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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안드라스 쉬프 경 리사이틀은 연주 곡 목록이 미리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주회장, 그 날의 분위기 등을 보고 피아니스트가 당일 연주곡을 결정하고, 공연 중에 곡명과 작품들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 포인트를 직접 설명해준다. 작년부터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번에 한국 순회 연주를 한다고 해서 경기아트센터에서 하는 10월 6일 공연을 관람했다. 헝가리 태생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고 있는 쉬프경은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문지영 피아니스트가 통역을 해줬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문 피아니스트의 음악에 대한 느낌과 감상까지 함께 전해져서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연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피아노 꿈나무 옆에서 등을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공연이었다. 피..
조카님의 주/보조 양육자인 울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일주일간 육아라는 팔자에 없는 짓을 했다. 다시 말하자면 딸래미가 백수로 놀고 있는 덕분에 부모님이 여행을 가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애한테 매여 있는 건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아파트 입구에 나가서 데려오고, 간식 먹이고 좀 놀아주다가 저녁 먹이고 집으로 돌려보내면 되는 일정이다. 4세 어린이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둘만 지내본 적이 처음이라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놓는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너무 어정쩡하다. 4시반에 돌아오는데 어디 일 보러 나갔다가도 3시만 되면 일어서서 후다닥 돌아와야 한다는 게 좀 스트레스... 오후에 뭘 할 수가 없음. -간식이랑 저녁 메뉴가 고민스럽다. 달고 짠 ..
지난 2년간 몸과 마음의 안식처였던 종로도서관이 휴관을 한단다. 올해는 시험 끝나도 어디 놀러도 안 가고 다시 도서관 다니면서 컴활 자격증도 따고, 영어랑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토지도 마저 빌려보고 어쩌고... 하는 계획을 세워놨는데 아쉽게 됐다. 집에서 30분 거리 내에 있는 공공 도서관을 전부 가보고 종로도서관을 아지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약 2년 전이다.(그 때는 딱 1년이면 수험이 끝날 줄 알았더랬지.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말자고 생각했는데... 미련이란 것이 참;;) 종로도서관은 열람실 삼면이 거의 통창 같은 넓은 창으로 돼 있어서 개방감도 좋고 책상도 오크색이라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창가에서 공부하다 고개를 들어 보면 저 멀리 남산 타워랑 키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서 눈을 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