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대책없이 해피엔딩, 김연수 김중혁 본문
부산행 열차를 탔을 때였나,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장장 3시간여 시간 때우기를 위해 이 책을 골라봤다. 김연수 작가 책은 일단 안 갖고 있는 거면 사서 쟁여두는 편이라 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었다. 서울역에서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자마자 책장을 펼쳤는데 어느새 시간은 순삭, 책이 너무 재밌어서 낄낄대고 읽다보니 부산역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거의 다 읽었다.
김연수 작가를 워낙 좋아해서 소설책은 대부분 읽었는데 이 책은 좀 다른 유형의 에세이다. 2009년 '씨네21'에 1년에 걸쳐 두 사람이 연달아 글을 기고했다. 영화를 한 편씩 골라 보고 영화 감상을 포함해 서로에게 편치를 부친다.
김중혁 작가 작품은 못 읽어봤지만 김연수 작가를 믿고 책장을 펼쳤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어른이 된 후에 둘 다 작가의 길을 걸었다. 김중혁 작가가 서울에 올라올 때 김연수 작가한테 신세를 졌다고 하니 참 막역한 사이인 것 같다. 그래서 글은 전반적으로 둘의 농담 따먹기처럼 흘러간다. 딱 '대꾸 에세이'라는 부제가 맞는다. 티키타카가 맞는 사람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들이 제3자가 봐도 웃긴다. 특히 각자 흑역사를 풀어놓는 것도 재미있고.
사실 몇 년 전에 읽어서 특별히 기억에 쿡 박힌 내용은 없다.(감상문을 왜 이제서야 쓰고 있냐;;) 그냥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는 것, 여행갈 때 챙겨가기 딱 좋은 책이라는 걸 남겨두려고 써본다. 다시 뒤적거려보고 재미있는 내용이 있으면 추가하겠다. 아마 첫 글이 김연수 작가가 스페인 어디 지역에 갔다가 추워서 이불 뒤집어 쓰고 궁상 맞은 시간만 보내다 왔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시작부터 웃겨서 그 장면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몇 년동안 준비했던 시험에서 또 불합격 소식을 받은 오늘, 그냥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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