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길은 복잡하지 않다, 이갑용 본문
노동운동가로 20년 넘게 살아 온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쓴 책이고, 노동운동의 시작과 과오, 지금 상황에 대한 진단까지 내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자본과 노동자의 심각한 권력 불균형에 대해 깨달았다. 자본(회사)은 돈, 인사권, 기득권 네트워크, 법 4가지를 노동자보다 더 가지고 있는 반면 노동자는 오로지 결사의 자유와 쟁의권밖에 없다. 이마저도 판례에서 상당히 축소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쟁의권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면 정말로 길은 하나 아닌가?
저자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 출신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어떤 글보다 쉽고 경쾌하게 읽혔다. 역시 좋은 글은 기교를 익히는 것보다는 몸으로 체득해야 나온다.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겸연쩍어하는 부분이 바로 민주노총 내의 정파와 정치성에 대한 서술인 것 같다. 좋은 글은 생생한 체험이 바탕에 깔렸을 때 나온다고 치면, 역시 이론으로 무장한 먹물들에게는 아플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반성도 해야 하고.
잔대가리 굴리면서 살아 온 30년 인생이지만 이제는 좀 의연하고 우직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면에서 몸소 노동운동을 체험하고 있는 요즘 삶은, 잘 쓰든 못 쓰든 아무튼 글쟁이로 사는 내겐 축복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다시금 역사적인 이번 mbc 파업을 돌아보게 된다. 역시 자본가나 정치권의 약속은 믿을 게 못되고, 특히나 이면 합의라는 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뜻한다. 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는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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