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부지런한 사랑 본문
이슬아 작가가 20대 초중반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에 용감하게 뛰어든 연유부터, 글쓰기 교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엮어낸 책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겨울 때 서고에 가서 그때그때 맘에 드는 책을 골라서 야금야금 읽는데, 박경리, 박완서 같은 대작가들 책을 좀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좀 피곤해서(박경리 선생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찾아가서 한번 여쭙고 싶다. 왜그렇게 등장인물을 못 살게 구시냐고ㅎㅎㅎ 하나같이 운명이 참 얄궂어서… 박완서 선생은 사람 참 낯부끄럽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고ㅎㅎㅎ 차마 쪽팔려서 꺼내기 힘든 속마음을 왜 자꾸 들추세요;;) 가벼운 에세이를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슬아 작가.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고 언젠가 한번 기회되면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인터뷰집 2권을 읽고 나서 팬이 됐다.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나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이 80, 90년대 사람과 도시 풍경을 소설 장르를 빌려 잘 묘사한 책이라면, 이슬아 인터뷰집은 2010년대 이후 사람과 도시, 농촌의 풍경을 인터뷰를 통해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잘 풀어놓은 책이다.
부지런한 사랑은 이슬아 작가의 본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에세이여서 일단 흥미가 갔는데, 읽다보니 글방의 아이들이 쓴 글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재기 넘치고, 글에서 풍기는 그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가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글이라는 게 말과 다르게 누군가를 참 깊이있게 보여주는 매개체로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다양한지 비슷한 동네에 사는 또래 어린이들도 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게 천차만별이더라. 엉뚱하거나 기발한 문장들 덕분에 도서관 한 켠에서 책을 들고 혼자 키득거린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되도록 아껴아껴 읽은 책인데 드디어 완독을 해버렸다. 아쉽긴 한데 아쉬움이 남아야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법. 이제 또 다른 재미있는 에세이를 찾아 떠나봐야겠다.
'감상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녀장의 시대 - 이슬아 (0) | 2022.11.05 |
---|---|
왔노라 보았노라 들었노라 (0) | 2022.10.22 |
일체감이 주는 아름다움 (0) | 2022.06.20 |
샹치와 양조위의 전설 (0) | 2021.09.23 |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편이 좋다 (0) | 2021.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