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은교, 박범신/ 정지우(2012) 본문
서른이 넘고 또 몇 해 더 살면서 절절하게 와닿는 게 있다.
몸은 늙어가는데 마음은 바라는만큼 성숙해지지 않는다. 성숙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서 의연하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힘이라면 인형이랑 함께 잠들던 10대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방에는 한가득 책이 쌓여 있는데, 그리고 사회에서 경험한 것도 많은데 거기서 얻은 지식들을 아무리 머리에 우겨 넣는다 해도 가슴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슬픈 걸 보면 애끊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끓는다.
일전에 박범신 작가 강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작가는 마당에서 흔들리는 꽃잎만 봐도 갈망이 생긴다고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은 접히지 않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는 줄어드니까 갈망은 커져만 간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은교는 70 넘은 노인이 여고생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애욕을 쓴 작품이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아도 마음이라는 건 주체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언제나 위 영화 속 장면같은 싱싱한 때를 그리며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작년에 출간되자마자 읽어서 내용이 세세하게 기억은 안 난다. 영화는 아까 낮에 봤는데 소설을 읽을 때처럼 안타까운 심정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
p.s 목소리는 연기가 안 되나보다. 얼굴은 노인인데 목소리는 젊은 부조화는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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