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40대에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 본문
벌써 20년지기 친구가 된 머털이 닮은 머털이. 공부하느라 통 소식을 몰랐는데, 오랜만에 만났더니 지금 거주지가 한국이 아니라고... 거기서 뭘 하는데? 머털이가 들려준 얘기는 놀라웠다. 우리가 마지막에 봤던 게 언제더라... 이 친구는 전공에 맞춰서 시험을 봤고, 또 그렇게 전문직이 되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차였다. 개업을 했는데 사무실도 잘 되고 업무와 관련된 책을 냈는데 책도 대박이 나고, 너무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이 친구는 그러다 홀연히 한국을 등졌고, 거기서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뭐? 개에바알자? 네 얼굴에 SW는 고사하고 IT라는 게 없는데?라는 말이 튀어나올뻔 했다. 머털이는 정착하기 위해서 고시공부 하듯이 개발 공부를 했고, 다행히 현지 취업에 성공해서 지금은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고. 돌이켜보니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올 줄 알았으면 진작 공대나 갈걸.. 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 우리는 우리 적성이 뭔지도 잘 몰랐던 거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40대 이후에도 직업을 바꾼다. 대학 때 친구 하나는 논술 강사를 잘 하다가 창업 욕심이 나서 SW 기반 아이템을 창업 하려고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모 회사 개발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렇게 내 주변에서만 둘 씩이나 뜬금없이 개발자가 나온 걸 보면 개발이 무슨 종착지인 것 같긴한데, 개발 능력은 결론이라기 보다는 다음 스테이지를 위해 쟁여두는 수단 같은 거라고 봐도 될 듯.
나만해도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15년 정도 했고, 내 적성에 꼭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전문직 시험에 도전했다가 3번째 실패한 참이다.(이 정도면 내 적성이 아닌가벼...) 그리고 학부 때 너무 좋아했고, 웬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 내던 일을 한번 시도해보려고 슬슬 시동을 거는 중인데 어쩌면 의외로 거기서 적성을 찾을 수도 있는 거고.
20대에는 스물다섯에 진로를 정하지 못하면 미래 없는 삶이 되는 줄 알았고, 30대에는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면서도 어떻게 계속 커리어를 이어갈까 쓸데 없는 고민이나 하고 있었다. 40대는 엄청 성숙한 나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아직 내가 참 젊더라. 그래서 잘 풀리든 못 풀리든 인생 길게 보면 지금이라도 뭐든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지금 안 해보고 60 넘어서 40대에 할 걸... 후회하느니 말이다.
'새로 안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아끼고 사랑할 의무가 있다 (5) | 2024.11.19 |
---|---|
답동성당 (3) | 2024.11.16 |
연속 혈당 측정기 후기 (3) | 2024.11.15 |
죽 쑤기 달인 (4) | 2024.11.13 |
단감 (10) | 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