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스페인어 공부 본문
2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가기 전에 스페인어를 좀 알고 가야겠다 싶어서 듀오링고를 시작했는데 벌써 795일을 돌파했다.
795일이나 공부한 것치곤 실력이 너무 일천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TV에서 스페인어가 나오면 어? 스페인어다! 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도 있다! 같은 감탄문 정도는 날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2년 넘게 한 것 치고는 참 초라하구나.. )
스페인어는 전세계에서 영어, 중국어, 힌디어 다음으로 4번째로 많은 인구(5억4830명)가 사용하고 있고, 모국어 국가 순위는 2위(31개국)다. 그리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에서도 스페인어가 어느정도 통한다고 하고 남미 여행을 하려면 필수로 좀 배워둬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언젠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배경이 된 칠레의 이슬라네그라에 꼭 갈 것이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어를 쓰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스페인에서 스페인어를 아주 조금 했더니 너무들 좋아하더라는 것. 식당에서 스페인어로 주문했더니 와인 한 잔 시켰는데 병 째로 주고, 길 물어 보면 완전 열과 성의를 다해주셨다. 너 스페인어 잘 한다는 칭찬까지 꼭 곁들여 주심ㅋㅋ 이렇게 스페인어 화자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환대가 너무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또 스페인에 갈 수도 있으니 알아두면 언젠간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역시 시제다. 영어에서 불규칙 동사의 예외만 외워도 되는 게 고마울 지경. 인칭과 수마다 동사가 다 따로 논다ㅠ. 여기도 규칙이 있긴 하지만 역시 불규칙 동사도 무궁무진하고요? 아무튼 외워야 할 것 천지다.
무엇보다 빡치는 건 관사다. 명사 성, 수에 맞게 관사를 붙여야 하니 the, a, an만으로 심플하게 끝나는 영어랑은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다. 대체 왜 명사에 성별을 갖다 붙이는 건지? 불어 배울 때도 너무 싫었는데 스페인어도 너무 싫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도 성, 수 일치를 시켜야 함ㅠㅠ 그래서 틀리고, 틀리고 또 틀리고 틀리고 수정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단어를 정관사를 꼭 붙여서 외우는데, 그렇게 외운답시고 외워도 다음 턴에 그 단어가 나오면 또 어? 여성이었나? 남성이었나? 이러고 있다;;
그래도 겨우 한 챕터 씩이라도 매일 하다보니, 이게 결국 말하는 언어로는 효율적인 면이 있구나라는 게 슬슬 느껴지더라. 일단 주어를 안 써도 되고, 대화에 대상으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성별이 바로 파악되고, 또.. 음... 그거 외에는 아직까지는 딱히 장점을 모르겠는...데?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다 알고 쓰는건지.
지금까지 어영부영 해왔던 스페인어를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더 열심히 하겠지.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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