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사완료 본문
집 정리가 거의 끝났다. 집 구하러 다니고 이사 하고 이런저런 짐 들이고 추석 연휴 내내 정리만 하고.
그랬는데도 아직도 남은 게 있긴 하다. 고장난 가스렌지 내다버리고 새로 설치하기, 전선 정리하기(좀 멀리 빼야 할 때는 무조건 5m 짜리를 사야 고생을 덜 한다)
이사해서 좋은 점:
이제 그 노랭이 주인이랑 싸울 일이 없다. 보일러 분전반 수리비까지 반반 나눠 내자는 참 답 안 나오는 인간이었는데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인간 유형이다. 물욕 끝판왕과 상대하는 기분.
다행히 몇 번이나 지랄을 떨어댄 덕에 보증금은 순순히 받아낼 수 있었는데 집이 안 나가서 스트레스 받았던 걸 생각하면 아주 넌덜머리가 난다. 집주인 때문에 이사해야겠다고 맘을 먹었을 정도니 정말 큰 스트레스 거리가 사라진 셈.
거실이 생겼다. 목수를 부업으로 하는 탁실장님이 직접 짜 준 테이블을 떡 들여다 놨더니 거실 절반을 차지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나같은 자취생이 이런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을 갖다니! 높이가 맞는 벤치형 쇼파를 맞춤 제작 했는데, 테이블이랑 잘 어울리고 적당히 딱딱해서 좋다.(푹신한 쇼파에서 늘어지는 거 넘 싫음) 동네 작은 도서관 같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앞으로는 괜히 일도 더 잘 될 것 같고 책도 더 많이 읽을 것 같고 구몬도 안 밀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설렘)
집안일이 편해졌다. 물이 일단 콸콸 나온다. 이전 집은 찬물이 쪼르륵 흐르는 정도였는데 역시 집주인이 수리를 해줄 생각이 없어서;; 여름에도 화장실 청소는 뜨신 물로 했었다ㅠ
문턱이 없어서(좀 오래되긴 했지만 한번 대대적으로 수리를 한 집이라는 뜻. 역시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전 주인처럼 똥같은 집을 똥처럼 방치하는 주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술김에 질렀던 로봇청소기가 드디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마침 칸초가 브라바 물걸레 청소기를 줘서 일이 두 배로 편해졌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원격으로 청소기 한 번 돌리고 들어서면 바닥에 맨질맨질 해서 넘 좋다. IT기술 사랑합니다.
주변에 반찬 가게, 과일, 생선 살 곳이 있다. 어제도 나물 사다 먹었는데 사먹는 게 좀 짜긴 해도 귀찮을 땐 편하니까. 해산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생물 생선 가게가 가까운 데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거다.
안 좋은 점:
지하철 역이 좀 멀어졌다, 급행이 안 다닌다. 집순이가 될 것 같다.