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왔노라 보았노라 들었노라 본문
무엇을?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실황을.
한국에서는 그리 보기 어렵다는 조성진을 마드리드에서는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니. 여기 사람들 너무 부럽고 부럽고 부럽다.
첫 음부터 은쟁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가길래 역시 조성진~ 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 점점 고조되면서 소리가 확 바뀌었다. 피아노 때려 부술듯이 휘몰아침. 또 다시 천국에서 즐기는 만찬의 배경음 같았다가 3악장 마지막에 줄달음칠 때는 심장이랑 호흡이 같이 머리 위로 빨려 올라가는 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조성진은 기교가 매우 좋고 매끄러운 음을 깎은 듯이 잘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연주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 곡 내에서 강약 조절을 하면서도 힘과 에어지를 엄청나게 내뿜었다. 정말 피아노 부서지는 줄 알았다니까! 아마 문 선배랑 같이 봤으면 이제 상남자 됐네 어쩌네 또 주책맞은 소리 했을텐데 그걸 못 해서 아쉽구만.
공연 끝나고 어떤 관객은 너 코레아에서 왔냐? 공연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나한테 축하한대ㅋㅋㅋ(이런 공연을 편하게 티케팅해서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는 게 축하받아야 할 일입니다ㅠㅠ) 감동받아서 울었다는 사람도 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지휘: 데이비드 아프캄(David Afkham. 83년생이라는데 잘생기고 멋짐)
-피아노: 조성진
-오케스트라: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
-공연장: 마드리드 국립음악당(Oditorio Nacional de Mu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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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인적인 추억.
한 6,7년 됐나. 젖살도 안 빠진 귀여운 꼬맹이가 베토벤 피협5번(황제)을 연주하는 걸 세종문화회관 2번째 줄인가에서 봤었다. 그날 저녁에 약속이 없어서 공연이나 볼까하고 당일에 초대권 싸게 파는 거 사서 가서 봤었지. 드문드문 빈자리도 있고..
근데 어린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세밀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보고 정말 놀랐더랬었다. 피아노 음이 풍부하다는 생각을 했었음.
얼마 후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그를 다시 직접 볼 수는 없었습니다. 티케팅의 벽은 높잖아요? 그리고 티켓 가격은 왜이리 비싼지ㅠ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마드리드로 왔다. 비행기표 하나 날리고, 숙소 위약금 물고… 근데 그렇게까지 한 보람이 있었다. 이런 연주 듣고 보려면 그 정도는 투자 해야지. 암.
오늘의 코미디는 1열 2~4번 관객들 전부 조성진 한번 보겠다고 다들 안 와도 되는 마드리드를 굳이 찾아 온 것이었음. 이 공연 아니었으면 브로츠와프, 바르셀로나, 런던, 세비야에 있었을 사람들.. 거기다 다들 여기 음악당 좌석 배치를 잘 몰라서 맨 앞자리 남았다고 잽싸게 골라서 왔다는 것도 공통점. 무대랑 그렇게 가깝고 단차가 클 줄 몰랐지…
그래서 조성진 손바닥이랑 페달링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 됐다. 첨 본 사람들인데도 뭔가 우리들이 넘 웃겨서 공연 끝나고 와인 한 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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