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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벽 보고 말하는 로얄

머니볼, 베넷 밀러(2011)

로얄곰돌이 2012. 7. 15. 20:16

 

야구 팬이라면 진작에 봤어야 하지만... 이제야 봤다.

매력남 브래드피트가 연기한 실존 인물 빌리빈의 생각은 맞았지만 그를 열렬히 응원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애슬레틱스가 결국 그래서 우승을 했냐? 하면 못했다. 라는 것도 있지만 정량적 평가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요즘 일신상 사정 때문에 정량 평가라면 거의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은데 이걸 찬양하는 영화에 어찌 공감만 할 수 있으랴.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야구는 이긴다고 다 재밌는 건 아니고 흥이 나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국에도 이미 프로 팀이 모두 머니볼 이론을 적용해서 각종 통계를 동원하고 있지만 결국 야구가 제일 재미있을 때는 의외의 한방, 의외의 호투, 의외의 호수비 등이 나와 줄 때니까. "이기는 게 재밌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롯데 야구가 왜 재밌는지, 내가 왜 우리 팀 경기가 없는 날에도 야구장을 찾는 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게다.

 아무튼 애슬레틱스가 20연승을 한 건 사실이니 각종 수치가 지배하는 야구계 흐름에 앞장서서 태클을 걸지는 않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다가 샌댈교수가 바로 이 '머니볼'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읽게 됐다는 것. 이 기막힌 타이밍이란.

샌댈 교수의 '머니볼'에 대한 평,

하지만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화를 보고 전혀 감동을 받지 못했다... (중략) 영화가 불만족스러웠던 진짜 이유는 정량적 방법과 효율적인 가격 결정 체제의 승리에 벌떡 일어나 환호를 보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선수들보다 그 두 가지가 머니볼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중략)

머니볼 전략은 최소한 장기적으로는 약자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자 팀들은 통계학자를 고용해서 그들이 추정하는 야구 선수들에게 가난한 팀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프로야구계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후한 연봉을 지불하는 팀 중 하나인 보스턴레드삭스는 머니볼 전략 추종자였던 소유주이자 단장의 지휘 아래 2004년과 200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었다. 루이스의 책이 출간되고 여러 해가 지나면서 메이저리그 팀의 승률을 결정하는 데 있어 돈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중략)

경제학자들의 말대로라면 머니볼 전략은 야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야구경기가 향상되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머니볼 전략이 경기 진행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해보자. 타자는 타석에서 시간을 끌고, 포볼을 많이 얻어내고, 투수는 공을 더 많이 던지며 투구법을 많이 바꾼다. 타자의 프리 스윙이 줄어들고, 주자가 대담하게 베이스 패스를 밟고, 번트나 도루를 시도하는 횟수도 줄어든다. 이러한 현상을 경기력 향상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9회말 만루에 무승부 상황에서 타격을 오래 끄는 것은 야구경기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타격을 오래 끌고 포볼이 많은 경기는 대부분 지루하기 마련이다. 머니볼 전략은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시장 침입 현상과 마찬가지로 야구 자체를 망치지는 않았지만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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