동 3권이니 노동법이니 따져볼 것도 없이 최저임금 수준만 받으니 생계 유지도 힘들고, 그에 반해 사람이 없어 일이 고되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대단하신 학교는 안 들어주니까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리 투쟁 방법으로 몇 시간 집회를 한거다. 그 쥐똥만한 권리 주장 좀 하겠다고.

법과 무관하게 그 현상을 해석해보면(그거 갖고 법적으로 어떻게 될건지 분석해놓은 기사랑 블로그 꽤 많음) 청소는 세상이 굴러가는 데 있어 필수적 업무이며, 최저임금 수준의 생활자들이 그 부분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우리는 그 노동에 의해 깨끗하게 잘 관리된 시설에서 쾌적하게 생활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자본적 합의에 의해. 다른 업무와 분배의 공정성을 일일이 따져본 것도 아니고 그냥 최저임금이 그러니까. 그렇게 결정된거다. 청소일을 무시하는 문화와, 주요 노동자가 나이든 여성이라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서. 어떤 사람들은 부자 부모한테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인적자본과 물적 자본을 함께 축적하고 향유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게 없어서 최저임금이 유일한 재산이자 생활 기반이고, 인적자본 축적의 기회나 최저임금 이상의 직업을 탐색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고 그러니까 우리는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타인 때문에 내가 약간 불편하더라도 어느정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거고…

하 참.. 이런 걸 주절주절 쓰고 있는 나도 참 할 일 없다 싶다. 이걸 일일이 설명해줘야된다고? 이 빡대가리들 그냥 접시물에 코 박아라. 니들 뇌의 존재가치를 모르겠네?

인류가 계속해서 차별 철폐, 소수자 보호, 공동선 추구 등을 지향하면서 발전해 온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그건 인류의 번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명의 시작을 부러졌다 붙은 엉치뼈라고 보든 사회 계약이라고 보든 어떤 이론을 참조해봐도, 아니 실제 현상으로서의 역사를 보아도 인간들은 약육강식의 자연상태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점진적으로 타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공공선이라는 가치 내에서 내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이끌어 왔다. 이걸 부정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아, 본인의 미개함을 왜 굳이, 굳이!!! 세상에 전시해서 환멸나게 만들어? 미개인간 트라우마 생겼다고 고소라도 해야하나. 에휴 말을 말자. 입 아프고 내 성격만 더러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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